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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플린 Mar 08. 2021

Fed의 역할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 수준

Federal Reserve Act로 살펴보는 Fed의 역할

최근 미국채 시장금리 상승을 보고 Fed에 다소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몇몇 유튜버 위주로 Fed가 YCC를 곧 도입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많이 하셨던 모양입니다.


투자를 꾸준히 해 오셨던 분은 이번 미국채 시장금리 상승이 오건 말건 Fed는 갈 길을 갈 것이라는 걸 느끼셨을 것이고, Fed의 그 '길'에 YCC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짐작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YCC같이 강력한 무기는 Covid-19 수준의 사태가 연달아 한번 더 터져야 나올 수 있겠지요.


일부 유튜버는 YCC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이야기하며 방문자들을 끌어 모으려는 것 같습니다. 마침 개인투자자도 많이 늘어난 타이밍이라 이런 유튜버 말이 실현 가능한 상황이라 믿을 수도 있는 시기이고요. Covid-19 이후 주식 투자를 시작하신 분들은 지난 1년 간 Fed가 시장을 예의 주시해 온 경험만을 갖고 계시니, 저런 유튜버 분들의 말을 믿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Fed는 시장 수호자가 아닙니다.

Fed가 어떠한 시각에서 화폐정책을 펼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Fed의 Monetary Policy Objectives


Fed는 "Federal Reserve Act"에 따라 행동합니다. QE를 하는 것도, 회사채 매입을 하는 것도 모두 Federal Reserve Act를 따릅니다.


우선 Fed의 화폐 정책 목표를 보면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 Federal Reserve Act, Section 2A. Monetary Policy Objectives

The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and the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shall maintain long run growth of the monetary and credit aggregates commensurate with the economy's long run potential to increase production, so as to promote effectively the goals of maximum employment, stable prices, and moderate long-term interest rates.


핵심은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최대 고용, 안정된 가격(인플레이션), 적절한 장기 금리"입니다. 어디에서도 자산시장 안정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Fed가 자산시장에 기울이는 관심은 어디까지나 고용, 인플레이션, 장기 금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부차적인 지표일 뿐입니다.


자산시장, 특히 그중에서도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높으며 어느 정도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지난 Covid-19 초기와 같이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붕괴'된다면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만, 그 외의 경우에는 주식시장이 어지간히 붕괴되지 않는 이상 실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특히나 Fed는 재정정책이 아닌 '화폐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재정정책은 미국 재무부가 하죠. 따라서 Fed는 근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Section 2A에서도 "고용, 인플레이션, 장기 금리"라는 세 항목을 위해서 Fed가 움직인다고 되어 있고요.


그러면 Fed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실 수 있는데, 그 내용은 Section 14. Open-Market Operations에 나와 있습니다. 내용이 꽤 기니 그중에서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FOMC 결정에 Fed가 open-market operation 하는 부분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Federal Reserve Act, Section 14. Open-Market Operations

2. Powers

Purchase and sale of obligations of United States, States, counties, etc.

(b) 2. To buy and sell in the open market, under the direction and regulations of the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any obligation which is a direct obligation of, or fully guaranteed as to principal and interest by, any agency of the United States.


결국 FOMC 내용을 따른다는 겁니다. 그런데 FOMC에서는 주로 1일 금리를 타게팅하기 때문에 Fed는 1일 금리를 수단으로 Section 2A의 세 가지 목표 "완전 고용, 안정적 인플레이션, 적절한 장기 금리" 목표를 달성하려 움직입니다.


Fed가 생각보다 시장 수호자 성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은 운영 취지에서도 잘 드러나죠.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년 간 Fed는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였나?"

