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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닐슨 Feb 11. 2020

40대 부부의 어쩌다 세계여행

길리 트라왕안을 떠나 발리로 향했다

쉽게 살고 싶은 게 아니라, 힘든 게 싫은 거야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덕분에 더 유명해진 발리를 향했다.


길리 트라왕안에서 8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섬에 있는 유일한 항구에 도착했다.

섬의 항구는 공사 중이라 접안이 되지 않았고 많은 여행자들을 내려주고 태우는 일은 해변 모래사장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배를 기다리면서 하염없이 해변 그늘에 앉아 자신이 타야 하는 배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에는 흙이 들어가서 신발안에서 양말과 뒤엉켜 서걱거리고 있었고, 아침부터 짐을 싸고 옮기느라 땀이 흘러 젖어버린 티셔츠는 끈적해지기 시작했다.

무척 혼잡스러웠고 혹여나 우리가 타야 하는 배를 놓칠까 싶어 오고 가는 배들을 목을 빼고 쳐다보았다. 부두의 오른쪽 끝에서 배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우리가 타야 하는 배는 아직도 보이지 않았다.


길리 트라왕안 임시 선착장으로 사용 중인 해변
엄청난 인파로 무척 혼잡한 길리 트라왕안 임시 선착장


발리의 빠당바이 항구까지 가야 하는 배편과 발리의 빠당바이에서 발리 공항 근처의 숙소까지 이동하는 셔틀 택시까지 한꺼번에 예약을 해다. 발리 빠당바이에 도착해서 우리가 타고 온 배의 선사인 OSTINA03의 팻말을 따라가면 기사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체크인 시간은 10시 30분. 배가 출발하는 시간은 11시 30분.

동남아시아의 여행에서 대중교통이 제시간에 도착을 하거나 출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우리가 타야 하는 배는 12시 30분이 다 되어서 도착을 했고 출발은 오후 1시를 넘어서 출발을 했다. 사실 길리 트라왕안의 두 번째 숙소에서 아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지 못했고 먹는 것 역시 아주 푸짐하지 못했기에 이제 막 세계여행을 시작한 시점에서 조금은 지쳐있었다. 숙소는 제법 비싼 곳으로 선택했지만 침대가 편안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방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 화장실의 하수구를 통해서 들어오는 엄청난 모기떼로 인해서 더 편안하지 못했다. 머무는 동안 박수를 치며 잡은 모기가 거의 100마리는 되었다. 


다이빙 샵에서 멀미약을 구했다


배를 타고 2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동해야 했기에 전날 미리 다이빙 샵을 들러서 멀미약을 얻어왔고 배를 타기 전 먹어 두었다. 배에는 에어컨이 나오긴 했지만 좌석이 무척 좁았고 덩치 큰 서양 여행자들 틈에서 겨우 고개만 내밀고 앉아있는 형국이었다. 수차례에 걸쳐서 인원수를 체크했는데, 무언가 착오가 있었는지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인원수를 체크했다. 마지막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아저씨까지 들어와서 인원수를 다시 한번 체크했다.


우리가 타아햐는 배의 선사 사무실


트라왕안에서 출발한 배는 길리의 또 다른 형제 섬인 길리 아이르에 들러서 여행자들을 내리고, 태우고 선수를 돌려 발리 빠당바이로 향했다. 바람이 적어 파도가 세지는 않았고 생각보다 편안하게 발리 빠당바이까지 갈 수 있었다.




