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양 마흔일기
내 몸 하나만 잘 건사하면 그만이던 시절, 체력이나 돈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시간만은 온전히 내것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마흔줄이 되니 이게 웬열, 이제는 시간도 내 편이 아니네.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도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자유나 권리 보다 책임과 의무를 위해 쓰는 시간들이 늘어난다.
마흔을 전후로 챙길 주변이 늘어났다. 모임도 많고 여러 방면으로 사회생활을 하던 때보다 바깥 출입이 0에 수렴하는 지금이 오히려 여유가 없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생각했다. 그 때는 나를 중심으로 한 주변을 돌아보는 정도였다. 책임지고 가꾸는 건 나뿐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부모님, 가족을 챙긴다고 해도 자식의 무게와 부모의 무게는 보통 다르니)
내가 지금 책임지고 돌보는 사람들은 나와 너무 가깝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작은 것도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책임을 지고 시간을 쓴다는 건 내 존재가 먼지에 가깝게 작아지는 일이다.
마흔쯤 되면 나에게 주어진 여러 역할들은 좀 여유롭게 처리할 줄 알았건만, 할 때 마다 새롭고 버벅거리고 허둥댄다. 해가 갈수록 새롭고 마음은 무거워진다.
뜻대로 흐르지 않는 인생을 받아들일 때도 됐건만, (20대와 30대는 그걸 무수히 깨닫는 일들의 연속 아니었던가) 아직도 나는 내 욕심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해야만 하는 마음이 남았나보다. 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기에 줄타기는 계속될 것이다. 어쩌다 한 번씩 내 맘대로 되는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너굴양_마흔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