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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플린 Apr 11. 2021

토요타자동차의미래

토요타자동차는변화하는 전기차 시대에 잘 대응하고 있는가

토요타 자동차는 글로벌 최고의 자동차 회사입니다. 기업 규모로 보더라도, 판매량으로 보더라도, 브랜드 가치로 보더라도 어느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런 토요타 자동차의 행보가 이상합니다. 유독 전기차 소식이 조용하고, 자율주행 자동차의 대응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입니다.



토요타 자동차, 전기차 대응 현황


토요타 자동차는 아직 양산 전기차가 없습니다. 4월 경 e-TNGA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를 발표할 예정이고, 2025년까지 50만 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테슬라는 2020년에 50만 대를 이미 팔았는데, 토요타 자동차는 2025년까지 50만 대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전기차 시장에 노골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현대차는 종전의 내연기관 플랫폼을 이용한 전기차로 '아이오닉'을 양산해서 현재까지 판매 중이고, 이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여 '아이오닉 5'를 양산에 돌입했습니다. 토요타 자동차의 전기차 대응은 이상할 만큼 느립니다.



토요타 자동차의 전기차 대응 전략


토요타 자동차는 대외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토요타 자동차의 행보를 보면 전기차 시장의 대응 전략을 엿볼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전고체 배터리'입니다.


토요타 자동차는 2010년에 전고체 배터리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서, 전고체 배터리의 주요 특허 40%가량을 토요타 자동차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대응의 핵심 전략이 바로 '전고체 배터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사용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고 우수한 내구성을 보입니다. 따라서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현재의 주유 방식과 유사하게 몇 분의 충전으로 수백 km를 이동할 수 있는 충전 속도를 달성해낼 수 있게 됩니다.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전기차의 단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전고체 배터리입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정답일까? (양산의 문제)


전고체 배터리는 중요합니다. 에너지의 밀도가 높아지면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가 수월하고, '고체'이기 때문에 발화의 위험도 적습니다. 게다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내구성이 우수하여 급속 충전도 수월하게 가능합니다. 모든 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우수합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만큼 대규모로 양산된 경험이 없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1년에 소니가 양산을 시작하며 대중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올해로서 양산을 시작한 지 30년이 되었네요. 그 사이에 리튬이온 배터리는 정말 많은 양산 기술의 발전이 있었습니다.


1991년과 2021년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산 기술에서는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루어 냈습니다. 초기에는 분리막의 성능이 떨어져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자연방전율이 매우 높았고, 충방전이 300회 정도만 반복되어도 내부 저항이 급격히 증가하여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화 되었습니다. 거기에 누액도 잦았는데, 리튬(Li)은 알칼리 금속이라 반응성이 매우 높아 폭발이 잦았습니다.


소니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한참 양산하던 시절, 노트북 배터리에 누액이 발생하여 대규모 리콜을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누액은 특히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았는데, 당시의 배터리 파우치는 대기압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이라 기압이 낮은 항공기에서 배터리 열화로 인한 가스 방출과 동시에 누액이 발생한 것이었죠. 당시 소니는 510억 엔(2006년)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후 쇠락을 거듭하여 이제는 존재 자체가 희미한 회사가 되었습니다.


비단 소니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또한 양산 과정에서 많은 손실을 본 경우가 적지 않고,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또한 배터리 양산 품질의 문제인 ESS 화재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코나 배터리 사건 또한 배터리의 양산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양산기술'도 무척 중요합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완벽한 배터리일까?


"전고체는 발화 위험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를 일입니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그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발화의 위험이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의 높은 반응성과 액체 전해질의 유동성으로 인해 발화되었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내부 단락과 같은 다른 이유로 발화될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배터리 = 에너지 = 발화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는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말도 실제로 양산에 들어가 봐야 압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10년 넘게 개발만 지속 중인 이유는 여전히 양산에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중에서는 당연히 내구성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험실에서는 내구성이 우수하더라도 양산 배터리의 내구성 또한 훌륭하다는 것을 누구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여전히 연구 중인 영역이며, 양산에 돌입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전고체 배터리가 이론만큼 완벽할지는 배터리를 양산하고 이를 사용한 전기차 또한 양산된 이후에 알 수 있습니다.


