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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도 힘들다 이제 끝 - 홍콩 란타우트레일 (4)

푸이오 (Pui O)에서 무이오 (Mui Wo)까지

by nelly park


어제도 8시쯤 잠이 들어서 일찍 잠에서 깼다. 4시쯤 텐트 밖으로 나가 밤바다를 보며 파도소리를 들으며 어제 사온 맥주 세 캔 중 한 캔이 남아 마저 마셨다. 그리고 폰으로 오늘 걸을 코스와 오늘 묵을 숙소 가는 길을 보고 있는데 첫쨋날 공항에서 산 심카드 데이터가 끝이 났다. 오늘도 5시반쯤 정리를 시작하고 6시 10분쯤 길을 나섰다. 인터넷이 안돼서 갑자기 장님이 되었다. 일단 큰길로 나가봤다. 란타우 트레일의 시작점이자 종착지인 무이오로 가는 방향 푯말이 보인다. 무이오로 가는 버스도 보인다. 물집이 심하게 잡혀 걷기도 힘든데 버스를 탈까 아니면 적어도 버스가 가는 잘 포장된 길만 따라갈까 고민되었다. 어차피 길도 모르는데 목적지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사실 제대로 트레일을 따라가려면 산을 넘어야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걸었고 마지막 9키로 남은 길을 대충 할 순 없었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삽롱 (Shap long) 방향 표시판을 찾았다. 그 방향으로 조금 더 걷다 보니 반가운 란타우 트레일 표지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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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그저께에 비하면 아주 순탄한 길이다. 이정도 오르막길은 오르막길도 아니었지만 발이 점점 아파온다. 마지막 3키로를 남겨놓고는 아예 신발을 벗고 주저앉아 쉬었다. 홍콩은 아침 시간에는 선선하다가 갑자기 기온이 확 오르면서 햇살이 뜨거워진다. 그래서 오늘도 그 햇살이 나오기 전에 끝내려고 최대한 일찍 시작해서 최대한 덜 쉬며 걸었었다. 한참을 앉아서 쉬고 있으니 기온이 조금 올라간 게 느껴진다. 얼른 신발을 다시 신고 걸었다. 2키로, 1키로, 마지막 500미터 그리고 처음 시작한 마을 무이오에 다시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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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너무 반갑다. 첫날 갔던 세븐일레븐으로 가서 똑같이 콜라와 맥주를 샀다. 유심도 다시 샀다. 오랜만에 보는 문명을 느끼려고 옆에 있는 맥도날드로 갔다. 배가 고파 햄버거 두개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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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팩을 열어보니 일단 와이파이에 접속하란다. 다행히 점원한테 물어보니 맥도날드 와이파이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매뉴얼대로 해도 안 된다. 일단 예약해 놓은 숙소로 가는 방법만 스크린샷 했다. 어제 예약할 때는 숙소가 침사추이 (Tsim Sha Tsui)에 있는 줄 알았는데 오늘 다시 보니 커즈웨이베이 (Causeway Bay)에 있다. 스크린샷 해놓은대로 무이오항에서 페리를 타고 내려 MTR로 갈아타서 커즈웨이베이 역에 내려 E출구로 나와서 왼쪽으로 한번 오른쪽으로 한번 다시 오른쪽으로 한 번 더 꺾으니 숙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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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을 하고 침대 앞에 가방을 놔두고 바닥에 앉아 아까 세븐일레븐에서 사온 맥주를 한잔했다. 오늘은 최대한 안 움직이고 발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이제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발이 아프다. 일단 밖으로 나가 숙소 맞은편에 있는 통신사로 가서 유심 등록을 하고 밥도 먹고 와서 빨래도 하고 다시 누웠다. 또 나가서 밥 먹고 맥주 한 캔 사와서 누웠다. 걷기도 힘든데 이제 산을 어떻게 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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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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