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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Favorite Thing Jul 13. 2016

한국 하드웨어 스타트업 방향성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물건의 90%는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아이폰과 같은 애플의 고가 제품과 한국 브랜드 제품들 역시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고기능의 ICT 장비뿐 아니라 저가형 폰케이스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현재 중국의 GDP는 세계 2위이며 11조 달러를 넘어섰다. (11조 3,830억 달러. 2016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OEM 생산을 주로 하던 중국이 근래 ODM 생산과 자체적인 브랜드의 육성 등 중국 대기업들의 부상과 더불어 선전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이 나 인터넷 서비스의 약세와 더불어 메이커스 운동 등 근래 한국의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 속에서 한국에서의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


실리콘 밸리 크라우드 펀딩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인터넷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등 IT 산업의 중심이다. 실리콘 밸리의 생태계는 스타트업과 밴처캐피털리스트, 에인절 투자자, IT 대기업 들이 어우러져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미국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시제품 제작을 할 수 있도록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산학협력 기반의 창작공간(Maker Space)을 구축,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원천인 메이커(Maker)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팹랩, 테크숍 등을 통해 시제품 제작 및 제작 노하우의 공유 등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경우 제품의 기획과 디자인 등을 담당하여 창작공간을 통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킥 스타터(www.KickStarter.com)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초기 제조 물량을 선 구매시킴으로써 안정적인 재원과 판매루트의 확보 및 홍보를 겸할 수 있다. 킥 스타터에 올라오는 제품들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영화, 음악, 공연예술, 티셔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실제로 킥스타터를 움직이는 중심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킥스타터 상위 10개 프로젝트 중 9개가 하드웨어 관련 스타트업이다. 킥스타터와 형식이나 방법은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인디고고(www.indiegogo.com), 쿼키 닷컴(www.quirky.com)등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린 액션캠인 GoPro, 스마트 워치 Pebble, VR 단말기인  Oculus 모두 엑시트에 성공한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다. 스타트업 투자 플랫폼 Angellist에 따르면 2010년 100개 미만에 불과했던 하드웨어 스타트 업수가 2015년에는 약 3,500개로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으며 하드웨어 스타트업 평균 엑시트 금액은 약 224백만 달러로 인터넷, 모바일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1위를 차지 (CB Insights,’ 10.Q1~’ 15.Q1)하였다. 

총 11만 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킥스타터 내에서 이루어졌으며, 그중 4000여 개가 진행 중이다. 스트라이프(Stripe)라는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여 투자할 만한 프로젝트를 찾으면 먼저 'Back This Project'라고 쓰여있는 초록색 버튼을 클릭해서 최소 1 달러의 금액을 넣어서 보상을 선택한 뒤 'Continue to Next step' 누르고 결제 과정을 완료한다. 다른 크라우드 펀딩처럼 후원하는 순간에는 돈이 지불되지 않고, 프로젝트의 모금이 끝나는 날 금액이 목표치를 넘겼을 때 후원자 모두 같이 결제된다. 이 덕분에 모금 끝나는 날 전까지 유동적으로 모금액을 더 추가하거나 뺄 수 있다. 만약 후원금이 목표에 도달하지 않았을 경우 프로젝트는 취소되고 결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킥스타터의 역할은 프로젝트를 만든 사람 와 후원자를 연결하는 것에 한정되며 자신이 지원한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거나 아예 기획자가 잠적해도 킥스타터 측에서 환불해하지 않으며 책임도 전혀 지지 않는다. 이따금 고의적으로 사기성 모금을 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제품 등을 올리는 사례들이 적발되기도 한다. 

킥 스타터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2012년 역시 킥스타터를 통해 등장했던 페블의 후속 모델로 컬러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e잉크 스마트워치로 7일 동안 연속 사용할 수 있는 페블 타임(Pebbble Time)이다. 출자 총액은 2,033만 8,986달러(한화 224억 원대)이며 페블 자체도 1,026만 6,845달러를 모았다. 첫 번째 페블 모델의 경우 예약 판매 가격이 120~150달러 정도였는데 인도 시점이 6개월 이후인 경우가 많아 ebay에서 중고 페블이 300달러가 넘게 거래되었었다. 휴대용 음료수 쿨링 제품인 쿨 리스트(Coolest)는 1,328만 5,226달러를 끌어 모았다.  Crowdfund Inside에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킥스타터의 펀딩 성공률은 44%, 인디고고는 33%로 두 곳 다 모두 높은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다. 인디고 고는 킥스타터에 없는 공익적인 성격의 펀딩도 한다. 도와주고 싶은 개인을 위한 펀딩을 제공하는 것이다.  2012년‘캐런에게 휴가를 주자’라는 프로젝트는 유튜브 영상 속 캐런 할머니(68세)에게 여행자금을 보내주는 펀딩 프로젝트였다. 캐런은 통학버스 도우미였는데, 하루는 버스 안에서 어린 중학생들에게 이유 없이 욕설을 들으며 언어폭력을 당했다. 이 상황이 유튜브에 올라가며 세상에 알려졌다. 사람들은 황당한 상황을 당했던 할머니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하고자 후원금을 모았다. 목표 모금액은 5천 달러였지만, 실제 최종 모금액은 약 70만 3,168달러(우리 돈 약 7억 7천만 원)에 이르렀다.


