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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Aug 15. 2020

코로나 이후의 미디어 생태계와 스트리밍 그리고 넷플릭스

코로나 이후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 초유의 재난은 아직까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디어 분야도 코로나 이전과 그 이후가 같을 수는 없다. 미디어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마찬가지였겠지만 최근 두 달 간 코로나 이후 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서 글을 쓰고 발언 할 기회들이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몇 가지 질문에 답해 보고자 한다.      


1. 코로나 이후 나타난 미디어 생태계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코로나 이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해진 단어는 아마도 ‘비대면’과 ‘거리두기’일 것이다. 이 두 가지 단어가 시사하는 것은 일과 여가에 있어 미디어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대면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필수적이다. 학업과 근무에 있어 미디어를 통한 원격 환경은 이제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 여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과 같이 미디어 소비를 통해 여가를 즐기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진행되고 있던 디지털 대전환과 스트리밍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공공서비스가 미디어 생태계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던 1990년대 초반을 지났고, 미디어 시장의 독과점이 해제되고 사적영역이 성장해 공익성과 산업성이 동시에 강조되던 2010년대 ‘융합 이행기’를 지나, 2020년대부터는 코로나 이후인 ‘디지털 대전환기’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 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미디어 시장의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되고, 특히 콘텐츠 소비가 스트리밍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출처: 김은지 (2020. 7. 23). 넷플릭스發, 미디어 시장 대 격변… “5년, 10년후 ‘코드커팅’ 대비해야”.『디지털타임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0072302109931032014&ref=naver


2. 스트리밍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코로나가 사태가 터질 것이라고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 사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미디어 분야에서 가장 많이 회자 되던 것 중 하나는 스트리밍 전쟁(streaming wars)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량과 가입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2/4분기 기준으로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는 2억명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까지 증가했고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는 6천만명을 돌파하였다.      


스트리밍이라는 용어는 이제 콘텐츠와 플랫폼을 막론하고 매체를 초월해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용양상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스트리밍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을 원하던 언제가 되었던(‘what you want, when you want’) 이용자가 자신이 필요할 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Herbert, Lotz & Marshall, 2019, p. 354). 스트리밍이 은유하는 것은 이용자가 콘텐츠와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2018. 7. 25.)에서 넷플릭스 효과(Netflix effect)라고 얘기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소비자 중심 사고는 스트리밍 환경에서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맥도널드와 스미스-로우지(McDonald & Smith-Rowsey, 2016/2020) 역시 넷플릭스 효과에 대해 소비자가 갖는 선택 폭을 확장하고 개인화를 더욱 최적화 시키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출처: 위의 단락은 노창희 (2020). 스트리밍과 미디어 생태계의 지형변화 <2020년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 상반기 학술대회> 발제문에서 가져온 것임.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미디어 시장의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하고 특히 콘텐츠 소비가 스트리밍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며 “기존 스트리밍은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술적 기반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이용자가 정말로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김수현 (2020. 7. 27). 24시간 트롯·다큐멘터리…연령별·성별 맞춤형 채널 나온다.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72611340727690


3. 넷플릭스는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제는 국내 미디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이 질문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나쁜 영향을 미친다’와 같이 단순하게 대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은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견제와 협력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1990년대만 해도 국내 미디어 산업에서 미국이 행사하는 영향력이 대단했다. 스크린쿼터로 자국 영화를 보호하지 않으면 내수 시장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음반시장에서 팝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국내 미디어 산업이 자국산 콘텐츠 위주로 온전히 재편되기 시작한 것은 21세기를 전후로 해서이다. 국내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지만 넷플릭스와 같이 국내 사업자와의 제휴와 협력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플랫폼의 영향력을 높여나간 사업자는 없었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치열한 OTT 경쟁 속에서 넷플릭스도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넷플릭스를 잘 활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이 효율적으로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넷플릭스가 우리 미디어 시장에 던지는 최대 긍정 요소로 봤다. 아직 방송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동남아시아에 넷플릭스가 진출하면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의 수출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 실장은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는 넷플릭스와 우리 콘텐츠 제작 기업의 니즈가 맞는 상황”이라며 “넷플릭스의 홍보 전략과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똑같은 콘텐츠라도 넷플릭스로 유통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는 말도 나올 정도”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넷플릭스 영향력이 커지면서 필연적인 부정적인 요소를 초기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 실장은 “외국 자본이 투입되면서 국내 콘텐츠 제작비 확보는 수월해졌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제작 투자 시장이 공동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콘텐츠 시장의 자생력이 약화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가 끊기면 국내 콘텐츠 제작 산업에 적잖은 위협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가 콘텐츠의 2차 저작권과 같은 판권을 가져가게 되면 극단적으로 우리나라 콘텐츠 제작 기업이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특히 넷플릭스의 영향으로 증가하는 콘텐츠 제작비는 영세한 사업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일부 대형 제작사가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투자 혜택을 독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공세가 격화되면서 국내 토종 OTT 플랫폼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많다. 노 실장은 플랫폼 시장 자체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빠른 상황인 만큼, 국내 OTT가 주도권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노 실장은 우리나라 OTT들이 무조건 대규모 투자만 하려 할 것이 아니라 소소하고 다양한 차별화 시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OTT에 대항하기 위해 대규모 콘텐츠 합작 투자도 필요하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공허해질 수 있다”며 “명확한 목적과 기대효과 없이 무조건 대규모 투자에 집착하기보다는 우리나라 웹툰이나 소설 등 아직 알려지지 않은 콘텐츠의 판권을 사서 영상화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을 사례로 꼽았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노 실장은 “우리 기업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콘텐츠를 발굴할 기회가 충분히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OTT들이 콘텐츠 확보 풀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플랫폼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 수급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출처: 김수현 (2020. 8. 3). “넷플릭스도 언제든 위기 온다…플랫폼 주도권 포기 이르다”.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72915073168272

이미지 출처: Thibault Penin https://unsplash.com/photos/3HInbCmQ8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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