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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Aug 08. 2024

주식시장이 폭락한 9가지 이유

(Feat. 이제 무엇을 주시해야 하나?)

학문이 현실과 괴리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유달리 그런 현상이 강하게 발생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자본시장, 쉽게 말해 주식시장이 바로 학자들을 좌절시키는 대표적인 분야라 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이 정도 변동성은 몇만년에 한번 나올 법한 확률의 사건이다. 하지만, 그런 사건이 벌써 10년 사이에만 두번(2020년 코로나19 사태와 이번주) 발생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때 보다도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때와는 달리 무언가 뚜렷한 한가지 원인 없기 때문이다. 


이미 발생한지 며칠 지난 일이지만, 이런 사례는 아주 특별한 경우여서 정리를 해서 두고두고 봐야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가볍게(?) 정리를 해보았다. 






사람들은 흔히 어떤 대형 사고가 터지게 되면 어떤 특정한 원인 또는 행위자에 의해 결과가 발생했다는 설명을 원한다. A라는 원인이 발생하여 B라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설명만큼 우리에게 직관적이고 시원하게 와닿는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형 사고가 터지면 특정 원인을 밝혀내야 된다고 주장하고, 특정인을 처벌하길 원한다. 물론 그런 경우도 분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당장 머릿속에 생각나는 근 10년 안에 발생한 대형 사건, 사고들을 생각해보면 특별한 원인을 모르겠음에도 상식 밖에 대형 사고가 발생했던 것들을 쉽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은 도덕적 헤이에 빠져 말도 안되는 금융 거래를 했던 금융회사들 탓일까?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리먼 브라더스를 파산하도록 내버려둔 부시 행정부와 연준 탓일까? 사람들이 쉽게 돈을 빌려서 집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줘 집값 거품을 만들기 시작한 클린턴 행정부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집값은 계속 오르기만 할 것이라고 믿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집을 마구마구 사들인 개인들 탓일까? 


월요일에 발생한 한국 증시의 역대 최대 하락도 어떤 하나의 이유만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시장을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여러 이유들이 혼재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은 때때로 이렇게 우연의 일치로 여러 뉴스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이것이 한번에 주식시장에 반영이 될 때 시장은 크게 요동을 치곤 한다. 이른바 변동성 집중 현상이 발생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동성 집중을 발생시킨 원인들과 그 원인들이 앞으로 해결된 것인지 아닌지 지켜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지켜봐야 할지 하나씩 뜯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미국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모든 대규모 조정에는 기본적으로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기업의 주가는 결국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기업 이익 전망이 유지가 될 수 있다면 예상치 못했던 뉴스들이 발생을 하더라도 주가는 곧 회복을 할 수 있다. 기업 이익 전망이 유지 될 수 없다면, 아주 사소한 악재에도 증시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조정의 배후에도 기본적으로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돌입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조짐은 지난 2분기부터 있었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등 미국의 외식 산업들은 미국 소비자들이 심상치 않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고, 많은 소비재 기업들이 "도전적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 


다만, 아직 이때까지는 미국 경제 전체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일부 기업들에 해당하는 위기로 치부하고 넘어갔었다. 왜냐하면 통상적으로 경기침체는 ① 소비 위축 + 과잉 생산 → ② 대규모 해고 및 실업률 상승 → ③ 투자 위축 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데, 아직 미국에는 일자리가 넘쳐나기 때문에 이러한 위축은 일시적이라거나 일부 기업에만 국한된 것일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부 기업들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았던 소비 위축이 점차 전체적인 위축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무엇보다 일자리 관련 지표들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기업들이 상황이 안좋다고 판단을 하면 아주 손쉽게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갑자기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주 쉬운 환경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앞으로 몇주간 급속도로 늘어나는 실업자 숫자를 이미 머릿속에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와서 삼의 법칙이니 뭐니 이야기를 하지만, 7월 초에 이미 악화되기 시작한 실업률이 나왔을 때만 해도 시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실제 해고된 사람들의 숫자를 파악할 수 있는 미국의 주간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실업률은 사람들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 지표이다. 실제로는 실업자가 많아도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적다면 실업률은 낮게 나올 수 있고, 실업자가 적어도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면 실업률은 높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실업률이 높아졌을 때 그게 진짜 문제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제 해고된 사람이 얼마정도인지를 파악하는 보조지표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주 미국 증시가 강력한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한 시발점은 매주 목요일에 발표되는 미국의 주간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급격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20만건에서 22만건 사이를 유지하던 실업수당청구건수가 6월경부터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주에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25만건에 육박하는 숫자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목요일 주간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변동성이라는 괴물을 초대했고, ▶ 미국의 ISM 제조업 PMI 쇼크는 변동성을 시장 안으로 확실히 입장시켰으며, ▶ 금요일 발표된 실업률이 변동성이 휘젓고 다닐 수 있도록 허가해준 것이다.


