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말 부모님이 대구에서 올라오셨다.
가게의 짐들을 정리하기 위해 전기트럭을 타고 300km가 넘는 길을 달려오셨다. 오전에 출발했지만 휴게소에서 두 번의 충전을 거쳐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평소보다 불편하게 먼 길 와서 딸내미 뒤치다꺼리만 잔뜩 하고 트럭 한가득 짐을 실어 주차장을 나서는 모습에 울컥했던 나. 가게를 그만하는 일은 그렇게 슬프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엔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30대의 꼭대기를 넘어 언덕을 내려가는 딸을 아직도 챙겨야 하는 엄마아빠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그런 엄마아빠의 인생, 그리고 나의 인생에 대한 생각. 가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지금까지의 기억들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마음이 그 짧은 시간 안에 한꺼번에 뒤섞여 생성되는 눈물을 참았다.
나의 가족은 엄청 돈독하고 사이좋은 화목한 가족은 아니지만 짧은 헤어짐이라 할지라도 내가 떠나거나, 부모님이 떠나는 모습을 볼 때면 왠지 모를 먹먹함이 항상 존재한다. 헤어져 있는 시간 동안 각자의 삶이 흘러간 모습을 다음 만남에 확인할 때면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구나를 체감하는 순간 잠시 또 슬퍼진다. 부모님 주변 친구들의 자식들은 결혼하고 손주도 있는데 결혼도 연애도 안 하는 딸을 보고 있자면 답답하기도 할 텐데 도움이 필요할 때면, 지금까지도 도와주는 엄마아빠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가게 앞이 초등학교라 알게 된 사실 하나, 데리러 오는 부모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입학식만 같이 가주고 혼자 다녔던 것 같은데..' 라며 과잉보호가 아닌가 싶었는데, 부끄럽게도 아직도 돌봄 받는 내가 그런 생각을 할 자격이 있었나 싶다. 30대 후반으로 가고 있는 살찐 캥거루주제에. 그래도 변명을 조금 해보자면,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 털가족, 고양이뿐이니 그만큼 부모님을 더 잘 챙겨드리고 있지 않을까..?
내 글의 매력은 재밌고 유쾌한 것인데 아무래도 요즘 나의 상황이 밝지 않다 보니 어두운 글이 써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며칠 전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얼마나 좋은 게 오려고 소중히 여기던 것을 이렇게 단시간에 잃어가는가라고. 가장 소중했던 나의 털가족, 헤니. 그리고 내 손이 닿지 않은 곳 하나 없는 나의 가게. 이젠 좋은 일들을 조금 기대해 봐도 되겠지.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며 반짝반짝한 생각들을 글로 쓰겠단 다짐을 하고 지금은 배고파 날뛰는 나의 Hunger Hormone들을 진정시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