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의 제품 마케팅 전략은
2015년 스마트폰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20%대로 내려앉은데 반해, 같은 기간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약진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 샤오미는 시장점유율이 4배 정도 늘어나 다른 중국 제조업체에 비해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냈다. 1년 동안의 짧은 기간 샤오미가 성과를 낸 숨겨진 전략은 무엇일까.
삼성-애플-화웨이에 이어 2015년 3 분기 총 1577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여 세계 스마트폰 시장 4 위에 오른 샤오미는 3위인 화웨이와 20만 대, 5위인 레노버와 70만 대의 근소한 차이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렇듯 상위의 3개 중국 제조사 중에 유독 샤오미가 더 주목을 받은 이유는 2015년 단 한 해 동안 경쟁업체인 화웨이나 레노버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1년 전인 2014년 같은 분기의 시장점유율의 변동을 살펴보면 화웨이가 4.7%에서 5.3%로 0.5%, 레노버가 5.2%에서 5.0%로 소폭 줄어든 반면 샤오미는 불과 1.5%에서 5.2%로 4배가량 증가하였다. 애플 역시 12.1%에서 12.7%로 증가세가 크다고 볼 수 없었고, 1위의 삼성의 경우 32.1%에서 24.4%로 시장점유율이 대폭 내려앉았음을 감안한다면 샤오미의 약진은 단기간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많은 기관에서 내놓은 분석은 삼성의 경우 삼성제품을 선호하는 선진 마켓의 프리미엄 마켓이 포화되고, 아프리카나 동유럽, 남미와 같은 신흥 이머징 마켓에서 중저가 단말기에 대한 수요를 삼성제품 대신 중국 제품들이 채웠기에 시장의 지각 변동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분석이 일부는 맞지만 전적으로 옳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프리미엄 마켓의 포화 때문에 삼성제품의 시장점유율이 8%나 빠졌다면, 삼성과 프리미엄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 역시 약간이라도 시장점유율이 내려가는 추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애플은 삼성과 달리 독자적인 OS와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안드로이드 시장과 약간의 독립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폭 감소나 보합이 아닌 0.6%의 증가세를 나타냈고 대수로는 800만 대가 증가하였다. 즉 삼성의 감소를 전적으로 프리미엄 시장의 포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로는 중국 제품 역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레노버와 화웨이는 시장 점유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고 오직 샤오미 만이 시장점유율을 극적으로 상승시켰다는 점이다. 중저가 제품을 이머징 마켓에서 성공적으로 론칭한 것은 중국 제품 전체가 아니라 샤오미의 성공이다. 샤오미 발표에 의하면 샤오미는 6,000만 대의 수출로 700억 위안을 팔았다. 동남아,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에서 성공했으며 싱가포르와 인도 같은 시장에서 성과를 올렸다.
2014년 이전 샤오미는 경박 단소한 디자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애플의 카피캣 제품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특히 특허 및 디자인에 대한 약점으로 중국 국내용이라는 우려가 많았고, 이에 대한 리스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특허 관련 분쟁이 생긴다 해도 라이선스를 통해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크로스 라이선스 등 해결할 방법이 충분하다. 삼성 대 애플, 오라클과 구글 등 수많은 모바일 관련 특허 분쟁에서 보듯이 이러한 위험들로 인해 사업을 접은 예는 없다. 얼마 전까지 샤오미의 약점으로 거론되던 특허 및 디자인 문제는 더 이상 샤오미의 발목을 잡지 못하고 있음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이 시장에 론칭하면 가장 먼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은 기능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한국에서 발매되었을 때 사람들이 이전 피처폰에서 하지 못했던 많은 기능들이 구현되는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구입했던 이유가 바로 새로운 기능이다. 아이폰 발매 이후 시장을 빨리 따라잡은 삼성의 갤럭시 S1 역시 주 구매 동기는 기능이었다. 새로운 기능에 대한 효용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그다음 단계의 구매 동기는 ‘브랜드’이다.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후발 주자였던 중국의 화웨이나 레노보 같은 기업들은 선두 주자와의 기술력이 차이가 확연한 상태였기에 성능 과기 능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애플과 삼성이라는 브랜드였다. 그래서 한동안 삼성의 독주가 가능했다.
스마트폰 시장도 여러 해 지나면서 후발 주자의 기술력이 높아지게 되고, 결국 선두 주자들과의 기술력의 차이가 거의 없이 평준화되면 그다음 이슈는 브랜드에서 가격경쟁력으로 넘어간다. 2014년 이전까지는 확실히 중국 제품과 삼성제품의 제품력에서 확연한 차이가 낫으므로 브랜드 제품인 삼성제품이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2015년에 들어서자 기능이나 성능면에서 삼성이 중국 제품에 대해 예전과 같은 압도적인 차이가 없는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면서 사용자들이 브랜드보다는 ‘가격’ 이슈로 선택 조건이 옮겨간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상향 평준화된 중국 제품들이 한국 제품에 비해 제조에서의 경쟁력을 가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인건비와 제반 비용이 한국에 비해 낮다는 이유뿐 아니라 중국 정부에서 제조사에 제공하는 정부 보조금 등으로 전반적으로 한국 제품에 비해 낮은 제조원가를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이 높다. 더불어 2015년은 세계적으로 경쟁 불황과 맞물려 유사한 성능을 가진 제품이라면 브랜드보다는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제 상황도 삼성의 추락시킨 한 가지 원인이었다. 물론 제품력에서 후발 중국 업체 제품과의 수준을 확연하게 차별화하지 못한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다.