그리고, 8월 5일 월요일 아시아 증시가 폭락을 한 후 미국 증시가 블랙 먼데이 위기에서 다행히 반등하면서 끝나고, 화요일에 아시아 증시가 크게 반등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 8월 5일 아시아 시장 종료 후 미국 증시 개장 시점에 미국의 서비스업 PMI와 서비스업 고용지수가 우호적으로 나온 덕분이라는 점에서도 현재 미국 경기 침체 우려의 핵심이 고용과 실업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앞으로 지켜봐야 할 핵심은 실제로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에 나서기 시작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몇주간 집중적으로 주시해야 될 지표는 매주 목요일 발표되는 미국의 주간실업수당청구건수이다. 


실업률이 높더라도 실제로 해고된 사람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시장은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설명을 만들어내며 안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허리케인의 일시적 영향이었다." 라거나 "실제 해고된 사람들이 아닌 이민자들에 의해 실업률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시장은 눈치를 쭈삣쭈삣보다가 은근슬쩍 다시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이 우려하는 것과 같이 갑자기 실업자가 증가하는 일이 발생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발생 가능성이 어느정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년간 미국은 일자리는 넘치는데, 일할 사람은 부족한 특수한 상황이었다. 많은 기업과 사업체들은 일 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보니 경제에 약간의 먹구름이 보이더라도 당장 사람을 줄이기보다는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했고, 이런 것을 정황이나 경제지표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근로자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임금 인상과 그로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그와 반대로 근로조건 협상에서 다시 기업이 우위에 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통계 지표들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보다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있는 것을 모두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영자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제는 무언가 조금만 안좋은 상황이 되거나 조짐이 보여도 사람을 줄이거나, 채용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오기 쉽다. 그동안 흐름을 막고 있었던 둑이 무너지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명심해야 될 것은 결국 경영자들도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경영자들도 결국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고, 다른 개체들의 행동을 따라하기 쉽다. 모두가 No라고 외칠 때 혼자 Yes를 외치기는 정말 쉽지 않다. 구조조정이 한번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그러한 유행을 거부할 수 있는 경영자 또한 많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같이 기업의 주가가 곧 경영자의 실적인 곳에서 기업의 주가를 움직이는 근원인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데, 미래를 위해 당장의 구조조정 없이 실적 악화를 감내하자고 말 할 수 있는 경영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2. AI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


사실 "AI 거품 붕괴 우려"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저기서 AI 투자에 대한 우려(언제 돈이 되겠느냐?)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의 빅테크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은 AI에 대한 투자를 과잉으로 하면 했지, 줄이겠다고 하는 기업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야기를 시장이 믿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AI에 대한 투자도 아주 빠른 속도로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러한 현상을 이미 2021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경험한바 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이 풀려나자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투자를 중단했고, 결국 그전까지 투자 속도에 맞춰 메모리를 생산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갑자기 엄청난 규모의 재고를 떠앉게 되었던 것이다. 


