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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Favorite Thing Jul 03. 2016

독 이어, IT업계 변화의 속도

IT업계에서 Dog Year란 무엇인가

‘독 이어 (Dog Years)’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 언 듯 보기에 12 간지의 ‘개의 해’를 영어로 말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독 이어의 뜻은 사람과 개의 평균적인 수명에 관련된 단어다. 지금은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많이 올라갔지만 대략 70년으로 본다면 개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10년 정도로 이야기한다. 사람이 일생이 70년이고 개의 일생이 10년이기에 일생 전체로 볼 때 개가 일생의 1/10인 1년 동안 사는 것은 사람이 전체 일생의 1/10인 7년을 사는 것과 같다. 시간의 속도에 대한 상대적인 비례, 이게 바로 독 이어 이다.

  
이렇듯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이다. 정확하게는 시간 자체가 상대적이라기보다 같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변화의 속도가 상대적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시간 동안 개는 사람보다 7배의 변화를 겪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를 보면 전통적인 산업군과 비교해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어느 날 갑자기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회사가 업계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그렇게 잘 나가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고 한 것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그 기술은 옛날 기술이 되어버리고, 스마트폰과 같은 IT 기기 역시 구입하면 몇 달 안가 새 제품이 나오면서 구제품으로 변한다. 오피스는 왜 이리 버전이 빨리 바뀌는지 현재 버전의 기능을 채 다 익히지도 못했는데 새 버전을 깔았던 기억이 새롭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이나 전통적인 산업에서 IT에 연관된 신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IT업계에 일하는 사람들을 구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에게 가는 IT인력들의 이력서들을 보면 1~2년 주기로 회사를 옮기거나 대 여섯 개 회사를 다닌 경력자들이다. 대기업 인사쟁이 표현을 빌리자면 ‘이력서가 걸레’인 사람들이 지원한다. 대기업이나 제조업 인사과의 기준으로 보면 3년 이내의 이렇게 짧은 주기로 회사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은 대인관계가 문제가 많거나,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없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어 서류에서 걸러내기 십상이다.

물론 IT업계 사람들이 회사를 자주 옮겨 다니는 것은 사실이고, IT업계가 안정적이지 못하거나 그 사람이 실제로 인간관계가 안 좋아서 이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서 말한 대로 IT업계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IT업계의 독 이어가 존재한다.

제조업이나 대기업에서는 근속 10년을 기준으로 안식년 휴가를 준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안식년 휴가가 만 3년 근무한 후 주어진다. 이를 근거로 본다면 IT업계의 독 이어는 3.4년이다. 제조업에서 3.4년 동안 일어나는 변화가 IT업계에서는 1년 동안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렇게 계산한다면 IT업계에서 1년 만에 이직한다는 의미는 전통기업에서 3.4년을 근무하고 이직하는 것과 같다.

독 이어를 고려하고도 일반직인 이직사유(연봉, 직급, 회사에 대한 불만 등) 외에 IT업계의 이직이 많은 이유 역시 IT 업계의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PC통신에서 인터넷/포탈. 다시금 모바일로의 변화는 전통산업에 비교해 매우 급박하게 이루어져 왔다. 이렇게 판 자체가 변화할 때마다 새로운 기회들이 열렸으며 그 변화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도태된다. 한마디로 전통산업처럼 한 곳에 오래 붙어 있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IT업계에서 여러 회사를 다닌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도전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즐기는 사람이거나 적응을 잘못해서 옮겨 다니는 사람이다. 제조업/ 대기업과 달리 사실 IT 업게 내에서 옮겨 다니는 것은 그리 큰 흠이 아니다.


요즘에 느껴지는 IT업계의 변화 속도는 가속도가 붙어 더욱 빨라지고 있다. 현재 1조 원을 넘게 벌고 있는 네이버가 삼성 SDS로부터 분사하여 창업한 1995년부터 검색광고를 통해 돈을 벌기 시작한 2002년까지는 7년간의 공백이 있었다. 그 7년간 네이버는 적자기업이었던 것이다. 가까이 보자면 모바일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카카오도 마찬가지이다. 작년에 카카오 게임이 터지기 전까지 3년 동안 카카오는 완전 적자기업이었다.


인터넷에서 네이버가 흑자기업으로 전환하는데 걸린 기간이 7년인데 모바일에서 카카오가 흑자 전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년으로 줄어들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이런 비례를 유지한다면 카카오 이후에 플랫폼은 선보인 후 1년 반~2년 만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보다 나중인 2010년에 창업한 티켓몬스터가 창업부터 소셜 리빙에 3,000억 원에 매각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년 3개월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성공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몰락의 속도 역시 빨라진다. 불과 몇 년 전 전 국민이 사용하는 불침함 같던 싸이월드를 떠올려 보자. 싸이월드가 침몰하는데 걸린 시간이 4년 정도였다면 현재 싸이만큼 잘 나가는 서비스가 몰락하는 시간은 그보다 더 짧아질 것이다.


IT업계에서 18년을 일했으니 독 이어로 계산하면 61.2년을 일해왔다. IT 독 이어 100년(실제 기간 29.4년)을 채울 때까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평균 수명이 길어졌으니 IT 독 이어로 150년 ~200년 동안 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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