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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공방 Jun 30. 2024

이직을 해야 쓰것다.

그런데 어디로?

내가 생각했던 서른 살의 나는 멋진 어른이었다.


결혼은 하지 않았을 것 같았고, 

했더라도

적어도 '커리어'라고 부를 만한 것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보람과 긍지를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렇게 난 20살 땐 나이를 먹으면 멋진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난 서른살이 넘어서 사회적으로 초년생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해진 주제에

끊임없는 직업탐색을 하고 있었다.


중간에 이직도 하고 

스페인도 다녀오고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좀 쉬기도 했지만

여전히 내가 갈 길은 안개가 낀 듯 보이지 않았다.


분명 스페인에 있을 때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난 이것이 긴 싸움이 될 거란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게

'글을 쓴다'라는 행위에 대한 무게가 너무 버거워서

한달 넘게 컴퓨터 조차 켜지 않는 자신을 보면 

두려움을 넘어서는데 꽤 오래 걸릴게 분명해 보였다.


나는 그 시간을 견딜 직업이 분명히 필요했다.




일단 영어학원으로 돌아가기는 정말 하기 싫었다.

코로나로 인한 잦은 회의.

하다못해 이태원에서 코로나가 터졌다는 뉴스가 나오면

학부모님들께 전화를 돌려 

선생님 및 원어민 선생님 누구도 이태원에 가지 않았다는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게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쉬운일은 절대 아니었는데


이렇게 휴원과 인터넷 수업 등을 거친 아이들이 평소와 같이 관리가 될 리 없었고

중학생들은 더욱 그러했다.


난 기가 쪽 빨린 채로 그만둬서 두번다시 그쪽으론 고개도 돌리고 싶지 않았지만,

배운 도둑질이 그거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머리를 쥐어 뜯으며 

영어 학원 구인공고도 살펴보긴 했다.


내가 원하는 직업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직업

아니면 글을 쓸 수 있는 직업을 고르고 싶었다.

물론 나는 그쪽 관련 경력이 없었다.

출판사도, 작가도 멀기만 해 보였다.


이제 찾다 못해 캐셔, 독서실총무 등의 공지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독서실 총무는 지원도 진지하게 했었다.

하지만 이전에 지원한 사람이 되면서

그 곳에서 일할 수 없게 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바정도로 생각하고 지원했던 것이기 때문에

이 서울 땅에서는 알바 지원도 쉽지 않구나 생각하며

괜한 패배감에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게 됐다.



그러던 중 대학 때 알던 언니와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직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더니


"전공이 이쪽인데 국어학원은 어때?"

라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줬다.


그렇다. 

나는 이미 갖고 있는 능력이 있었다.

너무 당연해서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퇴사 2달이 조금 지나서


국어학원 선생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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