7월 초까지 형성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사실상 2025년의 기대 실적까지도 어느정도 반영을 한 것인데, 2025년의 실적이 불확실하다면 주가는 다시 재평가 되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AI 거품 붕괴 우려가 미국 빅테크 +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하락을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은 전후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AI 거품론은 2024년 초에도 있었다. 그때도 아직 AI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불명확했다. 그런데 한두달 전에는 그런 우려가 주가하락을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갑자기 지금은 그런 우려가 주가 하락을 만든단 말일까? 


AI 거품 우려는 지난 1년간 꾸준히 존재했었으나, 다른 이유로 빅테크 +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자 사람들이 여기에 AI 거품이 터졌다는 프레임을 씌웠다는 설명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만약 미국 경제가 안정화되고 빅테크 + 반도체 기업들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다면 그때 가서도 AI에 거품이 끼었다고 설명하는 사람이 존재하겠는가? 그때는 다시 "역시 AI 투자는 빅테크들의 숙명이다." 라는 논리가 부각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논리가 가격의 움직임을 만든 것인가? 가격이 논리를 만들어낸 것인가?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8월 말에 있을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결국 미국의 경기침체 유무가 AI와 반도체 기업들의 운명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써는 기업들이 이익이 크게 나고 있는 상황이므로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나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는 환경이다. 돈이 안되더라도 AI에 대해 뭔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그러나,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면 당장 돈이 안되는 투자는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이 AI에 대해 시도를 해보지 않으면 AI 관련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도 급격히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도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AI는 분명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현재의 위기론은 아직 섣부른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빅테크 기업들의 수장들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이번에 AI 서비스 시장에서 밀려나면 빅테크들로써는 한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에서 밀려나는 것이기 때문에 과잉 투자의 우려보다 과소 투자의 우려가 더 크다. 전 세계 IT 산업은 점점 승자 독식 구조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이들이 섣불리 물러날 수 없게 만드는 한가지 요인이다. 


AI 기술이 사람들에게 보급되기 위해서는 AI가 사람들의 요구사항을 이해하는 과정과 행동하는 과정 모두가 필요하다. 현재 AI 기술은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도록 하는 것은 상용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액션을 하는 기술은 아직 상용화 수준까지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만약 테슬라의 옵티머스와 같은 로봇이 상용화 된다면 그때는 다시 차원이 다른 붐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AI에 관련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될 것은 크게 두가지이다. 


아마존도 지금의 주가에 오르기 까지 주가 반토막이 몇번이나 발생을 했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투자자들의 염원처럼 실제로 AI가 좀 더 많이 보급이 되더라도 주가가 훨씬 더 높은 영역에 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000년 시스코에 투자하던 사람들의 바람대로 인터넷은 우리 생활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시스코는 네트워크 장비계의 절대 강자로 아직도 남아있다. 하지만 시스코의 주가는 아직도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를 할 때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3.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


AI 거품론이나 대만 관련 트럼프의 돌발 인터뷰 등에 묻혀 많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트럼프의 블룸버그 인터뷰가 공개된 7월 17일, 공교롭게도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초대형 악재가 발생을 했다. 그것은 바로 미국 정부가 일본과 네덜란드의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기존에 중국에 판매했던 장비들의 유지관리 서비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언뜻 보면 새로운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약한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첨단 장비들은 구매 후 유지정비, 수리 등이 없이는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도체 관련 최첨단 장비가 아니어도 단순한 서버나 하드웨어, SW도 대기업들은 유지정비 관리 계약이 맺어지지 않는 경우 사용을 지양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이다. 당장 몇달은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은 자체 반도체 장비를 만들지 않는다면 기존 반도체 장비들의 사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 판매한 장비들도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는 정말 중국이 단 하나의 반도체도 만들지 못하게, 궁극적으로는 중국으로 유입되는 반도체를 통제하고 싶다는 의지의 발현인 것이다.


