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형을 보려고, 마지막 그의 손길을 지키려 하고 있다. 형의 회고전에 초대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형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는데, 무엇이 아쉽고 괴로워 외로운 길을 갔을까. 술에 취해 내게 웃음과 욕을 한데 섞어 퍼부어대던 그가 점점 더 선명하다. 그는 매일 그림으로 내게 인사를 건넨다. 역시나 서문이 길어지는 그 인사는 날이 갈수록 큰 소리를 내고 있다. 항상 서문이 길었다. 결론은 급작스레. 본론이 없었다. 장황한 그의 설명은 본론을 가리고는 결론만을 향해 냅다 달려갔다. 그렇게 낭떠러지가 있는 줄도 모르고, 멈출 줄도 모르고 그는 아득히도 먼 곳으로 내려가버렸다. 결론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어떻게든 끝을 보고 싶어 했으나 자꾸만 말이 많아지는 자신을 싫어했다. 그래서 그는 술을 마셨고, 그때마다 내게 찾아왔다. 나는 그의 긴 서문을 말없이 들어주느라 밤을 새우곤 했다. 그치만 그 밤들은 꽤나 예뻤다. 똑같은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며 우리의 결론은 항상 “어떡하지?”. 나는 결론을 몰라도 좋았다. 그와의 대화 속에는 알맹이는 없지만 나를 간지럽히는 그 얇은 껍데기들이 가득해서, 그것들이 나를 웃게 해서 좋았다.
이제 형은 검은 상자 안에서 웃고만 있다. 나는 형의 단단한 팔을 때릴 수도 없고 형의 낡은 분홍 모자를 뺏어 쓸 수도 없다. 가끔 형과의 전화를 녹음해 둔 파일을 듣곤 한다.
“자연아!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너는 존나 독한 놈이니까 어디서든 잘 살아남을 거야. 아 씨발. 자연아! 행복해라. 나 없어도… 잘 살아.”
…
“뭘 아니야 병신아... 잘 살 거잖아. 야 농담이야 농담. 웃긴 게 뭔 줄 아냐? 나 울고 싶어서 술 마셨는데 울음이 안나아!”
형!
2018.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