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건강 악화를 이유로 생전 퇴위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건 깎새가 꼽는 21세기 이례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역사적으로는 1415년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난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이라던가. <두 교황>은 이례적인 사건의 내막을 영화적으로 풀어냈는데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가 분한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의 절충이 극적이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2022년의 마지막 날에 베네딕토 16세가 선종하자 후속 기사들이 이어졌었다. 베네딕토 16세 생전, 그러니까 두 교황의 공존이 때로는 갈등에 가까운 아슬아슬한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하면서 예를 들은 건 사제 성추행과 같은 민감한 문제에 전 교황이 개입했다는 설이다. 2020년 1월 로버트 사라 추기경이 집필한 『마음 깊은 곳에서: 사제, 독신주의, 그리고 천주교의 위기』에 전 교황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사제 독신제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독신이 아닌 기혼 남성을 사제로 임명하는 방안에 적극적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갈등설이 불거지는 와중에도 두 교황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좌초시키려 한다는 비난에 대해 "프란치스코와의 우정은 지속되고 있고 심지어 깊어졌다"고 반박한 바 있다. 실제 베네딕토 16세는 늘 최고 권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 한 명뿐이라고 말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갈등설' 시달린 두 교황, 실제 관계는?>, 경향신문, 2023.01.02에서). 2023년 1월 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의 장례 미사를 집전했다.
<두 교황> 수록곡 중엔 스윙글 싱어즈가 부른 'Ciao Bella, Ciao(안녕, 내 사랑)'가 있다. 영화에서 전통과 보수의 수호자인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진보 성향인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탄 헬기가 로마에 착륙할 때 흐르는 'Ciao Bella, Ciao'는 저항정신이 담긴 이탈리아 민중가요란다. 혁명을 상징하는 노래가 새로운 교황이 왔음을 알리는 전주일 수 있지만, 성향도 기질도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극적으로 친구가 됐으면서도 바라보는 바가 다르기에 정서적 결별은 운명적이라는 걸 암시하는 '이별가'로 깎새는 받아들였다. 그만큼 두 교황의 공존은 센세이셔널 그 자체였고 이례적일 수밖에 없었다.
2025년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가난한 자의 벗이었던 교황이 마침내 하느님의 집으로 향했다. 깎새는 'Ciao Bella, Ciao'를 다시 듣는다. 이별가를 들으며 그와도 이만 작별해야 한다. 이 세상을 지탱하던 한 축이 무너진 듯한 상실감이 아주 오래갈 성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3e4ix2nVB9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