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커리어 회고

6년 차 개발자의 한 해를 돌아봅니다

by Naserian

한동안 이런저런 서비스들을 구상하고 기획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 개발을 통해 선한 변화와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자 커리어 전환을 한 어느 개발자의 소소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시작 : 체인지메이커 웹개발자로 변신




작년 겨울부터 시작해 두 시즌째 스키를 배우고 있다.

두 시즌이라고는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 접한 스포츠이다 보니 겨울방학 맞이 스키캠프에 참가한 꼬맹이들보다도 못한 실력이다. 그래도 이왕 배우는 거 베이직 롱턴 자세로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오는 것을 목표로 스키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스키를 타다 보니 어느 하루는 실력이 엄청 향상된 것 같다가 바로 다음날 슬로프에 서는 순간 어제의 실력이 바로 퇴보하는 순간이 자주 있다. 개발자로서 단단해지다가 한없이 물렁해져 버리기를 반복한 올 한 해 내 모습과 여지없이 같은 모습이다.



근황 업데이트


그간 글로 담지 못했지만 작년 8월 한 차례 더 이직을 했고 현재는 커머스 상품을 담당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세 번째 직장에 몸담고 있다.

6년 차 개발자가 된 나는 이곳에서 '중니어'로서 포지션을 시작했다. 일하면서 '중니어'라는 용어를 듣다 보면 주니어도 아니지만 시니어도 아닌, 그렇지만 맡은 일 처리는 알잘딱깔센 해내는 존재라고 줄곧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올해 맡았던 일들은 이전 직장에서 경험해 본 성능 개선 작업도 있었고, 처음 접해본 도메인 니즈를 맞춰서 기능을 개발하거나 마이그레이션/고도화하는 작업들도 있었다. 이곳에서 한 해를 보내며 중니어는 대책 없이 모르겠다는 소리를 뱉지 않아야 한다고 일종의 다짐을 되새겼던 것 같다. 아무리 낯선 요구사항이더라도, 히스토리를 파악하기 어려운 도메인이더라도 일단 분석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게끔 소통하고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신생 버티컬의 초기 설계를 맡아 제로 베이스로 시작해 하나의 서비스로 런칭할 수 있었다.

어느 곳을 가나 묵힌 히스토리와 레거시를 가진 영역들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말이 된 이 시점에 나는 또 그런 버티컬을 고도화시키고 새로운 니즈를 녹여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Keep. Problem. Try.


올해만큼 회사 생활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았던 해는 많이 없었다. 그럴수록 일련의 경험들을 쪼개고 나열해 계속 지켜나갈 것과 어떤 것들이 어려움이었는지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1. Keep - 무엇을 지켜나갈 것인가

개발자가 되면서부터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이라면 특정 도메인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도메인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내 개발 커리어에 미디어 콘텐츠, 채용 플랫폼 도메인이 있었다면 올 한 해는 여행 커머스 분야에서 여행을 계획하는 고객과 파트너의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개발 연차가 오를수록 익숙한 도메인에서 오는 노하우도 있겠지만, 도메인을 가리지 않고 기술로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려 한다.


면접을 보다 보면 동료나 상사와의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생각을 피력하되, 최종 결정 사항은 팔로우하고 결과에 대해 함께 리뷰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는 타입이라고 답변했던 것 같다.

이 글에 모든 걸 다 풀어낼 순 없지만, 현재 조직의 일원이 되고 만 1년을 채우기도 전에 조직의 운영 방향과 인재상 등이 급격하게 변했다. 입사 시 내가 예상했던 방향과는 많이 달랐기에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고, 그럼에도 조직의 결정에 따라 최선이라 생각하는 방향으로 행동했다. 그리고 연말이 된 이 시점에 무엇이 옳았고 그른 것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 의견을 밝히되 주어진 상황에서 맞게 최선의 결정을 내려 행동하고, 반드시 결과에 대해 회고하는 사이클을 정말 진하게 경험할 수 있었던 한 해였고 이런 자세 또한 계속 유지할 것이다.


2. Problem - 무엇이 문제였는가

작년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를 도메인으로 보유한 곳, 평가와 보상이 연계되는 곳, 기술 과제와 비즈니스 과제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곳' 이렇게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이직을 결정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어 그 기준들을 되돌아보니 일부는 예상한 것과 같았고, 또 일부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던 것 같다.

올 한 해는 내가 몸담은 조직이 그간의 일하는 방식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방향을 트는 한 해였고, 이를 위한 크고 작은 결정사항이 쌓이며 함께 일했던 많은 상위 리더들 그리고 동료들이 떠나갔다. 한 해 동안 4명의 직속 팀장님들과 절반에 가까운 직군 동료들과 작별을 했다. 그들이 맡았던 업무들을 열심히 메우고자 전방위로 노력했지만 이따금씩 상황에 압도당해 속절없이 나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계속되는 조직 개편과 업무 조정에 멘탈 관리가 정말 쉽지 않았다.


3. Try - 무엇을 시도할 것인가

올 한 해를 돌아볼 때 AI의 진화를 빼놓고 말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하반기에 들어서 나는 단기 프로젝트와 프로젝트로 묶을 수 없는 작은 단위의 개선 사항 작업을 진행하면서 요구사항을 스펙으로 정의하고, AI agents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개발자인 나 대신 해당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나만의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예전 같았으면 완전히 내 작업만으로 3주가 소요될 프로젝트를 담당해 똑같은 3주 기간 내 이 프로세스를 정교화하는 시간으로 60%를 소요하고, 나머지 40% 시간에는 이 프로세스를 실행해 작업을 지시하고 완수한 뒤 AI agents을 위한 룰 문서들을 보강하는 식으로 일했다.


내년에는 이 프로세스를 더 강화해서 기존 프로젝트 속도와 완성도를 높이고, 절약한 시간을 이용해 병렬적으로 기술적 개선 과제(서버 컴포넌트 사용을 위한 css 차용 방식 변경, next js 프레임워크 버전업 등)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시간을 활용해보려고 한다.



다시 한번, 더 단단해지기


한해를 되돌아보니 AI로 인해 개발을 대하는 태도와 시대의 패러다임도 변했고, 내가 속한 조직의 상황도 많이 변한 것을 느낀다. 요즘은 내가 엔지니어로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까, 기술을 통해서 가치를 만드는 존재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두려운 감정에 휩쓸릴 때가 많다.

언젠가 한번 말했던 것처럼 나는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상황에 머물고 싶어 하는 안정추구형 성격이다. 그렇지만 그런 두려움을 깨고 새로운 것에 도전했을 때 얻어낸 성장의 순간도 잊지 못한다.


다시 스키 이야기로 돌아와 본다.

흔히 스키를 탈 때는 경사면에 몸을 던져야 내가 원하는 대로 스키를 이끌어 탈 수 있다고들 한다. 긴장감으로 인해 몸을 뒤로 빼거나 엉뚱한 곳에 힘을 주는 순간 고꾸라지거나 더 이상 원하는 대로 활주 할 수 없게 된다.


가파른 경사면에 겁이 나는 순간이 있더라도 움츠리지 않고 나를 단단히 던질 줄 알아야 한다.

다가오는 해는 변화의 능선을 타보면서 더 단단해지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Photo by Unsplash on Christian Cue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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