계기판보다 단 한 번의 느낌을 믿었다가 바다에 빠져 죽은 조종사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런 착시현상이 내게도 있었다. 바다를 하늘로 알고 거꾸로 날아가는 비행기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몸을 수평비행으로 알았다가 뒤집히는 비행기처럼 등대 불빛을 하늘의 별빛으로, 하강하는 것을 상승하는 것으로 알았다가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그가 나를 고속으로 회전시켰을 때 모든 세상의 계기판을 버리고 딱 한 번 느낌을 믿었던 사랑, 바다에 빠져 죽는 일이었다. 궤를 벗어나 한없이 추락하다 산산이 부서지는 일이었다. 까무룩하게 거꾸로 거꾸로 날아갈 때 바다와 별빛이 올라붙는 느낌은 죽음 직전에 갖는 딱 한 번의 황홀이었다.
(Vertigo는 착시 현상으로 바다 위를 비행할 때 자신과 비행기 자세가 뒤집어진지도 모르고 바다를 하늘로 착각하고 거꾸로 날아가는 현상이다. 바다를 하늘로 착각하다간 추락해 바다에 빠져 죽는다. 그것처럼 도덕이나 윤리보다 단 한 번의 느낌에 자신을 맡기는 사랑 역시 위험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일탈을 꿈꾸는 까닭은 그 '딱 한 번의 황홀' 때문이라고 경험했다는 듯 시인은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