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후로 학교가 너무 가기 싫고, 우울해서... 죽고 싶어요.”
처음 상담을 시작했을 때,
그녀의 목소리는 종이처럼 가벼웠고,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그 조용한 숨 속에는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었던 마음의 조각들이 녹아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친구의 눈빛 하나에 마음이 출렁이고,
발걸음의 간격 하나에도 소외감을 느끼는 나이.
그녀는 어울리던 무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밀려나고 있었다.
처음 소외감을 느낀 순간,
그 학생은 당황했고, 억울했고, 무엇보다 부서질 듯 슬펐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은 어느 날, 단 한 문장으로 터져 나왔다.
"죽고 싶어요."
"저는 모든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었는데,
전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인가 봐요.
말도 잘 못하고, 분위기도 못 읽고, 재밌는 성격도 아니고...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그녀는 자신을 탓하며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친구들의 애매한 태도와 거리감 속에서
스스로를 점점 문제 많은 아이로 몰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처럼 대놓고 소외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친한 척, 아무 일 없는 척하면서
조용하고 교묘하게 누군가를 무리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그래서 더 아프다.
'왜 나만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내가 예민해서 그런 걸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그렇게 자책하고, 움츠러들고, 점점 자신을 감추게 된다.
이 작고 여린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보듬어 줄 수 있을까.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힘겨워하고 있는 그녀에게
나는 윤대현 교수의 인간관계 '2:7:1법칙'을 들려주었다.
10명의 사람을 만나면
2명은 나를 싫어하고,
7명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1명은 나를 좋아한다.
그러니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나 전체가 부정되는 건 아니라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다.
무리에서 소외되었다고 해서 자기 탓으로는 돌리지 않았으면 했다.
이런 일을 겪었다고 상처받아 주저앉을 필요도, 주눅 들 이유도 없다.
초라해질까 봐 걱정하지 말고, 의미 없는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며 감정을 소모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이유로 삶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 시간 동안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며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본인은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고,
그때는 오히려 나를 알아보는 친구들이 다가와 친해질 테니 굳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스스로를 혹사시키지는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우리는 하루에 한 가지씩 스스로를 칭찬하는 연습을 했다.
'오늘 등교한 나, 대단하다.'
'친구에게 먼저 인사한 내가 멋졌다.'
'기분 나쁜 일 있었지만 참은 내가 용감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그녀는 점차 자기 효능감과 감정조절력을 키워갔다.
그리고 자기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강점을 하나둘 발견하기 시작했다.
또 우리는 1년 뒤의 계획을 세웠다.
"내년에는 이루어지겠지"라는 상상을 품고
그 시간을 보내보기로 했다.
희망을 품고 있다면 지금의 고통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엔 '견디기‘ 로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 즐거움도 경험할 것이고,
어느 순간 견딤이 아닌 즐거움으로 채워질 날이 올 것이다.
며칠 후 그녀는 말했다.
"이번 주 세 번이나 학교에 다녀왔어요.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그 말 한마디가, 그 어떤 말보다 눈부셨다.
‘회복’이라는 말보다 더 회복적인 언어였고,
‘노력’이라는 말보다 더 용기 있는 고백이었다.
마지막 상담에서 그녀는 수줍게 말했다.
"그동안 제 이야기 들어줘서 진짜 고마웠어요.
마음속 돌덩이가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아요.
1년 뒤 목표 이루면 선생님한테 꼭 말해주고 싶어요."
나는 대답했다.
"힘든 이야기 들려줘서 고마웠어요.
1년 뒤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꼭 연락해요.
그리고 기억해요. 가장 소중한 존재는 자기 자신이에요.
그러니 절대 스스로를 다치게는 하지 말아요."
작고 여린 소녀가 조금씩 마음 근육을 키워
단단해져 가는 순간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작은 생명이 다시 살아보겠다고 말하는 순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숭고함이 내 안에 깊이 남았다.
※ 본 글은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내담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일부 정보를 변경 및 각색하였습니다. 내담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음을 밝힙니다.
https://youtu.be/yH2avtBbG6Y?si=6keO9_tdpYbQyY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