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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Space Mar 23. 2020

반백년 유지한 채식주의자의 식단

페스코 베지테리언 엄마의 식단



* 아래 이전글을 먼저 읽고 오시면 좋습니다:



PTSD로 인해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된 엄마는 육류와 가금류를 섭취하지 않고, 반백년 채식을 하며 살았다. 이번 글은 그런 엄마가 어떤 식으로 반백년 채식을 유지하며 다른 가족들과 살아왔는지를 공유하고, 건강상 채식의 우려되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페스코 베지테리언 엄마와 그 가족의 식사


주방장인 엄마의 식단은 곧 우리 가족의 식단이었다. 무엇이던 차려주는대로 잘 먹는 아빠, 태어날 때부터 페스코 베지테리언 엄마의 레시피에 길들여진 나와 동생이었기에, 다행스럽게도 가족들 모두 엄마의 식단에 큰 불만 없이 지냈다.


불만이 적었던 건 가족들이 고기 없이는 밥을 먹어도, 찌개나 국없이 밥 먹지 않는 점도 한 몫한 듯 하다. 그리고 그 찌개와 국은 오로지 다시마+멸치 육수만이 사용되었다. 엄마가 끓이는 국에는 채소만 들어가거나(들깨뭇국, 콩나물김칫국 등), 해물이 들어갔다(오징어뭇국, 북어미역국 등). 찌개의 경우, 김치찌개에 돼지고기 대신 늘 참치를 넣었고, 된장찌개에도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다. 순두부찌개는 늘 바지락 등 해물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지리적으로 친정집이 해산물을 구하기 쉽고 저렴한 편이기도 했다.


만둣국의 경우 끓이기 간편해서 종종 먹었는데, 이 경우 멸치육수에 김치를 넣고 김칫국처럼 끓인 뒤, 엄마가 먹을 만큼 따로 덜어내고, 다시 만두를 넣고 끓였다. 가족 모두 국이 있어야 밥을 먹는데, 중간에 김칫국을 덜어내지 않으면 엄마 혼자 밥을 못 먹거나/반찬으로만 겨우 밥을 먹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국과 찌개에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대신, 반찬에는 가끔 햄과 같은 가공육이 있었다. 그래도 지금 떠올려보면 자주 먹던 반찬들은 대부분 나물이나 우엉볶음, 멸치볶음, 마른오징어무침, 데친 브로콜리, 두부조림, 생선구이 등이었다.


어쩌다 특별식으로 김밥을 싸먹는 날이면, 햄이 들어가지 않은 김밥을 따로 빼두었고 다른 가족들은 이를 손대지 않았다. 밖에서 김밥을 사게될 경우에는 꼭 햄을 빼고 다시 김밥을 싸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렇게 가족끼리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엄마 혼자서만 끼니를 걸러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실제로 엄마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적은 날도 종종 있었는데, 그 때마다 엄마는 끼니를 걸렀다. 게다가 고기를 안 먹는만큼 부족한 영양소를 매일 보충하지도 않았고, 이는 엄마의 손톱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손톱이 말해주던 엄마의 건강 상태


엄마의 경우 동물권을 이유로 '결단'하여 채식주의자가 된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고기같은 콩고기도, 배양육(줄기세포로 만든 고기)도 먹을 거리에 해당되지 않았다. 아마 고기의 식감마저 거부하는 듯 하다.


결국 단백질 섭취는 오직 콩, 달걀, 혹은 생선에서만 보충받을 수 있었는데 이조차도 매일 먹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손톱은 잘 갈라지거나 부러졌고, 검은 세로줄이 있거나 늘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하고, 손톱 색깔이 좋지 않았다. 이는 단백질 부족(손톱이 갈라지거나 부러짐)과 영양 쏠림 현상(세로줄 현상)을 뜻했다.

* 참고: 손톱에 나타나는 건강신호 6가지 

건강한 손톱의 특징:
- 표면이 매끈매끈하고 광택이 남
- 연한 핑크빛 색이 남


그런 엄마를 보았기에,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단한 사람들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우려스럽다. 엄마는 비건과 달리 달걀이나 우유를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영양이 부족했고, 이는 부실한 손톱에서 증명되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인 엄마도 이런데, 성장기의 아이에게까지 극단적인 채식을 강요하는 건 더 더욱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이어서 쓸 글을 미리 스포하자면, 엄마가 내게 채식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엄마처럼 채식주의자로 살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까지 옆에서 엄마를 지켜보며 드는 생각은 채식을 하려면 정말 치밀하게, 영양균형을 생각해서 식단을 잘 짜야된다는 것이다.




엄마의 새로운 아침식사


엄마의 손톱은 최근에 와서야 달라지기 시작했다. 손톱의 빛깔이 굉장히 좋아진 것이다. 예전처럼 울퉁불퉁하지도 않다. 오직 달라진 건, 간편식으로 바뀐 아침밥상이었다.


나도 독립해서 서울에 살게 되고 동생마저 취업하자, 아침 밥상이 사라지고 다들 간편식을 먹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찾은 간편식은 [삶은 검은콩/흰콩+바나나+우유 갈아먹기] 였다. 우리집에 새로이 등장한 간편식은 엄마에게 평소 부족하던 단백질 보충에도 좋고, 포만감도 엄청나서 아침 간편식으로 제 격이었다. 그리고 영양제라곤 없던 예전과 달리 영양제도 챙겨먹는다. (요새 엄마는 유산균과 스피루리나를 먹는다)


진작 저런 방법을 찾아볼 걸, 아쉬운 마음과 함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나도 나지만, 엄마가 전업주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엄마조차도 당신 자신을 챙길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건강이 안좋아진다 하더라도 영양보충을 위해 육식을 할 수 없는 엄마이기에, 앞으로는 엄마에게 신경을 더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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