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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대일
Nov 17. 2024
시 읽는 일요일(179)
바보 이력서
임보
친구들은 명예와 돈을 미리 내다보고
법과대학에 들어가려 혈안일 때에
나는 영원과 아름다움을 꿈꾸며
어리석게 문과대학을 지원했다
남들은 명문세가를 좇아
배우자를 물색하고 있을 때
나는 가난한 집안에서 어렵게 자란
현모양처를 구했다
이웃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강을 넘어
남으로 갔을 때
나는 산을 떨치지 못해 추운 북녘에서
반평생을 보냈다
사람들은 땅을 사서 값진 과목들을 심을 때
나는 책을 사서 몇 줄의 시를 썼다
세상을 보는 내 눈은 항상 더디고
사물을 향한 내 예감은 늘 빗나갔다
그래서 한평생 내가 누린 건 무명과 빈곤이지만
그래서 또한 내가 얻은 건 자유와 평온이다
(바보 맞네. 안분지족 끝판왕으로 등극한 바보. 인생 마라톤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쥔 바보.)
김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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