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바라보면 흐릿한 세상이 펼쳐진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사랑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사랑은 나에게 단순한 감정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지만 비 오는 날처럼 그 감정은 때로는 무겁고 우울하게 다가온 적도 있었다.
그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고, 카페에서 친구와 마주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건넸다.
"너는 연애 안 해? 연락하는 남자는 있어?"
라는 질문을 듣고 잠시 머뭇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연락하는 남자는 있었지만, 관계는 그저 친구 이상의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 대답은 항상 애매모호했다. "아직 그런 사람은 없어."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그 말속에는 숨겨진 불안과 혼란이 담겨 있었다.
친구는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너는 너무 높은 곳에 있는 사람만 바라보는 것 같아."라고 덧붙였다.
그 말이 내 마음에 깊이 박혔다.
나는 정말 그렇게 높은 기준을 세우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늘 내 마음속에 존재했지만, 언제나 일치하지 않았다. 나를 바라볼 때의 설렘과 상대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 사이의 간극은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내가 상대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곤 했다.
그 상대는 완벽하고 부족한 점이 없는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고, 단순한 호의를 호감으로 착각하며 상처만 받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사랑이란 감정이 나를 설레게 하고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괴롭혔다. 그 불안감 속에서 나는 밤새 고민하고, 그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려 애썼다. 내성적일 수도 있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는 더욱 외로워졌고, 결국 사랑이란 감정이 나를 힘들게 하는 상처로 변해버렸다. 짝사랑의 실패는 평생을 두고 놓친 후회와 용기를 내지 못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성과 자제력으로 새로운 인연을 찾고 마음을 단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한다. 과거의 상처가 나를 움츠러들게 하지는 않도록, 나의 감정과 기준을 솔직하게 나누고 싶다.
앞으로의 사랑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나도 더 나은 나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