여기에 대한 답은 Section 13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Section 13. Powers of Federal Reserve Banks

3. Discounts for individuals, partnerships, and corporations

A. In unusual and exigent circumstances, the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by the affirmative vote of not less than five members, may authorize any Federal reserve bank, during such periods as the said board may determine, at rates established in accordance with the provisions of section 14, subdivision (d), of this Act, to discount for any participant in any program or facility with broad-based eligibility, notes, drafts, and bills of exchange when such notes, drafts, and bills of exchange are indorsed or otherwise secured to the satisfaction of the Federal Reserve bank: Provided, That before discounting any such note, draft, or bill of exchange, the Federal reserve bank shall obtain evidence that such participant in any program or facility with broad-based eligibility is unable to secure adequate credit accommodations from other banking institutions. All such discounts for any participant in any program or facility with broad-based eligibility shall be subject to such limitations, restrictions, and regulations as the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may prescribe.


위 내용의 핵심은 "IN UNUSUAL AND EXIGENT CIRCUMSTANCES"입니다. 비정상적이고 긴급한 상황에서 Fed가 할 수 있는 일을 적어 둔 것이 Section 13(3)의 내용입니다.


Fed가 일반적으로 하는 일은 Section 14에 있는 내용인데, 대부분 금을 사고 미국채를 사는 등의 일입니다. 그것도 담보가 아주 확실한 자산만 매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매우 강한 규제를 받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Covid-19에서 실물경제 자체가 일시 정지되는 어마어마한 사태를 겪었습니다. 이 사태는 당연히 Section 13(3)에 해당하는 'in unusual and exigent curcumstances'에 해당하고, Section 13(3)을 근거로 Fed가 PMCCF (Primary Market Corporate Credit Facility)와 SMCCF (Secondary Market Corporate Credit Facility)를 설립하면서 미국채 외의 신용도가 수상한 채권까지 매입한 것이죠. 지난 1년 간 Fed의 적극적인 액션은 일반적인 Open-Market Operation이 아닌 특수한 행동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지난 1년간의 Fed는 Covid-19라는 어마어마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Section 13(3)이라는 특수 조항을 근거로 시장을 면밀히 봐 왔던 것입니다. 시장뿐만이 아니라 Section 2A에 언급한 "고용, 인플레이션, 장기 금리"도 함께 보면서요.

(약간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Covid-19가 한참 창궐하던 당시에는 할 수 있는 게 시장을 붙잡고 "너 만이라도 제발 살아 남아라"고 대출해 주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훨씬 더 실질적인 행동이 가능하죠. 물론 Fed 말고 미국 행정부 전체 가요.)



그러면 다시 돌아가서 봅시다. Fed는 지금 주식시장이 살짝 빠지는 상황에 대응할까요?


저는 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립서비스야 해줄 수는 있어도, 주식시장이 아주 깨져 나가지 않는 이상 Fed는 주식시장의 가격 하락을 이유로 추가적인 완화 정책을 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바이든이 5월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라 Section 13(3)을 계속 적용해 나갈 당위성도 부족합니다.



Fed의 설립 목적은 '고용', '인플레이션', '장기 금리' 안정화입니다.

주식 시장을 비롯한 자산 시장은 위 세 가지를 해치지 않는다면 개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Fed의 타겟인 장기 금리, 즉 미국채 장기 시장 금리가 높아지지 않느냐, 그러니 Fed가 개입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 금리 상승은 엄밀히 경제의 회복을 말합니다. 이미 경제의 회복이 가시화되었고, 백신 접종으로 인한 Covid-19 확진자 수도 급감했습니다. 장기 금리를 보고 더 완화적인 정책을 펼칠 근거로서는 약하죠.


Fed는 이미 여러 차례 시장 금리 상승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한 바 있고, 단기물의 마이너스 금리화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장기 금리가 뛰는 것을 일정 수준은 용인할 것입니다.


아무튼, 앞으로의 Fed는 지난 1년 간의 Fed와는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줄 것입니다. 오히려 Covid-19 이전의 Fed 모습에 가까워지리라 생각합니다. 그게 평상시의 Fed 니까요.


YCC? 기대하지 마세요. 주가가 여기서 20~30%는 더 박살 나야 YCC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지금은 Fed에게 비합리적인 기대를 할 시기가 아닙니다. 지금은 듀레이션이 짧은 우량주에 투자해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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