토요타 자동차는 전기차 대응 과정에서 전고체 배터리에 사운을 걸었습니다.


만약 전고체 배터리가 양산이 늦어지거나 리튬이온 배터리로도 충분한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면 토요타 자동차의 전기차 대응 전략은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토요타 자동차만큼 돈이 많은 회사가 왜 전고체 배터리만을 전기차 대응 전략으로 삼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만 양산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토요타 자동차의 희망대로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에 성공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토요타 자동차는 전기차 점유율을 단숨에 높일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낮아진 점유율은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사례 1.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점유율


원유 시장의 점유율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였습니다. 그런데 유가를 방어하기 위한 여러 차례의 감산을 시행했고, 이로 인해 점유율이 낮아졌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공급을 줄여 유가를 방어하고자 했지만, 그보다 규모가 작은 국가는 감산하지 않거나 되려 증산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장을 차지하여 수익을 내었기 때문입니다.


낮아지는 시장 점유율을 방치할 수 없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여러 차례 점유율 회복을 위해 힘을 썼지만, 여전히 과거의 점유율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한 번 바뀐 유통 채널은 외부 요인이 없이는 쉽게 바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원유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IT 영역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일입니다.



사례 2.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폰 실패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초기에 발표되었을 때 완성도가 매우 낮았습니다. 사용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습니다. 당시에 저는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API 설계 사상이 의심될 정도로 내부 구조가 엉망이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우선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고,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질적 개선을 통해 안드로이드 폰 재구매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리텐션을 이끌어 냈습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폰은 초기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애플의 iOS처럼 잘 설계된 API와 철학 있는 UI 도입을 통해 감성적인 측면과 성능적인 측면 모두 안드로이드보다 우수한 OS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하지만 '완성도'를 높이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뒤였습니다. 시장은 이미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로 양분된 상황이었고, 그 사이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끼어들 자리가 없었습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폰 프로젝트를 포기하게 됩니다. 수십 년 간 "OS =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공식이 깨어진 사건이죠.



사례 3. 블랙베리, 노키아의 스마트폰 대응 실패


블랙베리와 노키아는 상징적인 셀룰러 폰 제조사였습니다. 블랙베리는 자체 OS와 쿼티 키보드를 통해 니치 영역을 넓혀 나가던 회사였고, 노키아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셀룰러 폰 제조사였습니다. 


이 두 회사는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던 스마트폰 초기 시장에서 대단히 큰 정책적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두 회사 모두 스마트폰 시장이 그리 성장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안일하게 대응했습니다.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두 회사 모두 존재 자체가 희미해졌죠. 블랙베리는 이름만 유지하고 있고, 노키아는 디바이스 제조 부분을 HMD라는 회사로 재편하여 저가형 셀룰러폰 제조사가 되었습니다. 과거 회사의 규모를 생각하면 초라하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규모가 작아졌습니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 토요타 자동차의 바람대로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에 성공한다고 한들, 전기차 시장에서 제대로 된 점유율을 확보해낼 수 있을까요? 판매망이 있으니 토요타 자동차가 계속해서 시장 장악력을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토요타 자동차의 가장 큰 특징인 '품질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토요타 전기차는 예상만큼 잘 팔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일뿐이다.


