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월밖에 안 됐다
출근하기 전, 호주머니 안에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5개를 넣고 기분 좋게 길을 나섰다. 날씨가 추우니까 초콜릿이 호주머니 안에서 녹거나 그러진 않겠지 하고 말이다. 출근하면서 중간중간 까먹으면 완벽한 아침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에게 호주머니는 마치 오래된 통장 같은 기분이다. 그냥 넣어두면 까먹는다. 누구나 호주머니에다가 물건을 두었다가 잊어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난 다른 물건도 아니고 초콜릿 5개가 호주머니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지하철을 탐과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샌드위치와 소화시켜버렸다.
초콜릿을 가져왔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시간은 오후 3시. 예상대로 초콜릿을 눌어붙어서 바지 호주머니 입구를 철저히 봉쇄하고 있었다. 녹아버린 초콜릿이 또 굳어서 호주머니 안을 초콜릿으로 거의 '코팅'하다시피 만들어버렸다. 평소엔 너무나 적은 양이라고 생각한 초콜릿 5개. 하지만 초콜릿 5개의 양이 이 정도로 많게 느껴진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눌어붙은 초콜릿을 바라보다가 떠올린 것은 내 '새해 목표'
왜 그때그때 초콜릿을 꺼내 먹지 않았을까. 초콜릿에 대한 나의 무심함이 내 바지를 더럽힌 것이다. 무언가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나중에 하면 이런 녹아버린 초콜릿처럼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왕왕 있다. 초콜릿을 바라보다가 떠올린 것은 내 '새해 목표'였다. 스페인어 공부해서 DELE 시험 B1에 합격하겠다는 목표. 몸무게를 5kg 줄이겠다는 목표도 언제 녹아서 머릿속 저편에 눌러붙어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불현듯 휩싸였다. 그리고 지금 목표 2개 정도면 엄청 수가 적다고 느끼고 있지만 나중에 연말엔 2개도 많다고 느낄 것이 확정된 미래인 것처럼 느껴졌다.
아직 2월밖에 안됐으니까 모두 새해 계획을 실천하려고 '아직까지'는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설마 새해로부터 3일 지났으니까 벌써 포기한 건 아니겠지. 하지만 당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그 새해 목표는 호주머니 속 초콜릿처럼 눌어붙어서 먹을 수도 없게 될뿐더러 당신에게 피해를 준다. 그냥 목표 하나 이루지 못했을 뿐인데 뭔 피해냐고? 그 목표를 통해 당신이 성장할 기회가 있었으나 눌어붙게 방치했으니 그런 기회 상실이 피해다.
새해 목표를 방치하지 말자
혹시라도 새해 목표를 적어놓은 수첩이나 종이가 있으면 꺼내보자. 그리고 새해 목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새해 목표를 초콜릿 하나씩 까먹듯이 하나 씩 달성해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지금 나름 '어렵지 않은'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이루려고 노력해보자. 나중에 11월, 12월 돼서 허겁지겁 달성하려고 하다 보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목표가 되어버린다. 우리의 맛있고 설레는 새해 목표를 낡은 통장처럼 방치하지 말도록 하자. 녹기 전에 제때제때 이루고 음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