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높은 현자들에 대하여 2>
차라투스트라는 이름 높은 현자들을 비판하며 사막에서 진실한 자를 찾으려고 합니다. 도시에 머물며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말로 그들의 환심을 사는 현자들과 달리 사막에는 무엇이 있길래 차라투스트라는 사막으로 향하려고 할까요?
사막에는 예로부터 진실한 자, 자유로운 정신을 소유한 자들이 사막의 주인으로서 살아왔다. 그와 달리 도시에는 자신의 배를 넉넉히 채운 이름 높은 현자들, 이를테면 수레나 끄는 짐승들이 살아왔고. 저들은 나귀가 되어 때를 가리지 않고 끌고 있다. 민중의 수레를 말이다!
우리는 많은 규칙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중 대부분은 자연에서 우리의 생존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들입니다. 자연에는 신호등이 없고, 출근 시간도 없으며, 나이 많은 동물에 대한 인사도 없을뿐더러 소유에 대한 증서나 권리도 없습니다. 사막은 모든 가치가 사라진 곳이며 이곳에서 남들이 정해준 선과 악, 법과 질서는 자신을 지켜주지 못합니다. 도시에서는 사막에서는 쓸데없는 질서와 규칙이 쓸모를 가집니다. 그것을 잘 이용한 자는 명성과 부를 얻게 됩니다. 민중들은 자신들이 바라고 꿈꾸는 것들을 수레에 싣고, 현자들은 그것을 끌어주며 마치 그것이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현세에 이루지 못할 것들을 수레에 담고 생이 끝나고 어서 빨리 그것이 충족되기를 바랍니다. 천국과 극락이라 불리는 내세에 대한 환상은 현자들이 이끄는 수레 속의 규칙을 통해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정신은 스스로 생명 속으로 파고드는 생명이다. 생명은 그 자신이 겪는 번민을 통하여 자신의 앎을 증대시킨다. 너희는 이것을 이미 알고 있는가? 그리고 정신의 행복이란 이것이니, 성유를 바르고 산 제물이 되어 눈물로 봉납되는 것이다.
사막에서의 지혜는 도시의 규칙과 달리 갈증과 고독이라는 번민을 통과하며 생명력의 강인함을 깨닫는 데서 얻을 수 있습니다. 멈추고 싶고, 쉬고 싶은 편안함을 바라는 나약한 자신을 극복해야만 생존의 행복은 찾아옵니다. 육체적 괴로움에서 비롯된 정신적 고통은 오히려 생명을 이어나가지 못하게 하기에 자신을 파괴하고 더 강한 존재로 나아가고자 하는 과정만이 최고의 승리이자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너희는 바람의 광포함 앞에 몸을 움츠린, 잔뜩 부풀어 오른 채 떨면서 바다를 가르는 돛을 본 적이 전혀 없는가? 나의 지혜는 저 돛처럼 정신의 광포함 앞에서 떨며 바다를 가른다. 나의 사나운 지혜는!
사막에서의 정신은 거친 바다 위에서의 배와 같이 팽팽한 돛의 인내가 필요합니다. 폭풍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달아나지 않고, 폭풍의 힘을 동력으로 하여 팽팽한 긴장의 돛을 지속하는 것만이 허무의 바다를 가로지를 수 있는 차라투스트라의 해법입니다. 그의 지혜는 부드럽거나 친절하지 않고 사납습니다. 하지만 부드럽게 침몰하는 것보다 사납게 표류하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실천적 방안입니다.
테오도르 제리코는 1816년 발생한 참혹한 사건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영국은 나폴레옹 전쟁 동안 점령했던 서아프리카 식민지 세네갈을 프랑스에 반환하기로 합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식민지 보호를 위해 보병, 행정관, 탐험가 등을 태운 4척의 호송대를 파견합니다. 이때 메두사호를 지휘하던 함장은 위그 뒤로이 쇼마레(Hugues Deroy de Chaumareys, 1763-1841)였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해군에 복무하지 않고 사교계에서 활동하던 인물이었습니다. 도시의 사교계 생활에 익숙했던 함장의 무능함으로 메두사호는 다른 함대들과 연락이 두절되었고, 함장의 심각한 실수로 인해 서아프리카 해안의 모래톱에 좌초되었습니다. 구명보트의 부족으로 인해 승객과 승무원의 3분의 1을 태울 수 있는 임시 뗏목을 만들어 해안으로 향하고자 했으나 뗏목은 표류하게 되었고, 물과 식량의 부족으로 인해 탑승자 중 단 15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거친 바다 위에서 사교계의 능숙함은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예견하지 못한 재난 상황에서 생존자들은 땅에서의 모든 규칙과 도덕을 버리고 생존에 대한 의지만을 남기게 됩니다. 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먹어야 하는 처참한 고통을 통과하여 그들은 생존의 기회를 얻습니다. 뗏목의 제일 앞, 가장 높은 곳에서 구조선을 향해 붉은 천을 든 남자의 행동은 우아함이나 기품 따위를 보이지 않습니다. 발밑의 시신을 딛고 올라서서 절망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그의 사나운 지혜가 죽음의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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