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정치도 능력이다
사내정치도 능력이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몇 안 되는 직원 복지 중에
직무 교육을 지원해주는 것이 있다.
이번에 지원서를 접수한다 하여,
서류를 써서 본부장의 서명을 받으러 찾아갔다.
서명을 받으러 갔더니, 본부장이 나에게 하는 말...
"다른 사람이 벌써 이거 서명받으러 왔다 갔는데..."
눈치껏 포기하라는 신호였다.
그래서, 그냥 알아서 포기하려는 순간, 본부장의 회심의 일격
"신청한 사람이 나이가 많으니,
선배에게 양보한다 치고, 이해해 줘"
말 한마디에 천냥빚 갚는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싶었다.
본부장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조금 있으면 50이 되는 나이에 어린 후배 취급받는 것도
새로웠지만, 이런 것마저도 나이와 지연에 의해 결정이
된다는 게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본부장이 말 하는 사람은 나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인데, 선후배 프레임은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기분이 나빠져서, 지원을 포기하겠다 하니,
본부장이 나에게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어차피 떨어지겠지만, 원하면 서명은 해 줄게
이 말을 듣자, 자존심이 상했고, 오기가 생겼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서명받아서
지원이나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본부장에게 서명해 달라 하고, 지원 서류를 제출했다.
헛헛한 마음에 직장동료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 사람들이 하는 말
사내정치도 능력이야
틀린 말은 아니다. 사내정치도 능력인 건 맞다.
하지만, 개개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소위 '지인찬스'로만
모든 지원이 결정되는 우리 회사를 보고 있자니,
왜 20~30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지 알 수 있었고,
그런 그들을 내가 붙잡지 못하는지 다시 한번 체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밤은 쓰린 맘을 붙잡고
무알콜 맥주나 들이켜면서
스스로를 토닥여주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