전고체 배터리가 양산된다고 하더라도 전기차의 근간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만들던 전기차에서 배터리 계통만 전고체로 바뀌는 것입니다. 수소차가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 들어보신 분도 계실 겁니다. 수소차와 전기차는 전력 계통에서는 큰 차이가 있지만, 모터를 제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은 유사합니다. 즉 수소차를 만들며 쌓은 모터 제어 기술력을 전기차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행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차와 미래의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는 이보다 더 유사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최대한 사용하며 전기차 기술력을 쌓아 올리다가 전고체 배터리가 양산되면 그 시기에 맞추어 배터리 계통만 변경하더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테슬라, GM, 현대차를 비롯한 전기차 양산 업체들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며 전기차 양산 노하우를 쌓고 기술을 축적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매우 중요하지만, 배터리만이 전기차의 핵심은 아닙니다. 전기차 플랫폼(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들이 테슬라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따라오는 데는 몇 년이 걸렸습니다.), 모터 제어 기술(여전히 테슬라의 모터 제어 기술력은 차별성이 있습니다.), HW-SW 통합(테슬라의 HW-SW 통합 기술은 독보적으로 우수합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부분에서도 토요타 자동차는 Driver Guidance에 초점을 맞추는 보수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브랜드(전기차 = 테슬라)와 같이 배터리 외에도 중요한 부분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 부분은 꼭 전고체 배터리가 아니라도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고,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지금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기술적 우위를 점해야만 하는 분야입니다.


전고체 배터리만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전기차는 배터리 외에도 달성해야 할 기술적 요소가 매우 많습니다. 더군다나 토요타 자동차는 전고체 배터리를 기다리며 낮아지는 자동차 점유율을 감수할 생각까지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번 낮아진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기가 쉬울까요? 한 번 테슬라를 맛본 사람들이 다시 토요타 자동차를 탈까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토요타의 브랜드가 효과를 발휘했지만, 그 브랜드 효과가 지금 만들지도 않는 전기차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요?



토요타 자동차. 안 만들던 전기차도 잘 만들 수 있을까?


토요타의 상위 라인업인 렉서스 자동차를 보다 보면 묘한 감정이 생깁니다. 엔진도 구식, 서스펜션도 구식, 바디도 구식. 온통 구식 투성이입니다. 그런데도 이 차가 럭셔리 라인업으로 분류되고 잘 팔립니다. '내구성'이 좋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토요타 자동차는 엔진, 서스펜션, 바디 등 자동차에서 내구성 이슈가 발생하는 거의 모든 영역은 기술적 진보를 거의 이루지 않습니다. 쓰던 기술을 조금씩 개선만 하고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니 고장 나지 않는 것입니다. 내구성이 좋다는 '현상'의 공학적인 배경은 '구식 기술'이라 말해도 꼭 틀린 말은 아닙니다.


토요타 자동차는 아직 전기차 양산 경험이 없습니다. 양산 계획 또한 초라합니다. 2025년까지 e-TNGA 플랫폼 기반 전기차를 50만 대 양산할 예정이라 합니다. 현대차가 2020년 우리나라에서만 79만 대를 팔았는데, 2025년까지 50만 대를 팔겠다는 토요타는 전기차를 양산할 생각이 없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말입니다.


양산이 없으면 기술적인 진보도 이루기 어렵습니다. 공학은 기본적으로 Trial-and-Error의 반복입니다. Trial-and-Error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회사의 역량을 결정하는 것은 'Trial-and-Error를 수행할 인력과 시스템'입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전기차를 통해 전기차 양산 경험을 쌓았고, 이 자신감을 토대로 코나 전기차를 양산했습니다. 그런데 불이 났고, 수조 원의 손실을 입게 됩니다. 이미 양산을 성공한 회사도 불이 나는 게 현실이고, 현대차는 이 뼈아픈 과정을 통해 중요한 양산기술의 진보를 이루어 냈을 겁니다.


토요타 자동차. 전기차 안 만들다가 갑자기 만든다고 해서 잘 만들 수 있을까요?


렉서스를 보면 특히나 의구심이 듭니다. 토요타 자동차가 '기술력이 우수하여' 내구성이 좋다기보다 내구성이 좋을 수밖에 없는 구식 기술을 쓴다는 쪽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그렇다면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전기차에서도 토요타 자동차는 좋은 품질을 낼 수 있을까요?



전기차는 만들기 쉽다는 환상


토요타 자동차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전기차 그거 모터와 배터리만 붙이면 다 된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제조가 쉬운 기술이라는 오해 때문인데요, 실제로는 그리 쉬운 기술이 아닙니다.


