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바롤로의 한 비네리아에서 우연히 한국인 커플을 만났습니다.
‘우연히’라니요, ‘바롤로’에서, ‘한국인’을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 말도 안 되는 확률에 한 번 놀랐지요.
영국에서 당일 새벽 도착했다는데, 저녁 무렵까지 바롤로 비네리아에서 바롤로 테이스팅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열정에 두 번 놀랐습니다.
“바롤로에서 바롤로 마시고, 모데나에 가서 치즈랑 식초 맛보는 게 이번 여행의 목표예요.”
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 유명한 전통 오스테리아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끝냈을 땐, 예기치 않은 폭우까지 내렸지요. 자정이 가까운 시간, 숙소도 30-40분은 운전해서 가야 하는 아스티의 한 호텔로 잡으신 지라 초행 밤길 운전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그다음 날 저녁에 들려온 소식은 이랬어요. “지금 모데나로 가는 길이에요.” 역시 어둠이 내린 후 초행길인데 말입니다.
역시 여행에는 ‘투두 리스트’가 있어야 하는군요. 초행길 야간 운전도 이틀 연속 불사하는 에너지의 비밀이 거기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과 이탈리아는 7~8시간 시차(이탈리아 썸머 타임 기간에는 7시간으로 시차가 줄어듭니다.)가 나니, 이탈리아 저녁 7시는 7+7=14, 새벽 2 시인 셈이니까요. 그러니 이탈리아 시간으로 자정 무렵 운전은, 밤을 꼬박 지새우고 아침 7시에 운전한 것과 같은데, 더구나 초행길 어둠 운전까지 했다고 보시면 되는 겁니다.
아! 마치 요시모토 바나나 혹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툭 튀어나온 듯했던 두 분. 자식이 대학 갔으니 할 일은 다 했다며 훌쩍 여행을 떠나온 두 분의 에너지와 열정을 응원하면서, 저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며) 제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투두 리스트’를 추천합니다.
봄
. 따스한 햇살 아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느긋하게 카푸치노 한 잔
. 토리노(Torino) 비블리오떼까 레알레(Biblioteca Reale) 지하에 모셔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화상 보러 가기 (2023년 기준, 바로 내일부터 7월 9일까지만 공개 됩니다.)
. 프랄로르모 성(Castello di Pralormo) 튤립 축제 가서 인생 사진 한 컷(2023년 기준 4월 말까지)
. 농부 시장에서 왕의 채소라는 아스파라거스 한 다발, 금값 왕체리 양껏 사서 우아하게 맛보기
. 랑게(Langhe)와 로에로(Roero) 지역 할머니에게서 이탈리아 생파스타 레슨 받기
. 산도와 향미가 훌륭한 아르네이스(Arneis) 한 잔에 아페리티보 타임
여름
. 탁 트인 포도밭 뷰와 수영장 딸린 멋진 집 빌리기
. 누구 눈치도 안 보고 비키니(남성은 과감한 수영복) 입고 일광욕 즐기기
. 바르바레스코에서 바르바레스코 맛보기. 바르바레스코 탑(Torre di Brbaresco) 위에서 시원한 전경 보며 아페리티보 한 잔
. 몽포르테(Monforte) 재즈 패스티벌에서 야외 콘서트 즐기기
. 저녁 외식은 Dehor(야외 공간)이 있는 레스토랑에서 시원하고 여유 있게
가을
. 아침 이슬 내린 울긋불긋 물든 포도밭 사잇길 산책
. 알바(Alba) 트러플 축제 (Fiera di Tartufo) 구경
. 토박이 트러플 헌터와 트러플 헌팅 체험
. 트러플 듬뿍 올린 피에몬테 전통 생파스타 따야린(Tajarin) 맛보기
. 갓 수확해서 막 볶은 고소한 햇헤이즐넛 맛보기
. 바롤로에서 바롤로 맛보기
겨울
. 토리노(Torino) 알비체린(Al Bicerin)에서 초콜렛 커피 ‘비체린(Bicerin) 맛보기
. 카루(Carrù)에서 푹 끓여낸 부드러운 이태리식 수육 볼리또(Bolito) 맛보기
. 와이너리 방문자 적은 겨울 시즌에 와이너리 방문, 왕족 대접 받기
. 리모네 피에몬테(Limone Piemonte)에서 신나게 스키 즐기기
. 눈 내리는 날, 야외 목조 자쿠지에서 우아하게 버블버블 알따랑가(Altalanga) 와인 한 잔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고 계시나요?
. 바롤로에서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에서는 바르바레스코, 유명한 와이너리는 물론, 지역의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이너리도 궁금하신가요?
. 트러플 헌팅에서 트러플 캐고, 이탈리아 할머니와 함께 만든 파스타 위에 그 트러플 뿌려 먹고 싶으신가요?
. 흑돼지 방목 농가를 방문하고, 농가 주택에서 그 지역 사람들과 아페리티보를 하고 싶으시다구요?
. 정상에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산에서 등산을 하고, 산내음 마시며 스파를 즐기시고 싶으세요?
당신이 꿈꾸는 여행, 스치지 말고 스밀 수 있도록.
맞춤 여행 문의는 jiyoon.lee.0486@gmail.com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