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머니가 말했다.
“학교 말고 아이들이 놀 곳이 없어요.”
그 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한 동네의 풍경을 말해주는 문장이다. 골목마다 차가 늘어서 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교문 안에서만 들린다.
이 동네에 놀이터를 하나 새로 짓는다면, 우리는 그 놀이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놀이터는 단순히 그네와 미끄럼틀을 놓는 일이 아니다. 그곳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가족의 시간을 품는 공간이며, 동네의 미래가 자라는 자리다.
그래서 이제는 만드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행정이 설계하고 시공사가 짓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과 아이, 전문가가 함께 실험하고 설계하는 리빙랩 방식으로 가야 한다.
리빙랩(Living Lab)은 말 그대로 ‘사는 사람들의 실험실’이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자신이 사는 곳의 문제를 관찰하고, 원인을 찾아내고, 해법을 함께 만들어보는 과정이다.
놀이터를 짓는 과정에 리빙랩을 도입한다면, 아이들이 직접 그림으로 꿈꾸는 놀이터의 모습이 설계에 반영될 수 있다. 학부모들은 안전과 접근성, 그늘과 휴식의 조건을 제안할 수 있다. 노년층은 소음이나 쉼터 공간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생각들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게 만들고, 결국 ‘우리 동네 놀이터’라는 이름에 진짜 주인이 생긴다.
리빙랩의 핵심은 ‘참여’가 아니라 ‘공동 설계’다.
누가 더 많이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함께 책임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주민이 참여하면 행정은 설계의 권한을 나누고, 전문가는 기술을 풀어서 설명하며 조율해야 한다. 이런 협력의 과정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마을 공간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하귀의 놀이터는 단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첫 실험장이 될 수 있다.
작은 놀이터 하나를 짓는 과정 속에서 행정은 주민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고, 주민은 정책을 만들어가는 감각을 익힐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리빙랩이 남기는 가장 큰 자산이다.
이제 묻고 싶다.
하귀의 놀이터를 ‘누가’ 만들 것인가? 그 답은 우리 모두다. 아이의 눈, 부모의 손, 주민의 마음, 행정의 의지가 만나야 비로소 그 놀이터가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
놀이터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마을의 교과서다. 우리동네의 새 놀이터, 그 시작을 리빙랩으로 열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