빠당바이에 도착하니 정신이 없었다. 내리는 사람과 다시 그 배를 타야 하는 사람이 뒤섞여 있었고, 내린 사람들을 향해서 “땍씨”라고 소리치는 호객꾼들도 엄청나게 많았고 그들 틈에서 물과 간식거리를 머리에 이고 판매하는 아주머니들과 뒤섞여 자칫 잘못하면 사람들 틈에서 숨도 못 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잠시 인터뷰


우리가 타고 온 배의 상부 갑판에 올려놓은 배낭과 트렁크가 바람과 파도에 젖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몇 방울의 물이 튄 것 말고는 무사했다. 짐을 챙겨서 부두를 벗어나니 OSTINA03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덩치 좋은 아주머니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라고 손짓을 했는데, 거기서부터 자신이 OSTINA03의 직원인데 네가 예약한 차를 타면 발리의 숙소까지 4시간이 넘게 걸리게 되고, 함께 타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무척 불편하고 멀미도 하게 될 거라며 협박과 비슷한 겁을 주기 시작했다.




빠당바이 항구에는 화장실도 없어 근처의 기념품 가게에서 우리 돈으로 400원이나 내고 유료로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변기도 깨져있고 손을 닦을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맨발로 화장실을 들어가야 했는데 그 바닥에 깔아놓은 매트가 출처가 불분명한 물기에 푹 젖어있었고 화장실에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발리 빠당바이의 거의 유일한 화장실처럼 보였기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부둣가에 있는 기념품 가게였는데, 기념품을 팔아서 수익을 얻기보다는 화장실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더 큰 수익을 얻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발리 공항 근처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새벽에 방콕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제일 우선해야 하는 일은 컨디션 조절이었고, 4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호객꾼의 꼬임에 빠져서 그 자리에서 조금의 환전을 더 했고 우리 돈으로 약 4만원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우리만 별도로 차를 이용해서 발리의 숙소에 도착했다.

발리 숙소 근처 풋살장, 힌두교 사원

빠당바이에서 발리 공항 바로 옆의 숙소까지 가는 길거리의 풍경은 여느 동남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길가의 넓은 논과 밭, 그곳에 널브러져 있는 소, 닭 같은 가축들. 거의 헐벗고 뛰어노는 동네 꼬마들. 다만 인도네시아의 다른 곳과는 다르게 힌두교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힌두사원과 검은색 돌을 이용해 만들어둔 조형물들이 곳곳에 보였다. 같은 인도네시아였지만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다음날 아침, 새벽같이 숙소를 나서야 했기 때문에 공항에서 아주 가깝고 저렴한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1박에 2만원. 잠만 자고 샤워만 하면 되는 숙소를 찾았는데 그 숙소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깨끗했고 침대도 그간의 숙소보다 더 편안했다. 골목길 안쪽에 있어서 아주 조용했고 미리 이야기를 해 두었더니 공항까지 셔틀 차량도 지원해 주었다.


숙소 근처의 회전교차료 조형물


열흘 전, 인천공항에서 급하게 발리 출발, 방콕 도착 항공권을 발권하지 않았다면 그 숙소와 발리에서 며칠 동안은 더 머물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원하는 편안함이 있었고, 잠시 둘러본 동네도 참 편안했다. 이웃사람들의 미소도 편안함을 더해주었다.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동네를 둘러볼 겸 공항까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길을 나섰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보니 걸어서 15분 정도면 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확인을 했고, 다음 날 새벽에 걸어서 갈 수 있겠다 싶어서 잠시 걸어보았는데, 발리 덴파사르 응우라라이 공항 근처까지는 걸어갈 수 있었는데 공항과 가까워질수록 인도가 끊어져있었고 무거운 짐을 가지고 도보로 이동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숙소로 돌아와 택시 서비스를 예약했고 다음 날 새벽에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발리 덴파사르 응우라라이 공항, 멀리 아주 거대한 조형물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신혼여행지로 많이 알려져 있고 서퍼들이 많이 찾고 있어서 더 유명해지고 있는 발리를 12시간 정도 머물다가 떠나야 했다. 발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접근성이 많이 나쁘지 않고 퇴사를 했기에 우리에게 시간은 쌓아두고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다음에 다시 한번 발리 여행을 계획하기로 하고 그렇게 발리를 떠나 우리의 두 번째 여행국가인 태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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