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는 매일 아침 저마다에게 주어진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해 각자에게 정해진 무대가 준비된 곳으로 출근을 한다. 오디션 공고(채용 면접)를 보고 그 배역(직군)을 따기 위해 면접을 보고 들어간, 그 드라마(회사)를 연출(일)하기 위해서 말이다.
무대(회사)에 올라가는 순간 우리는 평소의 나는 잊은채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각자에게 주어진 배역에 맞는 옷을 입고 행동부터 말투까지 모두 바꾼다. 누군가는 주인공(임원)이 되고, 누군가는 조연(팀장)이 되고, 또 누군가는 엑스트라(인턴)가 된다.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주어진 대본(주어진 업무)에 따라 그것을 최대한 잘 연기하기 위해(보이기 좋은 퍼포먼스) 매일 같이 노력한다.
주어진 배역이 다르면 그에 따른 페이(연봉)도 달진다. 당연히 비중이 큰 배역일수록 페이는 높다. 페이 뿐 아니라 대우도 다르다. 주연은 대기실(사무실)도 혼자 쓰고, 스태프(지원팀)가 필요한 물품 등도 알아서 챙겨준다. 조연들은 다닥다닥 붙은 거울 앞에서 알아서 분장하고, 좁은 공간에서 휴식도 취해야한다. 그래도 조연들은 가까이서 몸 부딪혀가며 연기를 해서 그런지 주연들보다는 그 관계가 끈끈하다.
때로는 연출가(사장)에 의해 배역이 바뀌기도 한다. 연출가의 눈 밖에 나거나, 제대로 된 연기를 보이지 못하면 가차없이 배역이 바뀐다. 누군가는 엑스트라에서 단번에 조연급으로 오르기도 하고, 주인공은 하루아침에 무대 밖으로 쫓겨나기도 한다. 연출가의 연출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입 밖에 내면 안 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진리는 무대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우들은 오늘도 숨죽이며 연출가의 눈에 들기 위해 연출가가 정한 목표에 따라 열심히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한다.
배우들의 평가(인사 평가)는 주기적으로 이루어진다. 분기별, 반기별 평가를 하고 다시 한번 배역을 배치한다. 이때는 관객들(소비자)의 평가도 반영되고, 동료 배우들간의 평가도 반영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결국 연출가나 주연들의 입김이 작용한다. 모두가 잘 나가는 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대 위 배우들 사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른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퇴근 후) 술 한잔 하는 자리에서는 둘도 없는 형-동생, 언니-동생이지만 다음날 무대 위에 오르면 다시 냉정한 경쟁체재로 돌아온다. 동생이 내 배역을 빼앗을까, 선배가 내 연기를 마음에 들지 않을까 가슴 졸이고 서로를 감시한다. 언제 함께 연출가를 욕했나 싶게 무대 위에 오르면 모두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연출가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그날의 무대가 끝나고 내려오면(퇴근) 화장을 지우고, 옷을 바꿔 입고 일상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다. 누군가는 오늘 한 연기가 마음에 들어 뿌듯해 하며 집에 돌아가고, 누군가는 이런 무대 따위에는 더 이상 올라가고 싶지 않다며 또 다른 오디션 공고를 찾으며 다른 무대(다른 회사)를 꿈꾼다.
그리고 이 무대 밖에는 이 무대에 오르고 싶어하는 수많은 배우 지망생(취준생)이 존재한다. 그들은 무대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전혀 모른채 관객들이 보는 공연 자체만 보며 꿈을 꾸고 열정을 키운다. 그들은 점점 사라지는 무대에 불안감에 떨며 오늘도 오디션 공고를 찾고, 꿈의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연습실(도서관)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