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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닐슨 Apr 03. 2021

적다

조각 수필 #12

적다[적:따]
형용사 : 수효나 분량, 정도가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다.
동   사 : 어떤 내용을 글로 쓰다. 장부나 일기 따위를 작성하다.


국어사전에는 ‘적다’에 대한 정의가 생각보다 많다. 경북이나 제주의 방언도 있고 접미사로도 사용된다는데 그 예시는 알 수 없다.


자발적인 백수가 된 이후에 적는 일을 업으로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쉬운 말로 작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강좌나 가끔은 신문사에서 기획하는 강연도 수강해보고 또 따라 하고 있지만 정규과정이라 할 수 있는 학교에서 글쓰기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에 내가 하고 있는 글을 적는 일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우연히 신청한 브런치 작가 신청에 합격한 후로 여행기를 기록해 놓았고 가끔은 그 글이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노출되기도 하면서 엄청나게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글이 좋았던 것인지 제목이 좋았던 것인지, 혹은 그 글에 삽입해 놓은 사진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기에 얼마 전부터 새롭게 시작한 ‘다양한 글쓰기로 프로 N 잡러 되기’라는 비대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실 글쓰기라는 게 지속적인 피드백과 수정, 첨언과 조언을 통해서 발전하는 거라는 전통적인 학습관에 젖어있는 나에게 화면과 음성으로만 진행되는 비대면 수업에 아직도 익숙해지기 어렵다.


작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만 이제 겨우 58개의 글을 써 놓았을 뿐이다. 

다수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글은 여행기이지만 여행의 정보라기보다는 어디를 갔고 무엇을 먹었는가에 대한 흔적을 남겨 놓았을 뿐, 직접 경험하지 않은 타인이 읽기엔 꼭 내 자랑만 늘어놓은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시작한, 문득 떠오른 생각을 기록해 놓은 ‘조각 수필’도 연재하고 있지만 이 역시 부끄럽기는 매 한 가지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당최 알 수가 없는 부끄러운 글일 뿐이다. 유명 소설가가 써 놓은 산문이나 수필을 읽을 때면 나는 언제쯤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될는지 기대만 해본다. 


어떤 작가는 매일 산책을 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글을 쓴다고 했고, 다른 작가는 독일제 스테들러 연필로 글을 쓴다고 했다. 또 어떤 작가는 매일 10km를 달릴 때면 The Lovin’ Spoonful의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그들처럼 매일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같은 연필로 글을 쓰고 같은 음악을 들어보지만 나는 항상 제자리에 머무는 느낌, 아니 집중은 더 되지 않고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매일을 압박과 비슷한 느낌으로 지내고 있다.


그들을 따라 하면 그들처럼 된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인가 보다.

나는 얼마나 달라졌고 얼마나 비우고 얼마나 채웠는지 가늠해볼 길이 없다.


글을 포스팅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오디오북 출판사와 협업으로 이벤트를 열어 신청을 받는다길래 그간 써 놓았던 글을 긁어모아 응모를 해 볼까 싶었다. 신청을 하려 했지만 글의 수가 적어 나 자신이 만족하지 못할 수준이다.


글을 적어야 하지만 글이 적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여행 이야기를 제외하면 글감도 참 적다.

적어야(write) 하는데 글이 참 적다(f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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