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y hard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4박 5일 예약했어요”
여권을 보여줬다.
“아 미스터 팍! 키 디파짓은 200바트고 4박 5일해서 1,368바트. 총 1568바트에요”
대충 5만원 좀 넘는 돈이다. 4일 동안 숙박비가 5만원이다.
“혹시 카드로 계산해도 될까요? 지금 환전을 아직 안 해서 바트가 없어요”
“카드로 해도 괜찮아요. 다만 수수로 3프로가 붙어요. 괜찮아요?”
“그럼 일단 체크인하고 환전하고 와서 돈 지불해도 될까요?”
곤란해하는 눈치다.
“그럼 제 카메라 맡길 게요. 돈 지불하고 다시 찾아가는 걸로. 어때요?”
“오케이”
스테프를 따라 갔다. 예약할 때 봤던 숙소사진 대로 진짜 수영장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렸다.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있는 5번 방으로 들어가 제일 구석에 있는 2층 침대에 짐을 풀었다.
환전도 할 겸 목이 마르니 맥주도 한잔할 겸 바로 밖으로 나갔다. 첫 끼를 어디서 뭘 먹어야 하나 고민이다. 제일 먼저 카오산으로 걸어갔다. 뜨거운 늦은 오후의 카오산은 아직 조용하다. 땀을 흘리며 길 끝까지 걸었다가 다시 입구로 돌아왔다. 너무 조용해서 마땅히 앉고 싶은 곳이 없다. 은행에서 환전을 하고 일단 세븐일레븐으로 가서 새로운 유심을 샀다. 3G는 정말 있으나 마나다. 인스타그램 새로고침 하나 하는데 10분이 걸린다.
새로 사서 유심을 끼웠더니 LTE가 된다. 잠깐 시원한 세븐일레븐에서 쉬었더니 힘이 나서 이번엔 람부뜨리로 걸어갔다. 람부뜨리에는 12년 전 처음 방콕에 왔을 때 첫 끼로 먹었던 무쌉집이 있다. 거기서 밥도 먹고 시원한 맥주도 한잔해야겠다. 람부뜨리 입구로 들어가 레인보우 환전소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걸어 들어갔다. 노점에서 장사하던 무쌉집이 없어졌다. 추억 하나가 없어지는구나. 거기에서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한인 게스트하우스 홍익인간이 있다. 오랜만에 누나한테 인사나 하고 가야 겠다. 홍익인간도 없어졌다. 다른 이름의 가기 싫게 생긴 숙소가 생겼다. 추억 두개가 없어지는구나.
다시 카오산으로 돌아가 아무데나 들어가 앉았다. 창 맥주 하나를 시켰다. 아직은 햇빛 쨍쨍한 낮이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이 없다. 가게들은 밤 장사를 하기 위해 하나둘씩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는다. 오랜만에 얼음 타 먹는 창 맥주가 맛있다. 목도 마르고 날씨도 더우니 꿀떡꿀떡 잘 넘어간다. 그리고 일어나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또 아무데나 들어가 팟타이를 시켜 순식간에 비웠다.
숙소로 돌아와 방값을 내고 카메라를 받았다가 다시 돌려줬다.
“혹시 여기다가 킵 해 놓을 수 있을까요?”
공용방을 써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에 맡겨 두고 카메라를 쓸 때만 다시 받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나와 1층에 자리잡고 앉아 또 맥주를 시켰다. 이제 날이 어둑어둑 해지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차기 시작한다. 브록이라는 호주 친구와 얘기하게 되었다.
“오늘 저녁에 계획 있어?”
“아니 나 방금 와서 아직 모르겠어”
“저기 있는 친구들이랑 같이 저녁 먹고 한잔하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좋지”
그렇게 오자마자 친구들이 생겨서 같이 카오산으로 갔다. 다들 국적도 다양하다. 호주 친구 브록, 미국 친구, 요한과 미란다, 싱가폴 친구 소피아, 태국 친구 비, 네덜란드 친구 모, 프랑스 친구 마리아와 이름 까먹은 캐나다 친구까지. 배고픈 친구들은 먹을 음식을 시키고 맥주 한 병 씩을 시켰다. 나는 아까 못 먹었던 무쌉을 시켰다. 음식이 하나둘씩 나오고 분위기도 무르익어 간다. 그리고 하나둘씩 음식을 다 먹고 슬슬 일어서려는 분위기다.
“넬리, 너 음식 시키지 않았어?”
앞에 앉은 모가 물어본다.
“시키긴 시켰는데 몰라. 안 나오면 내 꺼 빼 달라고 하지 뭐”
모가 웨이트리스를 불러 물어보니 10분 있다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20분 있다 음식이 나온다. 얼른 먹어 치우고 다시 숙소로 가는 길 모퉁이에서 과일주스 한잔 씩을 했다. 나는 단맛과 신맛이 섞인 망고와 파인애플 믹스를 제일 좋아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마시는 시원한 과일주스는 정말 꿀맛이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가서 한잔 씩 더 했다. 태국 친구 비가 소주를 시켰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소맥을 말아줬다.
“오 생각보다 맛있는데?”
다들 조금씩 취해간다. 나도 취기가 오른다.
“우리 다시 카오산 가서 한잔 더하자. 여기서만 놀기 아깝자나”
그렇게 브록, 미란다, 비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카오산 바에 자리잡고 앉아 버켓을 시켰다. 그리고 미친듯이 춤추고 있으니 아까 같이 저녁 먹었던 친구들까지 합세했다. 파티가 더 커졌다.
“누가 파티를 제일 세게 하는 줄 알아?”
눈이 반쯤 풀린 미란다가 음악소리 때문에 잘 안 들려 내 귀에 대고 소리친다.
“선생님이랑 간호사야. 놀자 넬리”
신나는 음악에 정신없이 흔들었다. 내 정신도 조금씩 가물가물해진다. 아침 일찍 일어나 땀도 많이 흘리고 술도 꽤 마셨더니 점점 눈 앞이 흐릿흐릿 해진다.
“집에 가자!”
때마침 브록이 소리친다. 얼른 일어나 다시 숙소로 걸어갔다. 길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친구들을 놓치고 혼자 돌아왔다. 1층에 먼저 도착해서 잠깐 앉아 있으니 마리아가 혼자 들어온다.
“다른 친구들은?”
“몰라. 나도 혼자 돌아왔어”
모르겠다. 일단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