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s Never Forget (But People Do)
이 책은 켄 피셔가 2012년도에 저술한 도서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존경하는 이건 선생님과 백우진 선생님께서 2018년도에 번역하여 출판해 주셨습니다.
영문 제목은 "Markets Never Forget (But People Do)"입니다. 책 내용을 정말 잘 표현하는 제목이라 생각합니다.
책 내용은 켄 피셔의 저서답게 데이터에 기반한 차분한 서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투자에서 시간 지평을 설정하고 긴 호흡을 가지라는 이야기, 하락장 공포심에 대한 여러 미신과 오해, 채권이 안전하다는 착각, 높은 변동성이 말하는 리스크와 리턴, 그리고 정치적 이념에 빠져들지 말라는 조언까지 어느 하나 중요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게 큰 영감을 준 부분은 '변동성'을 대하는 자세였습니다. 저는 투자에서 데이터를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요, 본업이 금융 투자가 아니다 보니 투자의 많은 영역을 독학과 투자 서적,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여렴풋하게 갖게 된 편견이 '높은 변동성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켄 피셔의 여러 책을 읽다 보니 높은 변동성을 추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단, 승산이 높은 포지션으로서 추구해야겠지요.
변동성은 가격 상승 변동성과 가격 하락 변동성 모두 포함합니다. 많은 수의 자산 분배형 포트폴리오 전략은 변동성을 낮추고 수익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스킴으로 AI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자산 분배형 포트폴리오 전략은 "변동성 대비 수익률의 적절한 타협 구간을 찾는다."는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켄 피셔의 말을 곱씹어 생각해 보면 이율배반적인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위해서는 높은 변동성을 감당해야 합니다. 높은 변동성은 가격이 크게 상승할 수 있는 상방 변동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는 하방 변동성도 함께 유발합니다. 자산 분배형 포트폴리오 전략은 MDD(Max. Draw Down으로, 백테스팅 과정 중 최고가 대비 최저 가격의 최대 하락률을 의미함)를 낮추면서 높은 가격 상승률을 얻는 지점을 찾아내는데, 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MDD를 낮춘다는 개념은 '상방 변동성은 최대로 유지하고, 하방 변동성만을 선택적으로 줄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됩니다. 상방 변동성을 높게 유지하면 필연적으로 하방 변동성도 따라오게 됩니다. 상방 변동성 대비 하방 변동성의 비율을 일정 수치 내에서 유지하는 전략을 쓰더라도, 변동성을 제어하려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수익률에 악영향을 줍니다. (저도 데이터를 돌려볼 만큼 돌려봐서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즉 하방 변동성만을 선택적으로 줄인다는 행위는 수익률의 저하를 필연적으로 유발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대안이 뭐냐, 대안을 제시하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켄 피셔는 우선 '투자 시간 지평을 길게 가져라'라고 합니다. 아주 통찰력 넘치는 말입니다.
투자에서 손실 구간을 줄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가격이 단기 급락하면 마음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당장 필요한 돈이 아닌데도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픕니다. 당장 팔아서 눈앞의 이익만이라도 챙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팝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팔면, 누가 내 계좌를 보고 있는 듯 당장 급등합니다.
자산 분배형 포트폴리오 전략에서 MDD를 제어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에서 단기 급락폭이 깊다면 해당 상품의 불신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 분배형 포트폴리오 전략은 필연적으로 MDD를 제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투자에 정통한 사람은 단기 급락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산을 오랜 기간 동안 묶어둘 수 있다면, 단기 급락은 곧 회복하여 더욱 높이 상승하게 됩니다. Covid-19 사건만 보아도 너무나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켄 피셔가 '투자 시간 지평을 길게 가져라'는 말은 단기 급락으로 인한 일시적 수익률 저하 구간을 존버 하라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습니다. 당장 눈 앞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파는 행위는 두뇌의 System 1 또는 변연계의 위험 회피 신호입니다. 투자에서는 어지간해선 System 1의 개입을 줄이는 것이 좋고, 변연계가 내리는 행동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투자자의 필독서가 Thinking, Fast and Slow입니다.)
투자 시간 지평을 넉넉히 확보했다면, 우상향 하는 자산군을 사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주식입니다. 채권은 Covid-19 사태에서 보듯 마켓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큰 폭의 손실을 겪을 수 있습니다. 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금의 패권이 비트코인으로 이동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고요. 책에서 원유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지만, 원유와 같이 롤오버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자산군도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주식이 급락해서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랬나요? Covid-19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 주식은 급락하더라도 기어코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부동산 투자에 관해서도 언급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 통계는 상업용과 주거용을 복합해서 사용하나 봅니다. 미국에서는 주거용 부동산을 투자 목적으로 취득한다면, 생각보다는 낮은 수익률을 감안하라고 켄 피셔는 말합니다. 취득 보유 양도 비용도 모두 계산하라 하고요. 미국은 주택의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잔디도 깎아야 하고요), 이런 비용도 잘 계산해 보라고 합니다. 투자 목적이라면 주식이 더 나을 거라고 말하고요. 그리고 부동산 투자는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서 투자 수익이 높다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관해서도 언급이 있었는데요, 이념에 사로잡히면 투자 수익률만 저하된다는 말입니다.
100% 공감합니다. 정당의 이념을 투자에 적용하면 수익률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주식 투자의 비중을 더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ovid-19를 겪으며 보유 자산에서 주식 투자 비중이 경험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다 보니, 지금은 주식 비중을 높이는 게 승산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켄 피셔로부터 좋은 영감을 받았으니, 이제 저만의 방법으로 투자 전략을 세워 봐야겠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책 내용의 아주 일부분일 뿐입니다. 정말이지, 좋은 책입니다. 데이터 기반 자산 투자를 하는 분은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