이처럼 아주 강력한 규제가 나온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정부가 미국의 반도체 장비 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진 결과,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일본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들도 중국에 판매한 장비들의 서비스를 규제해야 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이 새로운 규제의 시발점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언론들도 현재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사실상 효과가 없으며, 중국에서는 밀수입 등을 통해 길거리에서도 최첨단 반도체들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보도를 해오고 있다.


게다가 엔비디아를 필두로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사실상 미국의 규제 그물망을 벗어날 수 있는 중국 전용 반도체들을 만들어서 팔고 있기도 하다.


중국 또한 미국의 규제가 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반도체 또는 장비들을 실수요와 상관없이 엄청난 규모로 미리 사들이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이게 어느정도냐면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매출의 절반 정도가 중국 매출이라는 추정이 있을 정도이다.


미국은 이제 정말 여유가 없다. 중국의 군사력이 AI를 기반으로 미국의 턱밑까지 쫓아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투기나 전투함의 숫자에서 미국이 밀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AI 기술로 인해 현대전의 핵심인 전자전에서 미국이 우위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몇년 전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할 때만 하더라도 대만 주변에서 미군의 우위는 절대적이었다. 중국의 전투기나 전투함이 아무리 많더라도 레이더로 미군의 전투기나 함정을 겨냥할 수 없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전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 ‘킬웹’이라는 AI 기술을 이용하여 미군의 전자전 장비들의 방해를 회피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자 미군 입장에서는 상황이 180도 달라지게 되었다. 미군의 전투기나 함정들도 레이더로 겨냥이 된다면 그때부터는 단순 머릿수 싸움이 될 수 밖에 없고, 이미 알려진바와 같이 중국의 공군과 해군력은 단순 머릿수로는 이미 미국을 능가한 상황이다. 그래서 몇년전까지는 미해군이 자유롭게 대만 근처를 자기네 안방처럼 휘저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거나 하더라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는 점점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해질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일단 올해는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있으므로 당장 주식시장을 크게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조치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끝난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미국이 정말 중국에서 반도체의 씨를 말리겠다고 나선다면 모든 반도체 회사들의 매출은 최악의 경우 반토막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선거는 이제 3개월도 남지 않았다.






4.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최근 주식시장 조정의 주범(?) 알려진 대표적인 이유는 일본의 저렴한 엔화를 빌려 다른 여러 자산에 투자를 했던 자금들이 일본의 엔화가 비싸지면서 다른 여러 자산들을 팔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이미 여기저기서 많이 설명했을 것이므로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다.


중요한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얼마나 많이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2021년 약 7천억달러 규모였으나, 현재는 그것이 2조 달러가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2조 달러가 다시 신용창출 메커니즘을 통해 더 많은 유동성을 만들어낼 수 있으므로 단순히 2조 달러일지 아니면 훨씬 더 큰 규모일지는 현재로써는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조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조정 초기에 비해서, 현재는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범인(?)과 그 규모가 어느정도 추정이 되기 시작하면서 그 두려움은 많이 가라앉은 상황이다. 공포는 이유를 모르거나 그 규모를 알 수 없을 때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추세이다. 추세가 바뀌기 위해서는 정말 엔 캐리 트레이드가 모두 청산이 되던가 아니면, 앞으로 일본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엔화약세를 용인하겠다는 선언이 나와야만 한다.


그런데, 일본 중앙은행과 일본 정부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일본 내부에서는 엔화 약세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일본이 가난해졌다는 일본인들의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일본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엔화 강세를 일으키기에는 지금처럼 자본시장이 발작을 일으키고 엔화 약세에 기대고 있는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범인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도 일본 중앙은행이나 일본 정부는 특별히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역사적인 폭락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립서비스를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나 일본, 미국 금융당국 모두 초 긴장상태지만, 아직까지는 립서비스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남겨두고 싶어하는 심리와 자신들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는 인정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보통 시장은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진정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이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그것을 요구할까? 그것은 바로 좀 더 하락을 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2021년부터 시작된 중국과 홍콩 증시의 하락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시장은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 전환이 발생해야 된다고 요구를 하고 있으나, 부동산 거품 붕괴와 시진핑 정권의 지침 사이에 낀 중국 정부는 임시 땜질식의 조치들만을 내놓고 있다보니 시장은 제대로 된 추세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정말 끝났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향후 몇주 또는 몇달간 시간이 좀 더 지나야 되거나 아니면 증시가 좀 더 흔들리면서 각국 금융당국의 긴급 조치들이 나오기 시작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때도 초기에는 연준은 긴급 금리 인하 정도로 버텨보고 싶어했으나, 결국 3월 19일 마지막 대폭락이 나오면서 연준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게 되었고, 시장은 연준이 코로나19 때문에 망하는 회사가 없게 하겠다는 선언을 듣고 나서야 반등을 하기 시작했다.


