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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Jan 22. 2022

한국 드라마에게 넷플릭스는 무엇인가?

유건식.『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

“넷플릭스는 무엇인가?” 앞의 문장에는 넷플릭스에게 영향을 받는 주체가 빠져있다.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넷플릭스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앞의 질문은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에게 넷플릭스는 무엇인가?”, “영화에게 넷플릭스는 무엇인가?” 등 질문 10개 정도는 금세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1월은 넷플릭스가 대한민국에 진출한 지 만6년이 되는 시점이다. 그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넷플릭스의 경쟁자, 파트너, 넷플릭스를 규제해야 하는 정부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에게도 “넷플릭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도전적인 질문일 가능성이 높다. 너무 흔하게 쓰는 표현이라 굳이 선택하고 싶지 않은 용어이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게임 체인저’는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체가 다른 대상으로 바뀐다면 “넷플릭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상대적으로 답변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OTT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넷플릭스는 넘어서기 어려운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고, 정부에게는 자신들의 통제 범위를 넘어선 까다로운 존재일 것이다. 그렇지만 대상이 한국 드라마가 된다면?     


“장점으로는 충분한 제작비 투자, 블록버스터 제작, 190개 이상 국가에 동시 유통, 청불(청소년 시청 불가) 작품 제작 등 스토리의 상대적 자유로움, 드라마 횟수와 분량의 유연함, 최고의 품질 추구, 공격적인 마케팅 등이 있었다. 단점은 국내 드라마 제작 프로세스에 대한 미흡한 이해, IP 독점에 따른 불만, 늦은 의사결정, 작품 성공에 따른 이익 미배분, 사전 제작에 따른 시의성 반영 불가 등이다(181쪽).”     


위의 문단은 유건식이『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에 영향을 준 장점과 단점을 정리한 것이다. 대부분 동의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장점과 단점이 뒤바뀔 수 있다. 가령, 190개 이상 국가에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에 유통할 수 있다는 장점은 직접적으로 해외 판매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위에서 단점으로 지적된 늦은 의사결정은 촉박한 시간을 두고 제작이 결정되는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드라마에게 넷플릭스가 무엇인지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유건식은 아마도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관련된 책을 가장 많이 쓴 저자 중 하나일 것이다. 책 출간 소식을 접한 후 반가운 마음이 컸다. 마침 관련된 자료 특히, 현장의 의견을 알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책에도 인용이 되어 있지만 필자도 방송통신위원회 연구 용역 『방송프로그램 표준제작비 조사연구』를 통해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현장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연구가 진행되면 될수록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로 귀결되어 가는 느낌을 받아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시장에 미친 영향은 짐작보다 훨씬 컸다.     


『방송프로그램 표준제작비 조사연구』를 진행했던 것이 2018년이었다. 그 사이 3년이 흘렀고,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생태계 아니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졌다. 아울러, 넷플릭스에서 국내 콘텐츠가 가진 중요성도 그에 못지않게 커졌다. 이제는 K-콘텐츠 없는 넷플릭스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라는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는 미디어를 연구하는 사람에게나 미디어 산업에 관심이 많이 일반 독자에게나 유용한 책이다.      


이미 넷플릭스에 관한 많은 책이 나와 있지만 학술적인 측면에서 넷플릭스에 입문하기도 좋은 책이다. 넷플릭스에 관한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제1장 글로벌 넷플릭스 vs 한국 넷플릭스’에 나와 있는 넷플릭스에 대한 정보가 유용할 것이다. 연구자라면 이 책을 위해 진행된 인터뷰뿐 아니라 기존에 나와 있는 자료에 담겨 있는 넷플릭스에 관한 제작자의 의견에 대한 충실한 정리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왜 한국에서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드라마 제작을 확대하는 것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72쪽).”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은 콘텐츠의 수준이 높은 만큼 글로벌 OTT 플랫폼이라고 할지라도 국내 콘텐츠를 확보하지 않고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쉽지 않다. 앞에서 인용한 것처럼 글로벌한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작할 수 있으니 넷플릭스는 계속해서 국내에서 드라마를 비롯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제작자들은 왜 넷플릭스와 협업하기를 원하는가? “넷플릭스 드라마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이유로는 안정적인 제작비, 오픈된 소재, 작품에 대한 몰입, 짧은 러닝타임, 시청률 부담 해소, 글로벌 진출, 시즌제 등을 들고 있다(79쪽).” 국내 제작자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안정적으로 제작비를 확보해 주고, 개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돈 걱정 없이 자유로운 제작환경을 보장해 주는 투자처인 것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생태계 미치는 악영향은 무엇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경우 모든 권리를 넷플릭스가 갖는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고, 구매의 경우에도 영원히 서비스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150쪽).” 이 때문에 오징어 게임과 관련해서 IP 독점 문제가 이슈가 된 것이다. 넷플릭스의 IP 독점 문제는 2022년에도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가장 일반적으로 회자된 몇 가지 부분을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을 인용하여 다뤄 보았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직접 읽어 보시길 권한다. “한국 드라마에게 넷플릭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2022년에도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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