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쇼맨 : 어느 독재자의 네번째 대역배우
뮤지컬 쇼맨은 노래로 시작한다.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파도는 계속 쉼없이 밀려오는데 나는 헤엄칠 줄을 몰라"
내 키만큼 높다는 말은 적당히 희망적이면서도, 적당히 절망적이다.
조금 뛰어오르면 숨을 쉴수가 있지만 다시 가라앉아 숨을 쉴 수 없는 깊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뛰어올라야 한다. 숨을 쉴 수 있도록.
이 뮤지컬은 어느 독재자의 대역배우를 하던 네불라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한국계 입양인 수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이 극을 봤을 때 소재가 참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다. 독재자의 대역배우라니, 그것도 네번째 대역배우. 참신하다는 생각과 함께 극에 빠져들었고, 보면볼수록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네불라는 독재자의 대역배우를 했다. 그리고 그 시절은 네불라의 가장 찬란한 추억이 되었다. 후회가 되지만, 또 그 독재자가 자신의 인생을 망쳤지만. 그러나 그독재자의 대역배우를 했던 그 시절이 네불라에게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빛나는 시절이 된 것이다. 아프지만 버릴 수 없는 네불라의 기억. 역겹지만 그 시절의 네불라에게 그 시절은 네불라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대역배우를 했던 시절이 네불라에게 큰 상처를 주고, 인생을 망치게 했지만. 그러나 그 시절이 자시의 찬란한 시절이었어서 아프지만 버릴 수 없는 기억이 되어버린 네불라를 보며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그런 기억이 있다. 아마 누구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러나 그 시절의 내가 너무 찬란해서, 그 기억이 너무나 아름다워 있어서 버릴 수 없는 기억. 그 기억을 추억하노라면 아픔과 함께 저릿한 기억. 이 뮤지컬은 나에게 그 기억을 떠올려 주었다.
수아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수아는 노래한다.
"굿걸 굿걸 굿걸 그 말이 뭐라고 그때는 그 말이 그토록 탐이 났을까 그 말이 왜그리 간절했을까"
입양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입양아인 수아가 장애를 가진 동생을 돌보며 착한아이를 연기했던 어린시절.
수아의 노래는 곧 나의 이야기였다.
착한 아이라는 말이 듣고 싶어 무리해서 연기하며 지냈던 나날들. 나는 그 말이, 너무도 간절했다.
뭣도 아닌 그 '착한 아이'라는 그 한 마디가 듣고 싶었다.
이 뮤지컬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극중인물들의 이야기인데,
어느새 나의 이야기가 되어있다.
무작정 달리던 것을 멈추고 잠시 쉬며 본인의 길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또, 아픈 어린시절의 나를 마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뮤지컬이 당신들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