안전하게 투자를 하고 싶다면, 바로 이런 때를 노리는게 좀 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올지 안올지는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는 것이 투자의 어려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여담으로, 흥미로운 점은 한국 증시가 AI와 반도체 이슈로 흔들릴 때는 대만 증시를 따라가고, 엔 캐리 트레이드 이슈로 흔들릴 때는 일본 증시를 따라가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증시 변동폭이 대만 > 한국 > 일본 순이라면 반도체 관련 이슈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고, 일본 > 한국 > 대만 순이라면 엔 캐리 트레이드나 경기침체 관련 이슈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일 수 있다.






5. 이스라엘 - 이란 전쟁 임박


1~4번이 전체적인 조정 국면의 배경이었다면, 5번은 월요일 급락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축하사절로 방문한 하마스의 정치적 리더를 암살하므로써 전쟁이 임박했다는 소식 또한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중요한 것은 이와 유사한 사태가 지난 4월에 이미 한차례 발생한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스라엘이 미사일을 이용하여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자 이란은 수백발의 미사일과 드론으로 반격을 한차례 수행한 후 보복 완료를 선언하면서 조정은 짧고 굵게 지나갈 수 있었다.


여기서 핵심은 이란이 한번 공격을 하고 보복 종결을 선언하자 증시가 급반등 했다는 사실이다.


이란이 무장단체를 지원하여 이스라엘 괴롭히기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정말 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어떻게 개입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므로 이란은 가급적 이스라엘과의 모든 분쟁을 빠르고 분명하게 끝내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은 (더 정확하게 말해서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 점을 이용하여 집요하게 이란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암살 사건도 이란 입장에서는 보복을 하긴 해야겠으나 전면전으로 이어지기까지 원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란이 내놓는 메세지에는 크게 “보복”과 함께 “긴장감이 높아지길 원하진 않는다.” 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4월에 이란이 공격 한번만 하면 종전을 선언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식시장이 크게 반등할 수 있다. 그런데, 이란의 공격이 월요일 또는 화요일쯤 발생할 것 같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가 있다. 그렇다면 시장의 큰손들은 이란의 공격이 발생하기 전에 주식을 사고 싶을까? 아니면 공격 내용과 시점을 확실히 확인하고 사고 싶을까? 당연히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미리 사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놀랍게도 미국이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선언을 한 시점부터 주식시장에는 매수세가 약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가가 끝없이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변변찮은 반등 한번 없었고,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된 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숨겨져 있다고 추정된다.


매도할 사람이 없으면 주가는 올라가고, 매수할 사람이 없으면 주가는 내려가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 리버모어의 일대기를 그린 도서 <어느 투자자의 회상>에서는 시장에 유동성이 말라버리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너도나도 매도만 하려고 하자 매수할 사람이 사라지면서 미국 증시가 폭락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당시 최고의 은행가였던 JP모건이 최종 대출자로 나서며 이를 해결하자, 이를 모태로 미국에도 중앙은행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이란은 정말 이스라엘과의 싸움은 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존심 때문에 보복을 천명했으나, 방법과 메시지에 있어서 고민이 많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월요일 러시아 특사단이 이란을 급히 방문하자, 이란은 일단 공격하기보다는 7일 OIC라는 이슬람 국가들의 모임을 급히 소집 요청했고, 여기서도 일단 이스라엘이 나쁜 놈이라는 선언만 했을 뿐 일단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또한 일요일까지만 해도 24시간에서 48시간 안에 이란의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 알렸으나, 현재로써는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로 논조가 바뀌었다.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더 크게 판이 벌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음모론을 더하자면, 미국 민주당 정부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란을 달래기 위해 여러 당근책을 이란측에 제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모양새에서는 이란이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미국과 이란이 러시아를 통해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미국 정부를 도와주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이룰 수 있다면 많이 남는 장사일 것이다.






