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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13. 2019

모란과 장미

-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

모란과 장미

-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사월초파일

너를 우연히 만났


마음은 하나여서 

머물지를 못하니

금세 다른 마음을 지녔다


장미는 가시가 있는데

너는 가시가 없어

다시 장미라 하지 않았


네가 피어날 때

꽃몽우리가 장미와 같아

잠시 동안 너를 장미라 부르고

그날 햇빛이 찬연히 내리쬐는 날에

네 향기는 영원사에 갇혀버렸


너는 장미보다 먼저 태어난 이유로

장미가 너를 닮은 게 맞다

그래서 너는 장미로 태어났어야 했다


너는 누구에게나

향기 잃은 장미의 마음을 주고

누구든 너를 가까이하면 떠나버리는 

다른 이의 아픈 마음 대신

슬픔을 지니며 인내를 간직한

아버지의 숭고한 마음을 지녔다


이곳에선

네가 5월의 여왕이다

장미가 보이 지 으니

너를 장미라 불러 본즉 하는 것도

이름에 두 글자의 의미가

어머니 태반에서 너를 해산한 마음 이어서다


그 뒤에 나는 너를 장미라 불렀으니

어쩌면 너와 나의 오랜 숙명이 된다


내 곁에 오직 하나

지켜주는 이의 마음이

나그네 마음일 때

너는 장미가 피어날 때처럼

같이 할 수 없는 운명을 지녔다


내가 아는 마음이 하나요

너를 기다리는 마음도 하나이니

5월에 장미가 피어날 때

너는 장미를 닮아서 슬픈 꽃으로 남는다


치악산 영원사
노란민들레와 하얀민들레
영원사계곡
치악산 금대야영장
금대계곡
금낭화
금대계곡
이팝나무
영원사 대웅전

2019.5.13  치악산 영원사 트래킹 50리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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