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낭비가 아니라 투자
안녕하세요, 나저씨님.
지난번 편지에서 두통이 심해 응급실에 다녀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은 좀 나아지셨는지요. 몸이 고단할 때는 마음도 잠시 어두워지기 마련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다음에 얼굴을 마주할 때 천천히 나누기로 하고, 오늘은 나저씨님이 물으셨던 질문에 답을 드리려 합니다.
인생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질문을 처음 읽었을 때는 간단히 정리해 곧장 답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우선순위를 매긴다는 건 인생의 중심을 어디에 둘지 결정하는 일이라 생각하니, 쉽사리 단정할 수 없더군요. 하루에도 몇 번씩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결국 망설임 끝에 한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제 인생의 1순위는 건강입니다.
너무 뻔한 대답이라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단순한 조건이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짓는 토대임을 절감합니다. 나저씨님도 두통으로 고생하셨으니 아실 겁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금세 주저앉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그 어느 것도 제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40대는 여러 역할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나이입니다. 부모로서, 직장인으로서, 누군가의 동료로서. 그래서 건강을 챙긴다는 건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지요. 규칙적인 운동, 식단 조절—머리로는 다 알지만 현실은 늘 시간에 쫓깁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관점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건강은 거창한 결심보다 수면이라는 가장 단순한 습관에서 시작된다고요. 제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에는 ’ 사당오락(四當五落)’이란 말이 유행했습니다. 네 시간 자면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지금 생각하면 잔인한 말이었지요. 사회에 나와서는 ‘새벽형 인간’이 성공의 표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 유행에 휩쓸렸습니다. 잠을 덜 자면 하루를 더 얻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제가 얻은 건 시간이 아니라 병이었습니다.
잠을 줄인 대가로 부정맥이 생겼습니다. 한밤중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어 잠에서 깨는 일이 반복되었고, 불면이 이어졌습니다. 수면 부족은 정신의 균형까지 무너뜨렸습니다. 어느새 우울감과 공황이 문틈으로 스며들었지요. 그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저는 성공을 위해 잠을 깎았지만, 사실은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면의 중요성을 굳이 과학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은 잠을 자야 회복됩니다. 면역이 복원되고, 감정이 정리되며, 사고가 명료해집니다. 저는 지금도 하루 7시간의 수면을 지키려 합니다. 잠을 ‘낭비’로 보지 말고 ‘투자’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잠으로 투자한 시간은 두 배의 삶으로 이자처럼 돌아옵니다.
말이 길어졌군요. 글을 마치며 이렇게 정리해 두겠습니다.
세상에는 중요한 일이 많습니다. 돈, 관계, 일, 명예—모두 나름의 무게를 가집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건강 위에 세워질 때만 지속됩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맨 것도 결국 건강을 지키지 못한 인간의 허망한 욕심이었을 겁니다.
제 편지가 나저씨님의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변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물 한 잔 곁에 두시고, 오늘 밤엔 푹 주무시길 바랍니다.
10월의 문턱에서,
기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