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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오르막길 산넘어산 - 홍콩 란타우트레일 (2)

선셋피크 (Sunset Peak)에서 만청포 (Man Cheung Po)

by nelly park

어젯밤 자려고 누웠더니 갑자기 바람이 미친듯이 불기 시작한다. 잘 수 없을 정도다. 지나가는 바람이겠지 하고 한 시간 정도 버티다가 여분으로 가져왔던 가이 라인으로 텐트를 고정하고 스틱을 세워 튼튼하게 고정했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텐트가 아직 심하게 흔들린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지금 내려갈까. 해 뜰때까지 아직 여섯 시간이나 남았는데 하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다행히 피곤했는지 조금 잤다. 새벽 4시쯤 다시 눈이 떠졌다.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다. 텐트 밖으로 나가 야경 구경을 좀 하고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와 해가 뜨길 기다렸다. 6시 10분쯤 일출이라 5시반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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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다 정리하고 텐트 밖으로 나오니 슬슬 세상이 밝아진다. 날씨가 흐려서 일출은 보이지 않는다. 텐트를 걷는데 폴대를 넣는 부분이 조금 찢어졌다. 바람이 심하긴 했나 보다. 앞에 보이는 큰 봉우리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홍콩의 아침은 쌀쌀하다. 자켓을 입고 걸었다. 오늘 첫번째로 클리어할 곳은 란타우피크 (Lantau Peak)다. 선셋피크보다 더 높다. 어제 이미 가파른 산을 타서 그런지 빠르게 숨이 가파 져온다. 기온은 금방 다시 여름 날씨가 되었다. 자켓을 벗어 가방에 넣었다.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멋진 전망이 틔지만 앞을 보면 지독한 오르막길이다. 여기가 정상인가 싶으면 뒤에 오르막길이 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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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 정도 그렇게 속았더니 드디어 정상이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얼른 내려가서 맛있는 밥에 맥주 한잔해야지 하며 발길을 재촉하는데 선셋피크보다 훨씬 멋지다. 어제 서둘러 올라와서 선셋피크를 제대로 못 본건가. 아무튼 그래서 이 트레일 이름이 란타우 트레일 인가보다. 응공핑360 (Ngongping360) 이라는 곳만 가면 식당이 있다고 한다. 얼른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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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피크에서 6시 10분에 출발해 네 시간이 지나도록 마을은 나오지 않는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데 다섯시간쯤 지나 11시쯤 드디어 마을이 나온다. 세븐일레븐도 있다. 일단 시원한 콜라를 사서 맛을 음미했다. 물 세 병과 사이다 한 병 그리고 맥주도 한 캔 샀다. 너무 지치니 입맛도 없었지만 뭐 라도 먹어야 한다. 햄버거 집으로 가서 햄버거 세트를 시켰다. 직원에게 혹시 다른 곳에서 사온 맥주 여기서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오케이란다. 햄버거와 맥주로 꿀맛 같은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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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고 싶었지만 다시 걸어야 한다. 응공핑360에서 오늘의 박지 만청포(Man Cheungpo)까지는 10키로 더 걸어야 한다. 중간에 산도 두개나 더 넘어야 한다. 다시 길을 나섰다. 초반은 계속 임도라 쉬웠는데 다시 산길이 나온다. 이제 어깨도 아프고 다리 힘도 없다. 제일 더울 시간이라 햇살이 뜨거워 또 땀이 미친듯이 쏟아진다. 그래도 걸어야 한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여러 번 쉬었다. 첫번째 산정상에 도착하고 한참을 쉬고 두번째 산을 향했다. 여기도 계속 오르막길이다. 지금 내가 홍콩까지 와서 뭐하고 있나 싶다. 옆에 보이는 장관은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앞만 보고 걸어갔다. 숨이 턱턱 막힌다. 두번째 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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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다 왔다. 앞으로 2.4키로 남았단다. 신나게 걸었다. 오르막길도 기분 좋게 통과하고 드디어 나온 캠프사이트는 정보에 있던 것처럼 너무 좋다. 오분 거리에 냇물이 있어 물을 길러 올 수도 있다. 가방을 던지고 아까 세븐일레븐에서 산 사이다에 첫날 편의점에서 산 중국술을 섞어서 한잔했다. 신발과 양말도 벗고 샌들로 갈아 신으니 날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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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바람이 꽤나 불지만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기절할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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