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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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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 Jan 16. 2022

찾아가지 말고 천장을 치자.

천장을 치자! 무조건 천장을 치자!

from pixabay

 일요일 아침 8시. 모처럼 늦잠이라도 자볼까 하다가도 이내 일어나게 된다. 오늘도 여지없이 아침부터 쿵쾅되는 윗집. 7시 50분부터 청소기를 밀고, 아이는 방치된 채 소리를 지르며 거실을 가로지르고, 그 뒤를 같이 소리 지르며 애아빠라는 작자가 따라 뛴다. 나만 빠지면 아름다운 주말 풍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제도 거의 10시까지 뛰어다니던 윗집의 어른과 아이에 천장을 치다 겨우 진정된 토요일 저녁을 보낸 나는 이미 마음속 저 밑바닥부터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오늘은 즐거운 휴일인데. 눈을 뜨자마자 내 행복은 산산조각 난 채 시작된다. 천장을 몇 번 쳐보지만 계속 뛰는 그들에게 들릴 리 없다. 

 우선 관련 법안인 공동주택 관리법 제20조에 따르면, 서로 노력하다 안되면 관리실에 말하고, 관리실에서 말해서도 해결이 안 되면  입주자 관리 대표에게 말하고, 그래도 안되면 자치적으로 조직을 구성해서 대응하라 쓰여있다. 아래 내용들을 봐도 참 실효성이 없다. 소리 내는 놈은 계속 괴롭혀도 딱히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 나처럼 관리실에 몇 번을 이야기해도, 가해자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도, 나아지는 것이 없는 게 현실이란 이야기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층간소음의 방지 등)

①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은 공동주택에서 뛰거나 걷는 동작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 층간소음(인접한 세대 간의 소음을 포함하며, 이하 "층간소음"이라 한다)으로 인하여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자 등은 관리주체에게 층간소음 발생 사실을 알리고, 관리주체가 층간소음 피해를 끼친 해당 입주자 등에게 층간소음 발생을 중단하거나 차음 조치를 권고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리주체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하여 세대 내 확인 등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③ 층간소음 피해를 끼친 입주자 등은 제2항에 따른 관리주체의 조치 및 권고에 따라 층간소음 발생을 중단하는 등 협조하여야 한다.

④ 제2항에 따른 관리주체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 발생이 계속될 경우에는 층간소음 피해를 입은 입주자 등은 제71조에 따른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나 「환경분쟁 조정법」 제4조에 따른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⑤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공동부령으로 정한다.

⑥ 관리주체는 필요한 경우 입주자 등을 대상으로 층간소음의 예방, 분쟁의 조정 등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⑦ 입주자 등은 필요한 경우 층간소음에 따른 분쟁의 예방, 조정, 교육 등을 위하여 자치적인 조직을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


 게다가 층간소음을 항의하는 방법도 매우 한정적이다. 층간소음으로 가해자에게 쪽지를 붙이면 스토킹을 입건될 수도 있고, 우퍼를 사용해서 항의하면 큰돈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 찾아가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협박이나 폭언을 하게 되면 이 부분도 문제의 소지를 일으킨다. 층간소음은 대부분 아주 오래 감정적으로 이미 많이 지쳐있으므로 대면을 하지 않는 것이 가해자에게나 피해자에게나 좋은 것 같다. 문만 두드려도 주거침임죄에 해당하고, 행여나 언성이 높아지면 모욕죄, 협박죄 등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문자나 전화하기'와 '천장 두드리기'를 사용하라고 판례를 내렸는데, 천장을 무작정 계속해서 두드리는 것도 신고당할 수 있다. 아랫집은 전적으로 항상 '을'의 위치이고, 무엇보다 천장을 두드리면 윗집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파트 우리 라인 전체가 궁궁 울려댈 뿐, 양심 없는 윗집은 10분 후 다시 뛰기 시작한다. 

 심각한 층간 소음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천장을 두들기지 않는 불쌍한 피해자들이 꽤 많다. 천장을 쳤다가 더 심한 층간 소음으로 보복을 당하는 경우도 많고, 일부의 피해자는 천장을 친다고 윗집에서 들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해서라 한다. 윗집에서 그 작은 아이들이 걷기만 해도 쿵쿵 울리는 게 우리 집 천장이다. 당신이 그냥 손바닥을 펴고 때리기만 해도 윗집에서 들리게 되어 있다. 천장을 치는 소리는 일반적인 발 망치나 진동 소음과는 다르므로 반드시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니 오늘도 고통받는 층간 소음 피해자들이여! 우리에게 허락된 합법적 항의 방법은 '윗집 천장 치기'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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