이러한 시장 상황들 하에서 샤오미의 홍미 2는 4G LTE, 퀄컴의 8916 쿼드코어 AP와 4.7인치 HD 화면인데 10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현재도 홍미 2의 후속 제품인 홍미 3가 200달러 미만의 가격이며, 이 가격이 국내 휴대폰처럼 약정 가격이 아니라 무약정 공기계 가격임을 감안한다면 실제 구입 가격의 차이는 더욱 크다. 심지어 직구 시 해외배송료도 무료이다. 동남아나 남미, 아프리카나 동유럽 같은 곳에서는 평준화된 스펙의 안드로이드폰에서 기능과 성능의 차이는 미미하기에 가격이 저렴한 샤오미 제품을 선호한다.
화웨이의 P8 Lite라는 제품은 옥타코어 AP, 5인치 HD 디스플레이, 1300만 화소의 카메라로 무장하고 가격은 200달러 이하이다. 디자인 역시 허접하지 않다. 레노보의 K3 노트 역시 옥타코어 5.5인치 HD 디스플레이 강화유리, 1300만 화소 카메라 등 화웨이나 홍미에 비해 약간 스펙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140달러 정도로 가격은 더 낮다.
샤오미가 급격하게 시장 점유율을 높인 2015년으로 돌아가 보면, 이때부터 샤오미 보조 배터리가 광범위하게 팔리기 시작했고, 배터리뿐 아니라 미 밴드, 샤오미 체중계, 홈오토메이션 키트, 헤드폰과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 액션캠 등 샤오미의 스마트폰과 직접 연결되는 제품들이 샤오미 폰보다 더 많이 팔려나갔다. 미 밴드나 체중계 같은 제품들은 샤오미폰 외에 다른 브랜드의 제품에도 연결하여 사용 가능하지만 샤오미폰과의 궁합이 최적화되어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전기 자전거나 60인치 TV, 공기청정기(MiAir), 에어컨, 세그웨이 등 직간접적으로 스마트폰과 연결되어 제어하는 많은 제품을 발표했다.
샤오미가 내놓은 이러한 주변기기들은 괜찮은 품질과 디자인에 낮은 가격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샤오미 브랜드를 다른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고관여 제품이다. 차를 사기 전에 사람들은 브랜드, 가격, 성능, 디자인뿐 아니라 보험료, 연비 등 유지비와 나중에 되팔 때 중고 가격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모든 것을 체크하고 여러 번 심사숙고해서 구입한다. 이렇듯 사람들이 (비싸기 때문에) 구입 시에 많이 관여하는 제품이 고관여 제품이다. 반면 저관여 제품은 대체로 가격이 싸고 브랜드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만 대체로 맞는다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구입한다. 보조배터리 같은 제품이 대표적인 저관여 제품인데, 용량과 디자인 정도만 고려할 뿐 어느 회사 제품인지 크게 신경 쓰면서 구입하는 제품이 아니다. 하지만 샤오미에서 보조배터리가 나오면서 샤오미라는 특정 브랜드의 보조 배터리를 선호하게끔 고관여 제품화하였다. 체중계나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 역시 마찬가지이다. 샤오미는 저관여 제품의 퀄리티를 높이고 가격을 낮춤으로서 고관여 화하여 사용자들로 하여금 샤오미 브랜드에 충성하도록 끌어들였다.
샤오미의 숨겨진 전략은 스마트폰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웠던 샤오미 브랜드를 저관여 제품의 고관여화를 통해 차별화를 이루어 냈으며,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30만 원대의 세그웨이 및 전기 자전거, 저가의 대형 TV 등을 통해 브랜드를 강화하였다.
중국 중저가 제품들의 디자인이나 성능 등의 퀄리티를 보면 폰자체의 퀄리티로는 거의 차이가 없으며 한국 제품들과의 차별성도 거의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제조 수준의 상향 평준화로 인해 결국 앞으로 갈수록 폰자체의 제조 수준 차이나 차별성의 정도는 더욱 옅어질 것이다. 현재 국제 경제 상황이 불황인 점과 맞물려 한동안 가격 경쟁력 내지는 가격대 성능비가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어가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이후에 차별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폰 이외의 제품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샤오미는 이러한 부분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먼저 차별화를 시작하였으며 그 결과 1년 동안 시장점유율이 4배 성장하였다. 샤오미에서 작년과 같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올해 10만 원 대의 무손실 음원 플레이어, 30만 원대의 풀프레임 DSLR 같이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가격대의 신제품을 계속 선보일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말에는 샤오미의 시장 점유율은 10%를 넘어 애플 아이폰에 근접할 것이다. 샤오미의 상승 추세는 샤오미폰 자체의 경쟁력도 경쟁력이지만 이미 강화된 주변기기의 브랜드와 영향력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