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 바다의 경고

1. 고수온: 끓어오르는 바다, 텅 빈 양식장이 보내는 경고

by natflat

(알림) ‘기후변화 시대, 바다의 경고’는 해양수산과 관련된 기후 재난과 어민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2025년 여름, 경남 남해군 미조면의 한 해상가두리 양식장. 어민 김 모씨는 텅 빈 양식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올여름 유래없는 고수온과 빈산소수괴가 덮치면서 수확을 앞둔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경남 지역에서만 220ha에 달하는 양식장이 피해를 입었고, 피해액은 45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통영의 멍게 양식장에서는 30도가 웃도는 바닷물에 멍게가 녹아내렸고, 고성에서는 10월 수확을 앞둔 가리비가 빈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난이었습니다."


위에 글은 지난여름 뉴스 내용의 일부입니다. 이처럼 바다가 보내는 '뜨거운 경고'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 그리고 어민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후 위기를 이야기할 때 폭염, 가뭄, 폭우처럼 육지에서 벌어지는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곤 합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가장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곳은 바로 바다입니다.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열을 90% 이상 흡수하며 지구 온난화를 막아주는 거대한 '방열판'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바다는 그 임계점에 다다랐고, '해양 열파(Marine Heatwave)'라는 뜨거운 경고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바다가 끓는 속도,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해양 열파는 지난 30년간의 해수면 온도 중 가장 뜨거웠던 상위 10%의 고온 현상이 5일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합니다. 이 열파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었을까요? 2000년에는 전 세계 바다의 4.2%만이 이 현상을 겪었지만, 최근 2024년에는 그 면적이 9배 가까이 늘어 37.3%에 달했습니다. 지구 바다의 3분 1이 넘는 곳이 '끓고'있는 셈입니다.


더 놀라운 건 우리나라 주변 바다 상황입니다. 지난 57년간(1968-2024년) 우리나라 바다의 평균 수온은 지구 평균의 두 배가 넘는 1.58℃나 올랐습니다. 특히 동해는 2.04℃나 상승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는 바다 중 하나 됐습니다.



바다의 '뜨거운 뚜껑', 단순히 표면만 데워지는 게 아니다

바닷물이 데워지는 원리는 성층화(Stratificaion)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따뜻하고 가벼운 물이 바다 표면에 머물러 마치 '뜨거운 뚜껑'처럼 작용해 아래의 차가운 물과 섞이는 것을 막게 됩니다. 이 뚜껑이 두텁거나 견고해질수록 태양열은 표층에만 집중적으로 쌓이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현상은 단순히 표면의 온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바다의 심층 순환까지 방해해 지구 기후 시스템에 거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대서양의 열을 순환시키는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이 약해지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AMOC는 한 마디로 지구 전체의 열을 순환시키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벨트는 따뜻한 물을 뜨거운 남쪽에서 추운 북쪽으로 날라주고, 차가워진 물은 다시 남쪽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성층화 현상으로 바다 표면에 '뜨거운 뚜껑'이 생기면 이 순환이 느려지게 됩니다. 이 순환이 느려지면 유럽의 겨울은 더 추워지고, 북미 동부 해안의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기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바다가 보내는 이 경고가 왜 지구 전체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단순히 '어종 이동'을 넘어선 생태계의 비명

바다가 뜨거워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건 해양 생태계입니다. 고수온 기간이 길어지면 물고기를 비롯한 여러 해양생물을 숨 쉬게 하는 산소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마치 따뜻한 탄산음료의 김이 쉽게 빠져나가듯 바닷물도 산소를 잘 품고 있지 못합니다. 이렇게 산소가 부족해지면 물고기들은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면역력을 약화시켜 전염병까지 창궐하게 만듭니다. 물고기들은 살기 좋은 온도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하고,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잡히던 갈치 어획량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반대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아열대성 생물들은 경북 울진까지 올라갔습니다.


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바다의 열대우림인 산호초는 고수온으로 인해 하얗게 죽어가는 백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산호는 그 자체로 생명체이지만, 몸속에 '공생조류'라는 작은 식물을 품고 함께 살아갑니다. 이 조류는 산호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산호의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그런데 바닷물이 뜨거워지면 산호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파트너인 조류를 밖으로 내보내 버립니다. 그러면 산호는 하얀 골격만 남게 되어 죽게 되는 것입니다. 동해안의 차가운 물을 좋아하던 켈프나 다시마 숲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고수온이 바다 생태계 자체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재앙이 된 뜨거움,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선택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인공지능 기반의 고수온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수온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훼손된 해조류 숲을 복원하는 '바다숲 조성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이미 식상한 이야기가 돼 버렸을지 모르지만, 불필요한 전기 사용은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해양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행동부터 필요합니다. 어쩌면 이런 행동이 모이고 모여서 바다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힘이 될지 모릅니다. 바다가 보내는 이 뜨거운 경고에 귀 기울이고,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모여서 아직은 바다가 필요한 미래의 또 다른 우리들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 참고. 메인 이미지는 인공지능 이미지입니다


참고자료

1. 연합뉴스. (2025, 9월 21일). ‘추석 코앞’ 물고기 없는 텅 빈 경남 연안 양식장… 어민 ‘막막’.

2. 국회도서관 국가전략정보포털. (2025). [전문가칼럼_기후위기 특집④] 해양 기후재해 해양열파(고수온)와 우리의 대응.

3. 김용원. (2025). [자막뉴스] 제주도 갈치, 어획량 '반토막'… 어장 북상 이유는?. 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