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독은 독으로 이겨낸다

인생이 당신을 배신할 때

by 나저씨
나저씨 작품


미트리다티즘: 특정한 독에 대해 점진적으로 내성을 키우는 것


기원전 2세기 폰토스 왕

미트리다테스 6세는 독살을

두려워하여 미량의 독을

꾸준히 섭취하며

독에 대한 내성을 조금씩

길렀다고 한다. 그리고 나도

최근에 비슷한 경험을 해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10년 넘게 친하게 지냈던

직장동료의 거짓말을 알게

되면서 크게 실망했다.

이혼부터 시작해 나의 사적인

이야기를 80프로 이상 털어놨던

사이였기에,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하면서도 배신감에 한동안

힘들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었다.

분한 마음에 밤에 이불을

차지도 않았다. 혹시 무의식중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싶어

살펴봤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담담했다. 어떻게 이렇게

무덤덤할 수 있는지 의아해하던

중 문득 깨달았다. “이혼이라는

극한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관계 깨짐의 극한이자

배신감의 절정인 이혼을 겪으면서,

나는 관계에서 오는 ‘독’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 같다.

만약 그때 그 독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지금의 내 상태는

더 나빴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독을

극복하면서 내면이 한층

단단해진 듯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독(어려움)을

마주하게 될 텐데, 그때마다

‘독은 독으로 이겨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현실 앞에서 자책하거나

쉽게 포기하지 말고 이 경험이

나중에 더 큰 독을 이기는 힘이

되줄 것임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오랜만에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보인다.

생각해보니 맑은 하늘과 뜨거운

태양에 감사할 수 있는 건,

그 전에 폭우를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오늘은 날씨도 맑은데,

간만에 나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마시러 다녀와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