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1. 새해 계획은 세웠어?

포항에서 날아온 덕지의 편지

by 너굴양

안녕하세요, [월간 애엄마 by dot.zari] 편집자 희정입니다.

엄마가 된 이후의 우리의 삶은 대대적으로 바뀌었죠.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여성이며, 동시에 다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월간 애엄마]에서는 대체로 웃기고 종종 짜증 나는 애엄마들이 살아가며

느끼고 경험하고 쌓아온 이야기들을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편지.png 포항에 살며 아이 셋을 키우는 40대 워킹맘 덕지가당신에게 안부를 물으며 첫 편지를 보내왔어요.


너에게도 글을 쓰겠다 다짐을 한지 벌써 몇 개월이 되어가는구나. 그간 많은 일이 나에게도 있었어. 모래성처럼 쌓다 무너지고 어느 날은 단단해져서 자랑스러울 일도 있었지만 기세 좋은 파도에 단번에 쓰러지는 날도 많았지. 일하다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아이들이 잠들면 혼자 부엌에서 빨래를 개며 울기도 하고…. 그래도 자랑할 일이라면 일하고 아이들 셋 건사하면서 시간을 쪼개 따고 싶은 자격증을 3개를 땄고, 엄마로서 부족하고 모자란 곳이 없나 부단히 애를 쓰며 걸어왔단 사실이야. 가족상담, 부모상담, 소아한의원, 발달센터…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여러 명의 좋은 선생님들의 도움과 말씀으로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나도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너와 작년에 이야기 했었지. 나처럼, 우리처럼 임신, 출산, 육아를 파도처럼 뒤집어쓰고 ‘이게 뭐야?’라고 느끼는 수많은 엄마들과 함께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강요되고 학습되는 모성애 속에서 숨막혀서 도망치고 싶을 때 “야 너도? 야 나도!”를 외치며 엄마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부지불식간에 자라서 온 들판을 뒤덮는 잡초들처럼 우리의 이런 뜨거운 열망과 매일매일 새롭게 생기다 사라지는 엄마들의 이야기들도 세월에 그저 조용히 덮혀 사라지게 될까봐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다 바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어. (지금이 아니면 안돼! 엄마들에게 시간은 금이야. 할 수 있을 때 해야해!)


벌써 2026년 1월이고 곧 설이야. 대한민국 기혼 여성들이 남편들과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이기도 하지. 그 유구한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무급의 불평등한 노동을 가족 간의 화합을 위해 해왔는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나 또한 그 노동의 대열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은 굳이 누군가의 기대를 꺾거나 싸우고 싶지 않고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믿어오며 하기 싫은 일이며 상황들에 흐린 눈을 해왔기 때문이지.


너는 아닐 수도 있겠고 다른 엄마들도 더 나은 명절을 보내겠지만 나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노동을 요구 받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있을 거야. 하지만 모두에게 단 한순간이라도 엄마이기 전에 나라는 여자의 시간이 주어지는 틈이 있길 바라. 멋진 풍경의 카페에서 따듯한 커피 한 잔이든, 아무도 없는 부엌에서 맥주 한 캔이든, 또는 먼 이국의 햇살이 부서지는 바닷가의 썬베드 위든 나와 너에게 1시간이라도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길 기도해본다.


너의 2026년에 대한 기대는 어때? 나는 왠지 지금까지 안개 속을 걸어왔다면 새해에는 조금 걷힌 안개 속을 걸어갈 용기와 힘이 생긴 것 같아. 이제 조금은 나를 인정하고 대접할 용기도 마음도 생겼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여유도 찾았거든. (사실은 현실은 엉망이야 현망진창. 그저 용기와 여유를 마음먹게 되었다는 말을 이리 길게 할 뿐…) 그저 한 살 더 먹는 슬픈 설날이 아니라 너에게도 새로운 힘과 여유를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랄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이어지게 될까? 엄마들의 이야기, 이제 시작해보자.


포항에서 덕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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