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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길(Camino de Santiago)

나는 순례자의 길을 걸을 것이다.

by 나저씨
나저씨 촬영


20대부터 지금까지 꿈꿔온 일이 있다.

바로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이다.

다양한 영화, 드라마, 책을 통해 접해왔던

순례자의 길은 나에게 짝사랑하는

이성 같은 존재였다. 가까이하기엔

겁이 나서 멀리서만 바라보는

그런 순애보적인 존재. 그래서인지

항상 생각만 했고, 실행에 옮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드디어 '순례자의 길'

걷기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몇 년 후 내 멘털이 깨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어머니가 암 확진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고 계신다. 이미 뼈까지

전이된 상태라 치유라기보단 연명에

가까운 치료를 받고 계시는데, 어머니가

내 곁을 떠나시기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한다. (물론 어머니의

치료가 효과가 있어 병세가 호전되어

나와 함께 계시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면,

나의 순례자의 길 여정이 뒤로 밀리겠지만,

그런 일정 연기는 20년이라도 반갑게

받아들일 것이다.)



어머니가 내 곁을 떠나면 매우 높은 확률로

내 멘털이 깨질 것이라 생각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는 어머니의 존재가 있어

슬퍼하긴 했지만 멘털이 깨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난 '부모가 없는 존재(고아)'가 되는 것이고,

더 이상 인생의 어려움이 생겼을 때

어리광을 피우며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멘털이

깨질 예정이라 한 것이고, 그때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순례자의 길'을 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스페인어도 일상 대화와 기본적인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리려 하고 있으며,

천천히 기초체력을 올리기 위한 운동도

시작하려 한다.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다는 걸

이혼을 통해 경험했기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헤어짐이 있다는 걸 안다 해서

내가 준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은 목적이

아니다. 내 목적은 순례자의 길을 걷는 동안,

어머니께 해드리지 못한 회한으로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난 퇴근하며

어머니께 전화를 드린다.



"엄니, 나여. 몸은 좀 어때? 밥은 먹었고?"




















"엄니... 사랑해... 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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