<인디고고의‘카렌에게 휴가를 주자’ 캠페인 페이지>


이렇듯 킥스타터와 인디고고는 펀딩 방식이나 내용이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킥스타터 등을 통해 제품의 사업성과 상품성을 검증하는 무대로서 초기 홍보와 자금 조달 및 제품의 개선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올리면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 리스에게 투자를 받거나 IT 대기업에 M&A 되는 기회를 잡게 된다. 


센젠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화창베이(華强北)


중국 제조분야에서 센젠(심천)은 매우 중요한 도시이다.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센젠은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이자 1980년에 중국 최초로 경제 특별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홍콩과 인접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1인당 GDP 2500달러이고 GDP 성장률은 8.9%에 달하는 중국 고속 성장의 상징이다. 일반적인 어촌이었던 센젠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홍콩으로부터 산업자본이 유입되었고 홍콩과 동일한 언어와 문화적인 배경 등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하였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후, 막대한 외국투자를 유치하여 제조업이 주로 발달하였지만, 최근에 정보통신산업이나 서비스업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현재 세계 4위의 물동량의 항구이며 다국적 전자회사들의 본사가 센젠에 위치해 있다. 제조업 기반의 인프라를 갖춘 센젠은 OEM을 중심으로 한 단순 생산기지였다가 산업 환경이 고도화되면서 제조 관련 전문인력 풀이 형성되었고, 각종 부품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업 간 협력체계 등이 맞물리고 민간 창업투자 및 정부지원 등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성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참가한 1300여 개 중국 기업의 절반 이상이 심천 소재 기업으로 드론,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혁신 분야에서 첨단제품을 선보였다. 센젠은 폭스콘과 같은 글로벌 제조사에서부터 소규모 공장까지 매우 전문화, 분업화, 협업화되어있으며 오픈소스 기반 부품 및 제조과정의 모듈화로 스타트업은 부품 확보-제품 설계-제품 생산 과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화창베이는 센젠 최대의 전자상가로 1일 유동인구 최대 50만 명, 20만 평방미터의 면적의 약 15만 개의 오프라인 샵이 있어 화베이 상업거리의 1/4에 해당할 정도로 크다. 따라서 거의 모든 부품을 이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또한 산업 표준화된 부품의 경우 설계도만 있으면 저렴한 가격에 시제품 제작이 가능하다. 오프라인의 화창베이 외에도 알리익스프레스 등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부품의 조달이 가능하다. 화창베이 인근에는 설계 전문회사, 프로토타입 전문 제작소, 아웃소싱 디자인 하우스 등이 있어 빠른 시간 안에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 역시 잘 갖추어져 있다. 즉 센젠은 하드웨어의 설계부터 개발, 제작,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세계적인 하드웨어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헥스(HAX)는제품 생산에 특화된 센젠의 창업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5년 미국 샌프란시코에서 심천으로 본사를 이전하였다.


화창베이 전자상가 (출처 Plattum)


