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같은 학과 오빠를 짝사랑했다. 처음에는 오고 가며 몇 번 인사를 주고받은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일상적인 인사를 나누던 어느 날, 기숙사 근처의 편의점에서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우연히 오빠와 마주쳤다. 그 순간, 내 심장은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친구가 자연스럽게 오빠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면서 나를 소개했다. "내 룸메이트야!"라고 하자, 오빠는 밝게 웃으며 "안녕, 반가워!"라고 말했다.
이 만남 이후, 나는 그 오빠에게 더 큰 관심이 가게 되었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친구는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줄게!"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인 마음으로 번호를 물어봤다. 곧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성적인 호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오빠는 항상 친절하고 유머스러운 성격으로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친구와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오빠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는 작지만 확실한 떨림이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오빠에 대한 호감이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그러던 중, 중간고사가 끝난 4월의 비가 쏟아지던 날. 우산이 없어서 비가 그치길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날, 평소처럼 오빠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전했다. "지금 비가 오고 있는데 우산이 없어서 기숙사까지 못 가고 있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오빠는 즉시 "우산이 없으면 내가 데리러 갈게."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빠는 학과 조교라서 수님께서 불려 가야 했다. 대신 친구에게 부탁하여 무지개 색의 우산을 가져다주게 했다.
우산 아래에서 친구와 함께 걸으면서, 나는 그 오빠의 생각에 잠겼다. 비가 내리는 동안, 친구는 내 마음을 이해해 주며 그 오빠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오빠가 너를 좋아할 것 같아. 너와 있을 때의 표정이 다르더라."
라는 친구의 말에 나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동시에 그 오빠와의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다음날, 우산을 돌려주기 위해 그 오빠와 다시 만났다. 나는 그 오빠와의 만남이 설레고 긴장되는 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우산을 돌려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빠는 내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표현했다. "학교 생활은 어때? 요즘 바쁘지?"라는 오빠의 물음에 나는 나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점점 더 편안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한층 가까워졌다.
그날의 비는 나에게 더 이상 그저 우울한 날이 아니었다. 그날은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날로 바뀌었고,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항상 그 오빠와의 만남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행복한 순간들이 항상 지속되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고, 우린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졸업하고 나서 서로의 일상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결국 그날의 기억은 점점 흐릿해졌다. 하지만 비가 내릴 때면, 그 시절의 감정이 다시금 떠오르며 나는 그 시절의 나와 대화를 나눈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금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라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지금은 그 친구와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고, 만나는 날에는 그 오빠의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며 그때의 설렘을 되새기곤 한다.
어쩌면, 그 시절의 감정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 시절에 순수한 마음을 깨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감정을 간직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시 만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소식이 궁금하겠지만 이미 지나간 사람이다.
다시 만난다고 해도 그때 감정과 지금 감정이 같을 수 있을까?
기억을 억지로 되살릴 필요는 없다. 자연스럽게 잊힐 시간도 필요하다.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으니, 각자의 삶을 존중해 주는 것이 옳다.
서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