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기도해야 하나
#교사 일기_07
2021.02.14.
예배를 마치고, 반별 모임이 끝났는데도 '♤진'이는 회의실을 나가지 않았다.
만나지 2주 만에 제법 친근해졌는지, 친구들이 다 빠져나가고 선생님만 남은 온라인 공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한다.
활발하고, 밝은 아이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진'이가 갑자기 꺼낸 이야기,
"선생님, 저 다음 주에 전지훈련 가요. 그래서 예배 못 드릴 수도 있어요."
헉, 예배 불참 선언을 이리도 천연덕스럽게 하다니.
당황하지 않은 척,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이의 설명은 이랬다.
축구팀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데, 월요일부터 일주일간 속초로 전지훈련을 떠난다고 했다.
전지훈련 후에 토너먼트 경기가 펼쳐지는데, 지지 않고 결승전까지 올라가면 주일까지 남아있어야 해서 교회를 못 온다는 것이다.
중간에 탈락하면 일찍 돌아오니 예배에 참석할 수 있다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선 탈락하게 기도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예배가 중요하니, 예배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지만, 그 생각이 들킬까 봐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최선을 다하고, 다치지 않게 운동하고 와. 선생님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전지훈련 다녀올 수 있도록 기도해줄게. 그리고 선생님에게 중간에 꼭 소식 알려줘."
그렇게 당부와 기도를 담아서 보내주고, 회의실을 닫았다.
아이가 예배를 드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첫 번째 교사의 본분일 거다.
그런데 그 보다 앞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더 우선일지도 모른다.
이미 전지훈련이 결정된 아이 앞에서 '예배 못 드리면 안 되는데...'라고 반응한다면 아이는 더 예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지는 않을까?
정답은 없다.
나는 결국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기도한다.
그리고 과정과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기로 한다.
"하나님, 전지훈련 중 '♤진'이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다녀오게 해 주세요. 그리고 상황이 어떠하든지 아이의 마음속에 예배에 대한 마음, 예수님에 대한 마음이 커지게 해 주세요. 예선 탈락시키실지, 결승을 가게 하실지는 하나님 마음입니다. 제 소관 아닙니다."
ⓒ강인석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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