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의 눈으로 본 임피 부장님 이야기

회사는 이성으로 다니고 퇴근 이후는 가슴 뛰는 일에 투자

by 위기회

'나는 퇴직 이후에 뭘 할 수 있을까?' 이제 직장생활 7년 차에 아직 대리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늘 이런 위기의식이 있다. 지금 내가 몸 담고 있는 금융업 특성상 뚜렷한 기술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 보다 주어진 일을 실수 없이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일이 경력에 도움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분명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 해야 하지만 크게 의미가 있거나 중요한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길게 설명할 거 없이 물경력이다. 물경력을 검색해 보니 '똑같은 업무만 반복하고 전문성이 낮고 성장 가능성이 없는 업무'라는데 지금 내 업무가 딱 그렇다.


입사 2년 차에는 연차는 쌓이는데 경력이랄 게 없으니 더 늦기 전에 퇴사를 하고 새로운 직무를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업무에 적응하니 편하기도 하고 지금 하는 고민이 배부른 소린가 싶어서 퇴사를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대신에 지금 회사가 몸은 편하니 일단 회사를 다니면서 자격증을 취득해 볼까 하는 생각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만일에 회사에서 잘리면 경력직으로 이직도 어려울 거 같으니 자격증 하나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일종의 내 노후를 위한 보험이랄까.


그렇게 이직과 퇴직, 노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간을 지나쳐 이제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다. 100세 인생이라는데 지금 다니는 회사를 평생직장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오래오래 다니는 것이다. 정년 연장이 되면 오히려 좋아~! 회사를 다니며 안정적인 생활로 근로소득을 유지하고, 월급을 열심히 투자해서 자산을 늘리고 싶다. 경력이라는 것도 회사를 이직을 할 때나 필요한 것이 아니겠어? 회사는 가늘고 길게 다니면서 퇴근해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나에게 자기 합리화 하니냐고 요새 MZ들의 이런 생각이 문제라고 꾸중할 수 있지만 일은 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는 이성으로 다니고 퇴근 이후는 가슴 뛰는 일에 투자하라'며 직장생활 30년 차, 임피(임금피크제)에 들어간 부장님 L이 말씀하셨다.


임피에 들어간 부장님을 보면 크게 3 부류이다. 회사에 헌신했지만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임피에 들어간 부장님, 명예퇴직하면 딱히 할 게 없어서 임피에 들어간 부장님, 회사에 다니는 걸 루틴 삼아 임피에 들어간 부장님이다.


세 번째 부장님을 보면 여유가 느껴진다. L 부장님이 세 번째 경우이다. 평소에 취미로 책도 읽으시고, 퇴근 후에 지인들과 만남도 하시며 회사 밖의 삶이 있다. 또 투자에도 관심이 많으셔서 일찍이 우리나라 최상급지에 자가를 마련하였다. 요즘엔 주식 투자도 하시며 자산의 크기를 높이고 있다. 종종 L 부장님과 모닝커피를 하면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에 감탄을 하게 된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예전에는 언제까지 회사에 다니냐~ 지겹다~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꾸준히 들어오는 월급에 감사하다. 월급으로 시드를 모아서 주식 투자의 눈덩이를 키우고 싶다. 주식 투자를 조금 해보니 수익률 보다 중요한 건 수익금인 거 같다. 아무리 수익률이 높아도 꼴랑 1주 가지고 있으면 큰 의미가 없다. 결국엔 또 주식 이야기로 끝나는 나의 브런치 글..


나 같은 개미 투자자도 주식에 관심이 큰걸 보면 고점인 거 같아 두려운 마음도 들지만 코로나 시대에 동학개미운동에도 참여했던 개미로서 요즘처럼 장이 좋은 축제에 빠질 수 없지. 삼일절 대체휴일에 카페에서 느긋하게 카푸치노를 마시며 내일도 회사를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동기부여로 글을 적는다.


한 작가님은 회사를 다니는 이유가 퇴근이 너무 좋아서라는데 (이것도 광기인 듯) 내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월급 받아서 취미 생활도 즐기도 투자도 하기 위해서다. 또 회사에 다니니 브런치에 쓸 글의 소재도 늘어간다. 회사에 다닐 이유가 아주 많군?



회사를 안 가서 월요병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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