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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Dec 10. 2022

걸려보니 알겠어요, 코로나 19가 힘든 이유를

  [대표님, 안녕하세요. 나탈리입니다. 촬영은 잘하고 계시죠? 다름이 아니라, 제가 오늘부로 회사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었습니다.. 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아 현재 재택 중입니다. 남은 촬영 마무리 잘하시고 화이팅하세요!]


 코로나 19 확진자가 됐습니다. 코로나가 기승이던 때도 걸리지 않았건만. 회사에서 유일하게 코로나 19에 걸리지 않았는데. 그래서 회사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드디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동료들이 ‘쎄하면 코로나다’라고 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온몸을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더라고요. 전날 얇게 입어서인가?라고 하기엔 뭔가 쎄-해서 자가 키트를 했습니다. 처음으로 두 줄이 희미하게 뜨더군요. 당장 옷을 챙겨 입고 자고 있는 남편을 불렀습니다. “여보, 나 두줄이야”


 전날 촬영 때문에 늦게 와 꿈속을 헤매던 남편이, ‘두 줄’이라는 단어에 눈을 번쩍 뜨더라고요. 집 근처 대학병원으로 PCR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전자 문항을 기입하고, 형식적인 검진을 받은 뒤 검사를 했습니다. 한쪽 코와 입 안쪽의 세포를 면봉으로 채취해갔습니다. 검사는 3초?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우선 회사에 연락을 했습니다.


 PCR 검사 전, 너무 아파서 화콜 2알을 먹은 덕분인지 조금 괜찮았습니다. 제발 코로나만 아니어라.. 고 간절히 비는데,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코로나 19 양성] 이럴 수가. 하필이면 이렇게 바쁠 때에. 눈치 좀 챙겨서 오지!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회사에 확진 판정 문자와 함께 재택 신청을 했습니다. 가족, 친구들과 트레이너님에게도 연락을 드렸고요.  약을 먹고 자다 깨다 일하다를 반복했습니다.


 다른 것 보다 목이 너무 건조해지더라고요. 목은 찢어질 것 같고, 그 와중에 붓기는 더 붓고.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소식을 듣고 엄마가 컬리에서 간편식들을 보내주셨어요. 사리원 사리곰탕을 제일 먼저 먹었는데, 건조했던 목이 촉촉해지면서 밥과 고기도 넘길 수 있겠더라고요. 그걸로 반 공기를 뚝딱했습니다.


 밥을 먹는 동안, 남편이 급하게 가습기를 사 왔습니다. 물을 가득 채운 가습기 통을 하단부와 연결하고 전원을 켜니, 방의 습도가 표시되더라고요. 32%. 제가 격리하는 방의 습도가 32%였습니다. 그래서 빨래가 그렇게 바싹 말랐구나.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방 안의 습도가 높아지길 기다렸습니다. 확실히, 습도가 55% 정도 되니, 숨쉬기가 편하더라고요. 9L짜리라 한 번 물을 채우면, 하루 종일 틀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요. 그렇게 확진자가 된 첫날이 지나갔습니다.


 둘째 날. 예상과 달리 너무 아팠습니다. 몸 주변에 정전기가 따라오는 느낌이랄까. 물이 닿거나 무언갈 만지면 조금 아팠어요. 화콜을 먹으니 금세 가라앉았지만요. 몸살 기운이나 미열은 화콜 또는 타이레놀을 먹으면 해결이 되는데, 문제는 목이었습니다. 전날보다 붓고, 건조해졌어요.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도 뿌리고 가글도 하고, 캔디도 먹어봤습니다. 통증은 줄여주지만, 붓기 자체가 가라앉지는 않더라고요. 게다가 환기 후 급격히 낮아지는 실내 습도 때문에 고생을 했습니다. 이 날따라 잦은 통화도 목에 무리를 준 것 같았고요.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도저히 몸이 따라주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잤어요. 주말의 내가 어떻게든 하겠지, 라는 마음으로요. 이날도 엄마가 보내준 사리원 곰탕과 강남면옥 갈비찜으로 두 끼를 먹었습니다. 저녁은 남편이 만들어준 파스타를 먹었고요. 한 집에 사는데 베란다 창문을 통해 만나니 애틋하더라고요.


 셋째 날. 동료들의 말론 둘째 날과 셋째 날이 고비라고 해요. 어제도 아팠는데, 오늘은 덜 아프겠지.라는 제 예상을 박살 내주었습니다. 기침과 오한, 그리고 목 부음이 심해졌습니다. 목이 부으니 밥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요거트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는 생각 밖에요. 아침은 엄마가 보내준 바나나 1개와 한라봉 1/3개를 먹었습니다. 삼킬 때마다 목이 아파서 인상을 찡그리면서 먹었어요. 점심은 안 먹고 싶었지만, 약을 먹어야 해서 챙겨 먹었습니다.


 냉동실에서 ‘Plantly’를 꺼냈습니다. 플랜틀리는 리얼 푸드 스무디 키트 브랜드입니다. 진짜 과일과 채소, 곡물을 급속 냉각하여 집에서 쉽고 건강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게 했어요. 만드는 방법도 쉽습니다. 좋아하는 음료를 컵 끝까지 채우고 블랜더에 30초~1분 정도 갈면 스무디가 완성됩니다. 저희 집엔 회사 대표님의 부캐인 사과농장 주스가 있어 그걸 넣고 갈았습니다. 이번엔 트로피컬 햄프를 선택했어요. 목이 너무 부어있던 터라 스무디도 넘기기가 힘들었지만, 다 먹었습니다. 상큼하고 시원한 게 당겼거든요. 스무디 덕분에 목의 열기도 가라앉았어요.


 아직 격리 3일 차지만, 가족의 품이 그립습니다. 2시간에 한 번씩 잠에서 깰 때, 가족의 손길이 생각나요. 아픈 날엔 가족들이 제 이마를 쓸어주곤 했거든요. 목이 아프니 남편과도 말하기도 어렵고. 사이버 부부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걸려보니 코로나 19가 악명 높은 이유를 알겠습니다. 사람을 외롭게 만들어요. 인사나 포옹 같은 인간적인 터치를 할 수 없게 만들잖아요. 몸도 몸이지만, 격리된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른 나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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