한국 하드웨어 제조 환경

한때 한국과 일본, 대만, 홍콩 등이 제조업의 중심지였으나 1996년 중국 개방 이후 제조업의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하였다. 제조업의 중심이 이동하는 경제적인 원인은 산업 자체가 원숙기에 접어들면 제조 기술이 표준화하고 제조기술의 편차가 줄어들어서 인건비가 싼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시킨다. 한국, 일본, 대만 등지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 역시 중국으로 공장을 대거 이동시키면서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산업 생산품의 90%는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근래 중국 역시 인건비가 오르다 보니 인건비가 중국보다 싼 주변국가인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같은 나라에 재하청을 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 만중 국의 인구나 전체적인 발전 상황이 균형적이지 못하기에 한동안은 중국 내에서 저개발 지역으로 생산 기지들을 이동하며 제조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제조업이 빠져나간 자리를 대체 산업으로 잘 메꿨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중국으로 빠져나간 제조업 이후의 대안산업에 대해 정확한 방향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생산품은 휴대폰을 비롯한 IT제품과 가전제품들이 주이고 한국 내 제조상품들도 많지만 상당수는 중국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다. 특히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의 경우 이익 실현을 위해 더 많은 물건들의 생산을 중국 공장으로 이전할 것이며 한 국내에서의 생산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한류를 통한 콘텐츠 산업이 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조업을 대체할 만큼의 규모로 성장한다는 것 역시 매우 회의적이다. 그리스나 이탈리아 같이 관광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언어의 사용 범위로 인해 영국이나 미국처럼 콘텐츠 산업에 기댈 수도 없다. 한국의 군수 산업 역시 미국과 같은 패권국가가 아니기에 재래식 무기의 자체적인 사용을 위한 조달은 가능하나 해외로의 수출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무엇으로 제조업의 빈자리를 메꿔야 할까? IT산업은 인터넷 서비스, 소프트웨어, IT기기의 제조, 통신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난 20년간 한국 내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IT 산업의 특성과 한국이라는 특수성 (특히 언어의 제약),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IT제조기기와 메신저,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국가단위의 글로벌한 성과를 내지는 못해왔다. 모바일 시대의 앱 역시 앱의 보편화와 더불어 초기에 보였던 강세가 꾸준히 이어지지 못한다. 제조업에서 공작기계를 일본이나 독일에서 수입해 사용하듯 IT 역시 개발도구나 원천적인 기술과 특허는 실리콘밸리에서 나온다. 한국의 IT산업에서 글로벌한 경쟁력을 현재까지는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분야 역시 원천적인 부분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의지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제조 기술 역시 원숙기에 접어들면서 제조기술의 상향 평준화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제조기술에서의 간극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외국의 여러 학자나 언론들은 한국의 스마트폰 업계가 몇 년 후에는 스마트폰의 제조를 접을 것이라는 예측도 간간히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대량생산 제조에 대해서 한국이 중국에 대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T 제조의 레드오션은 이미 블러디 오션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 대량생산에 대한 이점은 한국보다는 중국이 더 유리하다. 그러나 중국 IT제조업 제품들을 보면 화웨이나 하이얼 같은 중국 대기업들의 수준은 매우 높지만 대량생산 시장에서 한 단계 내려온 중소형 시장에서의 제품의 퀄리티는 아직 높지 않다. 상대적으로 소품종 소량생산을 하고 있는 중국의 비 메이저 IT제품들은 미국이나 일본의 OEM 제조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브랜드가 확립되지 않았고,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후진성, 즉 스타일이나 디자인면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지며 제품 기능의 디테일도 대량생산을 하는 중국 대기업 제품의 완성도 수준에 못 미친다. IT제조업 분야에 한해서 한국의 대기업보다 중소 제조업체가 중국 업체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시사점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 업체들이 한동안 중국에서의 생산을 많이 해온 결과 한 국내에서의 제조 인프라가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근래 제조 상황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이 전반적인 불황과 제조업의 도 퇴로 과거에 비해 제조에 관한 비용이 많이 내려갔다. 중국 내 인건비가 오르면서 중국과의 제조 비용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중국 제조의 경우 현지와의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시간, 의사소통에서 생겨나는 오류와 위험성을 감안하면 중소 제조 업체의 경우 한국 내 생산이 유리한 면이 많아졌다. 또한 생산의 최소물량이 중국의 경우 1만 대~10만 대 규모라대기업의 경우 문제가 없지만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최소물량이 부담스럽다. 한국은 최소 제조물량이 1천대 단위로서 시장 테스트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 은영 국처럼 제조업을 포기할 수는 없으며, 변화한 제조 환경을 토대로 경쟁력 있는 중소 규모의 IT 제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는 점은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 IT 제조 스타트업들이 새로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3D 프린터 등 제조 개발기술이 뒷받침되면서 양산 전 단계의 개발이 수월해졌고, 소프트웨어 및 앱 개발의 경험과 기반이 맞물리면서 스마트 기기의 경쟁력을 더해준다. 이렇듯 국내의 제조 스타트업들이 한국의 새로운 제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가려고 하고 있으나 정부의 수많은 규제에 의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의료분야 스타트업의 경우 이러한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대기업의 전기료를 깎아주는 것으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는 없다. 신생 제조 스타트업의 제도적인 지원과 육성만이 고질적인 실업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약화되고 있는 대기업 제조업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KT 경제경영 연구소에 게재한 리포트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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