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평지를 달릴 때 타다 보면 유난히 페달이 가벼운 구간이 있다. 그럴 땐 내 허벅지가 제법 단단해졌나 싶어 은근 뿌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또 어느 구간에서는 갑자기 누군가 페달에 돌을 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순간 나의 물컹한 허벅지가 원망스럽고 집으로 순간이동하고 싶어 진다. 이런 차이는 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완만한 오름과 내림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한강을 향하는 방향의 자전거 도로로 편도 10km를 왕복하는 게 요즘 패턴인데, 한강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반대로 완만한 오르막이다. 출발할 땐 신나게 나의 허벅지 근육을 칭찬하면서 내달리지만, 돌아오는 길엔 가뜩이나 힘든데 오르막까지 겹쳐져서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오르막이면 기어도 장전하고 마음 굳게 먹고 허벅지 힘 빡 주고 도전을 외치겠지만, 오르막인지 모를 완만한 오름새의 길에선 습관적으로 페달을 밟는 거 말곤 방법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은 자전거 타기와 비슷한 것 같다.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거 같은데 유난히 힘든 날이 있다. 눈에 띄게 정확히 이거다 싶은 일이 없는데 전반적으로 소진된다고 느껴지는 날 말이다. 그때 보통은 자신을 탓하기 쉽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런 날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르막인 게 분명한 그런 하루가 아니었을까? 그럴 땐 묵묵히 하루를 채우고 발 닦고 자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느 순간 완만한 내리막을 달리는 순간이 올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묵묵히 보냈던 하루들이 쌓이다 보면 같은 날인데 분명히 게 덜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자전거를 자주 타다 보면 어느 틈엔가 배와 허벅지에 근육이 조금씩 자라나 죽을 것 같았던 오르막을 (여전히 힘은 들지만) 예전보다 가볍게 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