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에날린 Dec 09. 2020

귀태? 그게 뭐지?

https://www.ytn.co.kr/_ln/0101_202012082010134028

배현진이 한 말 때문에 귀태가 오랜만에 다시 이슈가 됐다... (강귀태 아님)

'귀태'라는 단어는 2013년 민주당의 홍익표가 박근혜를 두고 귀태 즉 귀신의 자식, 태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얘기했을 때 세간에 오르내렸다. 이때 새누리당은 이게 사람이 할 말이냐고 홍익표를 맹공했었다. 홍익표는 이 말을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에서 봤다고 한다. 나도 얼마 전에 그 책을 읽었다. 책에선 만주국을 통해 성장한 일본의 정치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를 태어나서는 안 될 '귀태'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책에선 귀태란 의학용어인 '포도상 귀태'에서 온 것이라는 주석이 달려 있었다. 그러나 홍익표가 말한 '귀태'는 귀신 귀 자를 쓰지만, 의학용어로는 포도상 귀태가 아니라 포상기태(hydatidiform mole)가 정식 명칭이다. 주석이 틀린 셈이다.

이 질병을 처음 들었을 때는 상당히 섬뜩하기까지 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고, 이것이 정상적으로 착상하면 아기가 된다. 하지만 드문 경우로 수정란이 잘못 분열하면 아기가 아니라 암세포로 변해버릴 수 있다. (정확히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해서 생기는 태반이 과증식하는 것) 이 암종은 자궁을 벗어나 전이하여 모체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가정의 축복이어야 할 아기가, 한순간에 모체의 목숨을 위협하는 살인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종양은 보라색 포도알이 수백 개 열린 것처럼 생겼기 때문에 포상기태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런 의미에서, 포상기태를 일컬어 목숨을 빼앗는 귀신의 자식이라는 '귀태'라는 별명을 붙이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목숨을 빼앗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자식... 혹시 인간이 지구에게는 귀태가 아닐까? 과거 정신분열증이라 불리던 병이, 뇌 속 신호전달의 조율이 틀어진다는 의미에서 조현병이라는 새 이름이 붙은 것처럼 귀태 역시 재미있는 병명 내지 별명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여튼 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은 일본 제국주의와 한국 현대사, 박정희의 일생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은 한 책이다. 

작가의 이전글 공공의대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어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