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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뼈를 맞춰야 해

너굴양 마흔일기

by 너굴양


아침에 일어나면 뼈 맞추느라 시간이 한참 걸린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 아이보다 먼저 일어나 삐거덕 거리는 뼈를 미리 좀 맞추고 있으면 좋으련만, 아침잠이 많아 ‘엄마! 우유 줘!’소리에 잠이 깬다.


마흔되면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할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뭐 원래도 그렇게 건강한 몸뚱이가 아니었으니 여기서 얼마나 더 골골할 수 있겠냐 싶었는데, 이건 어디 크게 고장이 난다기 보다는 회복 속도가 너무 느려서 고장이 나는 것 같다.

아이는 일어나마자 눈을 꿈뻑이며 잠을 깨우고 곧바로 달려나온다. 나는 근육이 놀라지 않게 최대한 천천히 일어나 퉁퉁 부은 눈으로 우유팩을 딴다. 아기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낑’소리에도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는데.


얼마전 잠을 깨서 습관적으로 기지개를 켜다가 등에 담이왔다. 자는 동안 몸이 이완된게 아니라 굳어있던 모양이다. 따끈한 전기장판에 지지며 잤는데 기지개 좀 켰기로서니 등이 쑤실 일인가. 어른들이 겨울에 절대 넘어지면 안된다고 큰일난다고 하셨는데, 기지개 켜다 등에 담이 와서 할 말이 없다.


아이가 우유를 마시는 동안 천천히 움직이며 몸을 깨운다. 물을 한 잔 마셔 소화기관이 일할 때가 되었다고 신호를 준다. 아이가 아침밥을 먹는 동안 어깨를 스트레칭하고, 의자 등받이에 목과 등을 기대며 체중을 실으면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우유 한 잔과 딸기 몇 개, 계란말이에 잡곡밥, 김까지 몇 장을 먹었다. 대단한 소화력이다. 나는 따끈한 커피 생각만 나는데….


마흔이 되기 얼마 전부터 환절기를 지날 때 마다 한 번씩 등과 목이 뻣뻣하게 굳으며 잘 얹히곤 했다. 여기저기 잔고장은 많아도 소화력 하나는 좋았는데(아이에게 물려주었다) 이마저도 신통치 않게 되었다(애가 다 가져간건가). 이번 겨울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바로 몸이 굳으며 체해 고생을 했다. 요즘은 그런 느낌이 들면 몸을 움직인다. 그러다보면 몸이 더워지면서 소화가 되고 굳어있던 목이나 어깨도 조금 풀리는 것 같다. 몸을 살살 달래가며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 한참을 더 써야하니.


#너굴양_마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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