6. 미국 대선 불확실성


이번 증시 조정의 시발점을 굳이 따진다면 트럼프의 대만 관련 인터뷰 발언이 알려진 7월 17일 수요일부터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시간으로는 7월 16일 화요일 저녁) 그 전까지는 대통령선거로 인해 약간의 균열이 있을 수 있다는 정도 수준이었다면, 트럼프가 강도 높게 대만을 비난하자 반도체와 빅테크 업종의 급락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의 비난은 결국 대만보고 돈을 더 내놓던가, 아니면 미국에서 반도체 만드는 흉내만 내지 말고 진짜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된다는 엄포였다고 할 수 있다. 혹자는 트럼프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트럼프는 대만을 비난하므로써 대만 정부를 초긴장 상태로 만드는 한편 중국 정부로써는 대만 관련하여 (중국 정부가 트럼프에게 뭔가 좋은 것을 제공할 경우) 미국과 협상의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좋은 일인지 나쁜일인지 알 수 없으나, 트럼프 개인으로써는 꽃놀이패를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트럼프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도 결국 민주당 정부에서도 트럼프 못지 않게 중국에게 강경하게 나가고 있다는 어필을 하고 싶다는 것을 반증한다.


미국에서는 국회 청문회까지 나서며 만약 대만이 중국에 점령될 경우 대만의 반도체 생산설비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 네덜란드의 반도체 생산 기업인 ASML에게 질의를 한 바 있다. (그리고 ASML은 원격으로 망가뜨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왔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은 미국 입장에서는 턱 밑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전세계 반도체 생태계에서 정말 대만이 빠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만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모든 빅테크 기업들이 대만을 통해 반도체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은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당연히 시장의 큰손들은 가급적 미국의 정책 방향성이 분명해지는 시점까지 투자를 미루고 싶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7. 신용거래 강제청산 + 금융상품 크래시 발생 우려


1~6번의 이유가 조정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이라면, 7~9번은 조정의 폭과 속도가 강하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쉽게 말해 위든 아래든 크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장에는 크게 2가지 요소가 그 폭과 속도를 강화하게 된다.


첫번째는 주식이나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한 신용거래가 청산되게 되고, 두번째로는 트레이더들이 걸어둔 대규모 자동손절주문(Stop Loss)이 발동된다.


1987년 10월 19일 블랙 먼데이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도 이러한 강제청산, 자동청산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로써는 새로운 투자 기법이었던 포트폴리오 보험이라는 방법은 이름은 거창했으나 결국 주가가 하락하면 관련된 주식들을 자동으로 청산하는 주문을 걸어두는 방법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현대에 들어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크고 빠르게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왜냐하면 1987년에는 기관 투자자들만 그런 방법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개인들도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간으로 금요일 밤에 발생한 엔비디아의 대형 악재로 인해 월요일은 시작부터 주가가 급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전까지 발생한 신용투자 물량들의 강제청산이 임박했다는 대형 투자자들은 알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들은 이를 이용하여 증시에 하락 베팅을 할 경우 아주 쉽게 증시가 붕괴되면서 장 초반 매수 후 자동손절 주문을 걸어둔 주문들이 발동되게 되고, 증시가 더 크게 하락하면서 큰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큰 변동성이 한번 발생하게 되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추가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


일단 미국에서 헤지펀드 파산소식은 곧 들려올 것으로 보이며, 상황이 더 악화되어 미국 경기침체가 가시화될 경우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다시 한번 더 파열음이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아시아 증시에 폭락이 발생한 월요일부터 신흥국 CDS 프리미엄도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긍정적인면은 국내 금융주들의 주가 회복은 빠른 편이라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어떤 소식이 들려올지 모르나, 국내 금융계에서는 (PF관련된 소음이 많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특별한 파열음이 들릴 기미가 보이진 않는다.


