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냐는 한마디에 마음이 열렸다.
주차장은 그에게 마지막 안식처이자
가장 외로운 방이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 입차 알람이 울린 지
한참이 지나도록
60대 남성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차 안에서 약을 복용한 상태로,
아내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에게 주차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왜 그토록 멀고도 버거웠을까.
퇴원 후 상담을 시작했을 때, 그는 말을 아꼈다.
“괜찮습니다. 상담은 필요 없습니다.”
짧은 말에 스스로 문을 닫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그동안 혼자 버텨내느라 외롭고 힘드셨을 것 같아요...
지금은 좀 괜찮으세요?”
그 짧은 질문에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말 한마디가,
조금씩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다.
1년 전부터 겪어온 고통,
그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말,
“당신, 괜찮아?”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거나
인정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는 사실에
깊은 외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싸우면 늘 다 내 잘못이죠...
나는 그냥
‘괜찮아?’
그 말 한마디가 듣고 싶었을 뿐인데... 아무도 없어요.”
며칠 전, 쌓이고 쌓였던 감정이 결국 터졌고
자신을 원망하는 말들에
삶이 참 허무하게 느껴졌다고도 말했다.
과거를 떠올리며 억울함을 토로했고,
현재를 비관하며 눈시울을 붉혔으며,
미래에 대해서는 단념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억울함, 상실감, 고립감에 대해
그가 감정을 꺼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충분히 말하고,
충분히 울 수 있도록 그 시간을 지켜주고 싶었다.
상담 중, 그는
눈물을 참으려 애쓰며 말했다.
“남의 집 귀한 딸을 데려와서... 고생만 시켰어요."
그 말속에서 나는
원망이 아닌, 사랑을 느꼈다.
우리는 처음 아내를 만나던 기억,
함께 살아온 세월,
그 속에서 깃든 고마움과 미안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감정들이 흐릿하게 뒤섞여 있던 마음속에서,
깊은 애정에 대해 함께 찾아 나가는 시간이었다.
몇 차례 상담이 오간 뒤, 그는 말했다.
“그 사람은 안 바뀔 겁니다”
단정 짓는 듯했지만,
그 말 다음에 덧붙인 말은 달랐다.
“그래도 제가 먼저... 해보겠습니다.
일하다가 톡을 한번 보내볼게요.”
며칠 후 그는 말했다.
“조금 달라졌어요. 진짜 아주 조금이긴 한데...
그런데 그게 희망처럼 느껴졌어요.”
상담 초기, 나는 그에게서
동력을 잃고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노를 저으며
앞만 보고 달려온 배.
그러나 이제는 지쳐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른 채 멈춰 있는 배.
나는 그가 걸어온 시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응원했다.
혼자 마음 삭이며
버텨온 삶에 대해 진심을 다해 위로했다.
상담의 끝자락에서 그는 말했다.
"속 이야기를 잘 안 하는 성격인데,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어요."
나는 답했다.
"힘든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제가 더 감사했습니다."
처음에는 비관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 있던 사람이
작은 것에 희망을 발견하고 살아보겠다고 말한다.
그는 죽고 싶어 약을 먹었지만,
상담을 통해 다시 말한다.
“살아볼 용기가 생겼어요.”
그보다 더 고마운 말이 있을까.
"괜찮아?"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생명을
붙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아간다.
나는 오늘, 그 진실을 다시 배웠다.
.
.
.
상담을 끝내며,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방법 중 하나로
노래를 통해 자신을 투영하고 감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해 보도록 그에게 노래 한 곡을 전했다.
집에 오는 길이
집에 오는 길이
집에 오는 길이
너무 쓸쓸해
너무 쓸쓸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도 가끔은 울어도 된다
사람들이 볼까 봐
눈물을 들릴까 봐
누가 날 흉볼까 고갤 숙이고
아! 그래서 창문에 썬팅을 하나 봐
혼자 원 없이 울고 싶어서
맞아 그래 나도 가끔은 울어도 된다
맞아 그래
나도 웃고 말하고 화도 내요
나도 애교 부리고 실수해요
마음이 아프면 울어요
나도 울 수 있어요 나도 울 수 있어요
나도 맨날 틀리고 후회해요
나도 너무 떨리고 무서워요
다 큰 어른도 울어요
상처를 받아요 상처를 받는다구요.
https://youtu.be/4AK_uJg7H8U?si=rrHCnerxvmJT_4x1
※ 본 글은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내담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일부 정보를 변경 및 각색하였습니다. 내담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