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최고다’, 몇 년 전까지 이 말을 싫어했다. 지네가 나오는 시골집, 4인1실 기숙사, 창문 없는 고시원 등등. 화장실을 가려면 대문, 아니 쪽문을 나서야 하는 집에 살았으니 당연하다. 좋은 공간의 기준이 얼마나 낮았던지, 집보다 동네 카페가 더 좋았을 정도다. ‘이 카페는 화장실이 안에 있잖아! 심지어 남녀구분이야!’ 하면서.
저 유명한 말이 왜 격언인지 알게 된 건 화장실, 거실, 방이 하나씩 있는 10평 집으로 이사한 다음부터였다.
내가 원하는 때에 깨끗한 화장실을 쓸 수 있는 것. 이거야말로 사람다운 삶의 시작이었다. 화장실은 집에도 있으니까 이제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동네 밖 아늑한 카페도 찾아다니고, 비싼 호텔에도 묵어 보고, 가깝거나 먼 곳으로 여행도 가 본다. 지도 앱을 켜면 최측근과 함께 모은 즐겨찾기 별들이 1000개쯤 반짝인다. 어느새 주인이 더 반갑게 맞아주는 곳, 무료 커피 쿠폰을 몇 장씩 채우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는 라떼가 맛있고, 저기는 휘낭시에가 쫀득하고, 저어기는 조명과 음악 선정이 훌륭하고 등등.
우리에겐 여전히 가볼 곳이 많다. 발자국이 없는 별을 향하는, 파랑새를 찾아 나서는 탐험가의 마음으로. 그렇지만 요즘은 허탕을 자주 친다. 한참을 찾아 헤맨 숨은 카페보다 집 근처 동네 카페 커피가 맛있다. 큰맘 먹고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회사 근처 뼈삼겹집에 갈 걸 후회한다. 삼겹살까지 구울 것도 없다. 좋은 재료 때려넣은 우리집 파스타 선에서 끝이다.
웬만해선 집이 최고고, 아무래도 파랑새는 우리 동네 이웃사촌인 것 같다. 그렇지만 미기록종 파랑새를 찾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에겐 살 날이 한참 많으니까, 그 긴 날들을 동네에서만 보내기는 아까우니까. 우리 집, 우리 동네 파랑새가 매일 1승씩 적립해도 괜찮다. 마음 한구석엔 그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좋은 것이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살고 싶다. 무언가를 추억하는 것보다 매일을 살아가는 행복이 더 크다면 좋겠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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