단순히 모터 달고 배터리 박아서 앞뒤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야 쉽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초기 진입장벽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낮다는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모터를 얼마나 잘 제어하고, 배터리를 얼마나 잘 제어하는지, 여기서 더 나아가서 자율주행 자동차로 만들 수 있는 토대로 얼마나 잘 결합시키는지(HW-SW 결합)가 전기차의 진짜 기술력입니다.


모터 제어를 잘하는 것은 쉬운 영역이 아니며, 같은 배터리를 써도 더 많은 주행거리를 도달하도록 제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기차 만드는 것이 마냥 쉽기만 하다면,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가 계속해서 연구하고 필드 경험을 쌓을 필요도 없겠지요.


토요타 자동차가 전기차를 외면하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닙니다.



기술력은 '과정'이 결정합니다.


현재의 리튬이온 기반 전기차는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답' 기술만 좇는 기업은 도태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어떤 회사의 기술력은 '과정'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특정 시점에서 선보이는 결과물이 시장의 정답은 아니더라도, 그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쌓은 'Trial-and-Error' 과정의 경험이 그 회사의 기술력이 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의 전기차 양산에서 쌓은 경험은 전고체 배터리나 다른 영역의 양산 기술력을 높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코나로 불을 거하게 낸 현대차가 다시 비슷한 실수를 할까요?

갤럭시 노트 7으로 주가를 불태운 삼성전자가 다시 비슷한 실수를 할까요?

디젤 엔진으로 불을 거하게 낸 BMW가 다시 비슷한 실수를 할까요?

양산 과정에서의 뼈아픈 경험은 기업의 기술력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반도체 기술이 유독 한국과 대만에서 발달한 것은 기술의 진보에 필요한 Trial-and-Error를 수행할 인력과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일에서는 야근과 주말근무도 불사하는 문화, 목표를 달성해 내겠다는 기술자들의 목표, 그리고 이 것을 수행할 수 있는 반도체 제조 공정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기술력을 꾸준히 향상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전문가 클러스터를 외면한 인텔은 반도체 제조 기술력의 쇠락을 실제로 경험했습니다. 최근 다시 복구하려는 모습이 보이지만, 과거와 같이 독보적인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TSMC와 삼성전자의 미세공정과 정면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인텔의 반도체 제조 기술력 쇠락을 단지 크르자니크의 실책으로만 보아서는 곤란합니다. 기술 개선을 이끌어 내는 경험이 손상되어 기술력이 쇠락한 것입니다. 수년 전부터 반도체의 미세공정 양산 기술의 주도권은 TSMC와 삼성전자로 넘어갔습니다. Golbal Foundries가 미세공정 개선에 실패한 것은 미국의 반도체 전문가 클러스터가 훼손되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인텔은 그동안 쌓아둔 것이 있었기에 한동안 버텨온 것이었지만, 미국 내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아키텍처링 한 수 아래로 보는 문화와 함께 전문가 클러스터가 손상되며 기술 향상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 손상되며 기술력 저하가 발생했습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전문가 클러스터의 부재 탓이 큽니다. 공장도 있고 장비도 있지만, 양산이 가능한 상태로 조율하는 '과정'을 이루지 못해 제대로 된 반도체를 못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토요타 자동차는 전고체 배터리를 기다리며 전기차 양산에 필요한 기술 축적에 소홀한 모습입니다. "토요타 자동차가 어떤 회사인데 전기차 기술개발을 안 하겠느냐"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양산 기술은 실제로 양산을 해야 축적할 수 있습니다. R&D 센터에서 연구하는 것과 양산 기술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일 뿐이고, 지금은 전기차를 양산하며 전문가 클러스터를 조성해 두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시대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맞습니다. 그런데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만을 기다리며 전기차 양산 자체를 외면한다면 자동차의 패러다임 쉬프트 과정에서 쌓을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을 쌓지 못합니다.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높은 완성도의 전기차'가 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기술력은 '과정'이 결정합니다. 기술적 장벽이 높은 산업일수록 기술 개발 과정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SW 기술에도, AI 기술에도, 반도체 기술에도 모두 해당하는 말입니다.


토요타 자동차. 현재로서는 글로벌 최고의 자동차 제조사가 맞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 자리를 계속 유지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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