다만, 증시 선물시장의 미결제약정 규모가 바닥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증시 선물 미결제약정 규모가 적다는 것은 선물 시장을 이용하여 증시를 (위든 아래든) 크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세력들이 현재 힘을 비축해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힘은 상방 변동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이들이 힘을 비축한채 뭔가 계기가 될만한 사건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8. 계절적 특수성


통상적으로 3분기는 증시 실적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정이 발생하기 딱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로는 연초에 높았던 기대치가 서서히 현실화되는 것이다. 연말, 연초에는 기업이나 투자자들이나 모두 한해가 좋을 것이라 기대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상반기를 지나면서 그 높았던 눈높이가 서서히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국가나 기업이나 잡아두었던 예산이나 계획 중에 중요한 것들을 상반기에 급하게 몰아치고 나면 하반기에는 이제 슬슬 쓸지 안쓸지 모르는 예산이나 계획들이 남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에 6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좋아보여도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가 어떻게 될지 모르면 7~10월쯤 조정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 7월이 단기 꼭지였던 점도 7월 말 조정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모두들 7월 말 ~ 8월 초쯤 되면 조정이 올 수도 있겠다고 예상을 하면, 자기실현적 예언이 발동을 하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주식투자자들이 결국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지과학적으로 가을이 다가오면 호르몬 변화가 발생하고, 이러한 변화는 봄 여름에 비해 사람들을 위축되고 소극적이며, 부정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이 되면 기분이 싱숭생숭한 것은 단순히 단풍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신체가 그렇게 되기 쉽기 때문인 것이다.






9. 요일적 특수성


월요일과 금요일은 다른 요일에 비해 변동성이 높아지기 쉽다. 왜냐하면 주말 이틀간 시장이 쉬기 때문이다.


매일 장 초반 10분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고 극적인 움직임이 발생하는 시간대이다. 그 전날 장 종료후부터 축적된 에너지가 한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요일 장 종료 후부터 월요일 장 시작 전까지 들려오는 뉴스는 그 움직임을 더 크게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소식이 널리 퍼지기 좋고, 사람들이 마음을 더 오래 졸여야 되기 때문이다.


1987년 10월 19일 블랙 먼데이의 배경에도 바로 월요일이라는 요일적 특수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해 초부터 여름까지 신나게 상승을 즐겨온 미국 증시는 여름부터 비틀거리시 시작했고, 투자자들 마음 속에서는 이미 부정적인 심리가 가득한 상황이었다. 블랙 먼데이 이전 금요일 거래에서도 큰 폭의 하락이 발생을 한 상황에서, 주말 중에 미국 재무부 장관이 독일 등을 상대로 환율 전쟁을 선포하자 미국 증시는 월요일 개장부터 폭락을 하게 된 것이다.


이는 이번 폭락과 거의 유사한 구조였는데, 시장에 각종 악재들이 떠다니는 상황에서 목요일, 금요일 큰 하락이 발생을 했고,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듯 금요일 악화된 실업률 발표와 금요일 미국 증시 종료 후 들려온 엔비디아 반도체 신제품 생산 지연 뉴스가 주말 이틀간 태풍이 되어 월요일 아시아 증시를 제대로 강타한 것이다.







이상 간단하게(?) 8월 5일 월요일에 발생한 한국 증시 역사상 최대 하락에 대해 설명해보았다. 급하게 휘갈겨 쓰느라 이상한 부분도 많고, 오타도 많을 것 같지만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시장에서 살아남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급하게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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