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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 Aug 20. 2022

넷플릭스 <브루클린 나인-나인>시즌 8 ep1 리뷰

굿바이 나인나인! 



<브루클린 나인-나인>의 마지막 시즌이 한국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습니다. FOX가 시즌 5를 캔슬한 이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죠. SNS에서 골수 팬들이 캠페인을 벌이고, NBC로 채널을 옮겨 새 시즌을 찍고. 당연히 한국 넷플릭스에 업데이트되는 속도도 매우 더뎠습니다. 예전처럼 손꼽아 새 에피소드를 기다리지는 않게 되었지만, 마지막 시즌만큼은 꼭 두 눈으로 지켜보며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브루클린 나인-나인>은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99번 관할서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좌충우돌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입니다. 미국의 '형사물'이라고 하면 대충 어떤 톤의 작품일지, 어떤 인물들이 등장할지 머릿속에 떠오르죠. 하지만 <브루클린 나인-나인>은 그 예상을 멀리 벗어납니다. 일단 인물 구성부터 굉장히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는데요. 백인, 흑인, 라틴계 그리고 드물지만 아시아인도 에피소드의 주요 캐릭터로 활약합니다. 


이들이 전개해나가는 에피소드 또한 황당한 유머와 수많은 패러디로 무장하고 있지만 시트콤이 방영될 당시 가장 뜨겁게 논의되던 사회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흑인 형사 반장인 테리 제퍼즈가 도로에 떨어진 딸의 인형을 찾으러 밤늦게 외출했다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찰에게 체포되는 에피소드가 등장하기도 하고요. 뉴욕 경찰 최초의 흑인-게이 서장인 레이몬드 홀트가 백인 중심의 경찰서에서 차별받았던 내용을 회상하는 장면을 비추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바이 섹슈얼 캐릭터가 가족에게 커밍아웃하는 과정을 다룬다던가, 여성은 경찰 총장이 될 수 없다는 편견과 맞서 싸우는 캐릭터와 주인공 일당이 협동 작전을 펼치기도 합니다. 


극중 최초의 흑인-게이 경찰 서장으로 등장하는 레이먼드 홀트와 프라이드 깃발이 꽂힌 그의 책상


<브루클린 나인-나인>을 두고 '생각 없이 웃으며 보기 좋은 시트콤'이라고 하지만, 누구나 생각 없이 웃으며 보기 좋은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약자를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고 편견을 재생산하지 않는 코미디란 얼마나 어려운가요?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브루클린 나인-나인>은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인종과 이해관계와 갈등이 뒤섞여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 모두의 것'이는 전제하에 에피소드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브루클린 나인-나인>의 종영 결정은 아쉽지만 충분히 지지할만합니다. 마지막 시즌이 방영되기 전, 작품의 주요 배우인 테리 크루스(Terry Crews)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쓴 시즌 8의 원고를 모두 폐기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결정에 영향을 준 건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Perry Floyd)가 경찰에게 체포되던 도중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 (20달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무릎으로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9분 가량 눌러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종차별 문제가 다시금 뜨겁게 떠오르면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BLACK LIFES MATTER' 운동이 미 전역을 뒤덮었습니다. 미국 경찰이 가진 지나친 권위 의식과 권력 남용을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커졌고요. 이로 인해 <브루클린 나인-나인>은 일곱 개의 시즌에 걸쳐 수많은 에피소드를 방영하는 동안 끊임없이 따라오던 근본적 문제, '미국 경찰을 미화한다' 라는 논란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즌 8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99 관할서의 주축 중 하나인, 강인한 라틴계 여성 형사 '로사'가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경찰 과잉 폭력 피해자를 도우려 사설탐정이 된 사실을 알리며 시작합니다. 그녀가 맡은 사건 또한 뉴욕 경찰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한 흑인 여성의 권리를 되찾는 것이고요. 주인공 제이크는 이 상황을 무척 혼란스러워합니다. 로사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동시에 사건 해결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좋은 경찰도 있다' 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증명하려 하죠.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전 늘 그래왔듯, 우당탕탕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작전을 펼치고 나면 결국 자신의 선의가 좋은 결과를 낳고 모두가 웃으며 끝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개는 좀처럼 제이크의 희망을 따라주지 않습니다. 그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도움을 요청했던, '좋은 경찰'인줄 알았던 과거의 상사가 미국 사회에서 경찰이 가진 권위와 권력에 대적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어떤 경찰 관계자는 '요즘은 경찰이 역차별을 당하는 세상이다, 뭐만 하면 시위대가 폭동을 일으키지 않느냐' 라는 말까지 내뱉습니다. 결국 흑인 여성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던 경찰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사건이 마무리되고 맙니다. 제이크의 원래 목적이었던 '좋은 경찰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음은 물론이고요. 


에피소드 마지막 장면에서 제이크는 로사와 다시 마주합니다. 이때 제이크의 대사는 마치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브루클린 나인-나인> 마지막 시즌 첫 번째 에피소드는 어떤 콘텐츠도 시대 상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어떤 콘텐츠도 스스로 만들어내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에 오롯이 쓰입니다. 시청자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예상하면서 제작진과 배우들의 결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응원하게 됩니다. 


<브루클린 나인-나인> 시즌 8의 에피소드는 총 10개로 다른 시즌보다 짧습니다. 늘 상상 이상의 전개를 보여줬던 99 관할서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한 화 한 화 아껴가며 봐야겠네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어떤 감동적인 작별인사를 건낼지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끝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짤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굿바이 브나나!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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