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하늘 아래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같은 색
책 출판을 위해 출판사와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책에 들어갈 삽화 일부를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원고를
수정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들을 잘 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봐줄 만한 것 같아서
지난주에 자랑하는 마음으로
미술 선생님께 보여드렸다.
난 선생님이 칭찬해 주실 거라 기대했는데,
선생님은 내 예상과 달랐다. 그린 그림들을
쭉 살펴보던 선생님은 나에게 질문했다.
"그림에서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그림을 그린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어요?"
선생님의 말에 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렇게 깊게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찍은 사진 중에서
괜찮은 것을 찾아서, 그걸 참고해서 그렸다.
즉 그림이 멋있어 보여서 그린 것이지,
내 생각을 보여주기 위해 그린 것이 아니었다.
미술 선생님의 질문은 내가 하고 있는
여러 활동에 큰 영향을 줬다. (사실 캘리그래피와
사진을 찍는 이유도 단지 남들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작업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캘리그래피를 작업하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도
항상 구도 잡는 것이 어려웠다. 왜냐고?
내가 만든 결과물을 통해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철학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브런치에 글 쓰는 것도 동일한 문제가 적용 됐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내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글보다는
독자들에게 "멋진" 인상을 줄 수 있는
그럴싸한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글에 깊이가 사라지고
점점 글감이 없어져서 글을 쓰는 빈도가
줄었다. 게다가 글을 쓴다 해도,
독자들과 교감이 없는 글을 쓰곤 했다.
지난 주말 미술 선생님과의 대화를 기점으로
난 다시 한번 내 글이 가진 고유한 색깔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머릿속으로 수백 번
수천번 고쳐쓰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무슨 색일까? 나는 어떤 맛을 내고
향기를 내는 사람일까?"를
쉬지 않고 고민하고 있다.
내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색은 시원한 파란색이다.
내 글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맛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맛을 내고, 아카시아와 같은 친근한 향을 내는
그런 브런치를 운영하고 싶다.
내 브런치를 처음 온 사람도 오랫동안 온 것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독자님들과
편안하게 교감하면서 살아가는 공간으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